
늘 건강하길 바라는 나의 버팀목, 사랑하는 엄마에게
FASHION EDITOR JEONG PYEONG HWA
운동의 묘미를 깨달은 몇 해 전, 나는 엄마 손을 잡고 동네에서 이름난 헬스장을 찾았다. 점점 굽어가는 등이 조금이나마 펴지기를, 무엇보다 아프지 말고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바라며 나름 큰맘 먹고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던 엄마는 막상 운동을 시작한 첫날부터 제법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났을까. 점차 운동의 매력에 빠져들더니, 거의 매일 헬스장에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이제 하루 1만 보쯤은 거뜬히 걷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가볍게 등산을 즐기며 새로운 헬스장까지 직접 찾아서 등록할 만큼, 운동에 진심인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위해 온의 스니커즈를 선물하려 한다. 심플하고 기능적인 디자인, 무엇보다 엄마가 좋아하는 핑크 컬러에 마음이 끌렸달까. 꽃이 지천에 깔리는 5월, 이 운동화를 신고 꽃길을 사뿐사뿐 걷는 엄마를 상상해본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내 옆에 오래오래 있어주기를. 이 지난한 마감이 끝나면 제일 먼저 엄마와 함께 동네 공원이라도 가볍게 산책해야겠다.

내 삶의 행운이 되어준 두 여동생에게
FASHION EDITOR LEE DA EUN
나의 여동생들이 엄마 뱃속의 통통이였던 시절. 나는 모두 남동생일 거라며 이상하리만큼 굳게 믿었다. 동생이 간절했던 어린 나는 틈만 나면 통통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송아지처럼 큰 삽살개가 엄마에게 안기는 물렁한 태몽으로 태어난 나와는 달리, 두 통통이는 단단한 가재와 선인장의 기운이었으니 남동생일 것이라는 기대는 끝도 없이 커져만 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독특하고 기세가 남다른 두 여동생의 맏언니가 되어 있었고, <작은 아씨들>처럼 수많은 낮과 밤을 함께 지나오며 지금의 세 자매가 되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여동생들이 내 삶에 와준 것을 행운이라 말한다. 멋없이 그저 “나는 언니 같은 거 안 할 거야. 친구 할 거야”라는 말이나 하는 나지만,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함께하는 법을 아는 동생들 덕에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걱정을 짊어지고 사는 나의 마음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받아주어 고맙다는 말도 덧붙인다. 지금과는 다르게(?) 잘 돌봐주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던 편지 속 순수한 마음을 되새기며, 어린 시절 좋아했던 공주 반지를 닮은, 부첼라티 링을 함께 나눠 끼고 싶다. 각자의 색으로, 서로를 닮아가길 바라며.

더 오래 자주 함께하고 싶은 친할머니께
BEAUTY EDITOR SONG HYUN A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할머니는 늘 내 곁에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찾고 따랐다. 잠 못 들 때마다 할머니 곁에 가 누우면 금세 잠이 들었다. 내 머리칼을 쓸며 예쁜 손녀라고 불러주던 할머니. 매년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마다 손 편지를 써주던 다정한 할머니. 누구보다 강인하고 단단했던 할머니가 이제는 많이 작아지셨다. 손이 저리다며 펜을 쥐는 일조차 힘들다고 하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아보았다. 주름이 깊게 자리 잡은 손을 한참 쥐고 있었다. 할머니와 참 많은 것을 했었는데··· 더 오래, 더 자주 함께하고 싶은데 할머니는 자꾸 버겁다고 말씀하신다. 내 눈물 버튼이다. 최근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오늘은 일찍 귀가해 할머니와 마주 앉아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눠야지. 세월을 고스란히 품은 할머니 손등에 겔랑 아쿠아 알레고리아 핸드크림을 듬뿍 발라드리면서 말이다.

봄을 닮은 나의 언니에게
FEATURES EDITOR KANG YE SOL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트렌치코트에 온갖 잡동사니(언니는 모두 꼭 필요한 것들이라 하지만)가 가득 담겨 지퍼를 겨우 잠근 백팩, 그리고 헤드폰. 봄날의 언니는 늘 이 모습으로 산으로, 들로, 바다로 꽃을 보러 다닌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봄마다 “같이 갈래?”라는 말에 따라나선 적이 없다. 그러다 올해도 벚꽃 잎이 다 떨어졌다. 혼자라도 괜찮다며 씩씩하게 이리저리 다녔을 언니에게 벚꽃색이 입혀진 새로운 헤드폰을 선물하려 한다.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싱어송라이터 미츠키(Mitski)와 인도네시아 소울팝 밴드 디 말로즈(Thee Marloes)의 앨범을 언니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려둘 참이다. 언니의 매일이 그토록 좋아하는 봄처럼 따스하고 어여쁘기를 바라며.

