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단 한 번, 전 세계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멧 갈라(Met Gala)가 지난 5월 4일 그 화려한 막을 올렸습니다. 올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수놓은 테마는 바로 ‘코스튬 아트(Costume Art)’였죠. ‘패션은 곧 예술이다(Fashion is Art)’라는 드레스 코드 아래 참석자들과 패션 하우스들은 옷을 캔버스 삼아 예술 작품 같은 룩을 선보였습니다.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멧 갈라 현장을 빛낸 셀럽들을 지금 확인해 보세요.
마돈나


영원한 팝의 아이콘 마돈나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모두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생 로랑의 칠흑 같은 드레스와 그 위로 흐르는 신비로운 보라색 망토는 마치 심연이 일렁이는 듯 신비로운 아우라를 뿜어냈습니다. 단연 시선을 압도한 것은 해적선을 연상시키는 거대하고 입체적인 모자였습니다. 이는 초현실주의 화가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의 ‘성 안토니오의 유혹’을 패션으로 해석한 결과물인데요. 그녀의 화풍 속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가 마돈나의 룩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마돈나는 패션계의 영원한 개척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고딕 판타지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켄달 제너


켄달 제너는 21세기 승리의 여신상 ‘니케’가 되었습니다. 디자이너 잭 포즌(Zac Posen)은 ‘사모트라케의 니케’에서 영감을 받아 힘과 여성성, 그리고 자유를 표현했다고 전했는데요. 이 역동적인 룩의 비밀은 놀랍게도 갭(Gap)의 화이트 티셔츠를 활용해 완성했다는 것이죠. 익숙한 티셔츠를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잭 포즌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켄달의 정제된 매력과 나의 로맨틱한 스토리텔링이 완벽하게 보완되었다”며 그녀와의 첫 호흡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녹 야이


아녹 야이는 “인간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흐리고 싶었다. 시칠리아의 눈물을 흘리는 성모상 이미지를 떠올렸다”며 영감의 원천을 공유했습니다. 발렌시아가의 블랙 드레스는 조각처럼 어깨를 감싸며 위로 치솟은 볼드한 후드 디테일이 드라마틱한 실루엣을 완성했습니다. 몸에 밀착된 드레스와 롱 레더 글러브는 팽팽한 긴장감이 서린 주름을 만들어냈죠. 여기에 동상의 질감을 완벽히 구현해낸 메이크업과 입체적으로 흐르는 눈물 디테일까지 더해 그녀 스스로를 섬세한 예술 그 자체로 완성해냈습니다.
하이디 클룸
할로윈의 퀸답게 이번 멧 갈라의 주제를 가장 직관적으로 풀어낸 주인공, 하이디 클룸입니다. 그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아있는 조각상으로 변신했는데요. 특수분장 아티스트 마이크 마리노(Mike Marino)가 제작한 커스텀 룩은 라파엘레 몬티(Raffaelle Monti)의 ‘베일을 쓴 여사제(Veiled Vestal)’를 완벽하게 오마주했습니다. 그는 얇은 천이 피부를 따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대리석의 디테일을 몸 위에서 그대로 재연했죠. 딱딱한 조각상과 유연한 직물의 경계를 허문 이 의상은 패션이 어디까지 예술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헌터 샤퍼


헌터 샤퍼는 마치 19세기 비엔나의 명화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라다의 커스텀 린넨 가운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초상화 ‘마다 프리마베시’ 속 소녀를 모티프로 삼았는데요. 가슴 하단에서 시작되는 엠파이어 웨이스트와 허리 라인의 입체적인 로즈 아플리케는 그림 속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특히 일부러 찢어낸 듯한 거친 컷아웃 사이로 드러나는 플로럴 쉬폰은 그림 속 배경의 플로럴 패턴과 연결되죠. 과감하게 넘긴 가르마와 커다란 헤드피스, 수줍게 물든 분홍빛 치크는 그림 속 소녀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했습니다.
레이첼 지글러


마지막으로 레이첼 지글러는 16세기 영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소환하며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프라발 구룽(Prabal Gurung)의 커스텀 드레스는 폴 들