디어 마이 지수 선배
FASHOIN EDITOR SHIN YE RIM
하루 3시간 남짓 보는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옆자리의 지수 선배. 지난 파리 출장에서 선배가 제 짝을 만난 듯한 인생 선글라스를 찾아냈을 때, 우린 함께 환호했다. 하지만 운명은 가혹했다. 휴가 중 캐리어를 통째로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했고, 열 번도 채 써보지 못한 선배의 첫 인생 선글라스는 그렇게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도둑마저 알아본 선배의 안목을 칭찬해야 할까, 선배의 텅 빈 눈가를 걱정해야 할까. 다시 돌아온 태양의 계절, 선배를 위해 발렌시아가의 선글라스를 골랐다. 지난번보다 한 끗 더 예리해진 에지까지 담아서. 선배, 이젠 도둑도 탐내지 못하게 24시간 착용을 권장합니다.

나의 태양, 조카 해온이에게
BEAUTY EDITOR HYUN JUNG HWAN
나이가 나이인지라 SNS에 ‘조카 바보’를 자처하는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친척들과 왕래가 잦지 않던 내게 직계가족이 아닌 조카는 어딘가 남의 가족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렇게 나의 조카, 해온이가 태어났다. 한글 ‘해(Sun)’와 한자 ‘온기 온(溫)’을 쓰는, 조금은 오글거리는 이름. 하지만 이런 이름에 걸맞게 신생아실에서 최고 미녀로 유명했던 아이. 주변 친구들을 비웃던 게 민망할 정도로, 어느새 나의 SNS는 해온이의 사진으로 가득 찼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지 않던 본가에도 해온이를 보러 가게 됐고, 누나가 ‘오늘의 해온이’라고 말하며 사진을 보내주는 가족 단체 메시지방의 알림만을 기다리게 됐다. 주변에서도 ‘조카 바보’가 된 나를 보며 해온이의 미모를 칭찬하지만, 다들 한 가지를 조심스럽게 묻는다. “남자아이죠?” 누나도 이 점이 내심 아쉬운지 외출할 때마다 리본 헤어밴드를 꼭 챙긴다. 그래서 이번 돌잔치 때 내가 즐겨 하던 미우미우 헤어핀을 해온이에게 건네고 싶다. 곧 찰랑이는 머리를 뽐낼 해온아, 빡빡머리여도 충분히 사랑스럽지만 이 헤어핀으로 삼촌과 미모를 뽐내보자꾸나.

친애하는 나에게
FASHION EDITOR CHOI IN SEON
패션 에디터에게 시계는 늘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내 것이 되지는 않는 존재다. 아름다운 외관만큼 사악한 가격, 그래서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대상이기도 하니까.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에서 수많은 시계를 보고, 만지고, 지나쳐 오며 첫 시계는 예거 르쿨트르로 해야겠다는 욕망을 품었다. 아르데코에서 비롯된 빈티지한 기하학적 라인과 부드럽게 감기는 태엽에서 느껴지는 손맛, 그리고 우아하면서도 어딘가 중성적인 무드까지, 지금의 내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최근 몇 달 사이 유독 손에 많이 쥐여진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정리해내고 나니, 고생한 나에게 하나쯤 선물을 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폴로 경기에서 시계를 보호하기 위해 뒤집을 수 있게 고안된 디테일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시간까지 단단히 품어주기를 바라며.

Veuve Clicquot & Simon Porte Jacquemus.
사랑을 담아, 당신에게
FEATURES EDITOR YU SEON AE
돌이켜보니 올해 결혼 10주년이다. 지난 10년의 시간을 떠올리면, 그저 환하다. 매일의 빛과 바람이 다르듯, 우리가 함께 쌓아온 행복도 미세하게 새로이 달랐다. 내 생애 최고의 웃음 사냥꾼, 그가 드리우는 환하고 드넓은 그늘 아래서 나는 여전히 자주 웃는다. 문득 우리에게 그의 성품을 닮은 속 깊고 살가운 아이가 태어났고, 다정한 그의 눈길과 손길을 거치며 아이는 자란다. 나는 이 과분한 행복에 자주 감격하다가도 어느 날에는 일찍이 내 것이었던 양 오만하게 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공들여 칠링한 이 아름다운 샴페인을 당신께 드려야지. 향긋한 버블에 내 허물을 잘 덮어서.

사랑을 가르쳐준 나의 외할머니께
FEATURES EDITOR AHN YOO JIN
기억하는 한 할머니는 견고한 산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던 존재다. 계절마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을 열과 성을 다해 먹느라 볼살이 포동포동해졌고, 매일 아침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빗겨준 머리를 하고 유치원에 가곤 했다. 늘 대가 없는 사랑이란 게 가능한지,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다가도, 그때를 떠올리면 이미 한참 전에 그런 사랑을 받아보았구나 싶다. 지금의 내가 누군가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건 전부 할머니의 사랑 덕분이다. 그런 보살핌 아래 무럭무럭 자라던 그 시절로부터 너무나 멀리 와버린 듯한 지금, 나는 언젠가 기약 없이 찾아올 할머니와의 이별을 종종 생각한다. 손주들 얼굴을 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는 할머니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생생히 느끼고, 만질 수 있을 때 더 자세히 기록해두고 싶어 괜히 할머니를 찍곤 한다. 셔터를 누르는 지금 이 순간을 미래의 내가 아주 그리워하게 될 거란 사실을 번번이 깨달으면서. 그런 할머니의 손에도 작은 필름 카메라 하나를 쥐여드리고 싶다. 할머니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그 안에 담겼을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10.7kg짜리 행복, 나의 강아지에게
FASHION EDITOR KIM JI SU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 한 사람의 세계가 확장된다고 말했다. 2024년 8월 우리 집에 온 칸쵸는 적어도 나에겐 지구상에서 이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무미건조하던 내가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을 펑펑 쏟고, 버려지거나 굶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으며, 나아가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을 칸쵸와 같은 애정으로 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10.7kg 남짓한 이 작은(?) 생명체는 내가 세상을 조금 덜 모나게 바라보도록 축축한 코로, 짧은 다리로 매일 설득한다. 그리하여 기어코 나의 매일을 한 뼘 더 행복하게 만든다. ‘애와 개는 촌스럽게’라는 가치관을 가진 누나 덕분에 줄곧 시장 옷만 입혀왔지만, 5월 26일 칸쵸의 생일에 가장 좋은 무언가를 해준다면 이런 것들이 떠오를 것 같다.

한없이 다정한 나의 아빠에게
BEAUTY EDITOR KIM SANG EUN
초등학생 때였을까. ‘부산 사나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다정했던 아빠와 봄날의 드라이브를 하던 날, 아빠는 길가에 흐드러진 장미를 보라며 몇 번이고 나를 불렀다. 그 꽃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게 뭐 그리 어려웠을까. 나는 “아까 봤어”라는 짧은 말로 대답하고, 고개를 숙인 채 만화책으로만 빠져들었다. 아빠는 그 뒤로도 “참새가 귀엽다”, “바다가 참 푸르다” 같은 말로, 눈앞에 놓인 아름다움을 자꾸만 다시 꺼내 보여주곤 했다. 나는 그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냈고, 그 말들은 오래도록 나를 스쳐 지나갔다. 이만큼 자란 지금도, 나는 여전히 가족에게는 좀 무심하다. 대신 아빠에게 아무 말 없이 디올 프레스티지 라 크렘므를 건넸다. 아빠가 좋아하던 장미가 한 아름 담긴 크림. 아빠는 그걸 바르고 동안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 위로, 문득 30여 년 전 소나타를 몰던 젊은 날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아빠가 그랬듯, 나도 이젠 아빠에게 내가 가진 가장 귀한 것을 건네고 싶다. 마음은 늘 한 발 앞서 있는데, 내가 건네는 것들은 언제나 그보다 조금 모자라게 느껴진다.

나의 한결같은 친구, 지연에게
FEATURES EDITOR KIM SUN HEE
고등학교 1학년, 유난히 낯을 가리던 내게 지연이는 점심을 같이 먹자고 먼저 다가와준 같은 반 친구였다.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는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처럼 내게 문득 연락을 하곤 한다. 재수생 때도, 동기들과 매일같이 어울리던 대학생 시절에도, 홀로 어둡게 지내던 기간에도 늘 “어떻게 지내?”라고 묻던 사람. 그렇게 내가 지나온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존재. 돌이켜보니 추위를 찾아 떠난 해외여행도, 궁금했던 공연과 전시를 보러 간 일도 전부 지연이와 함께였다. 이토록 귀한 친구가 결혼하던 지난겨울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인터뷰 일정이 생겨 직접 축하해주지 못했다. 조금 늦었지만, 미안하고 고마운 친구의 신혼집에 봄기운을 전하고 싶다. 그를 향한 내 마음처럼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꽃병에 예쁜 꽃을 가득 담아서. 우리의 추억이 깃든 교정의 벚꽃을 꽂을 수는 없을 테니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한결같은 지연이의 답장에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요즘 튤립이 예쁘지. 그런데 너 잘 지내고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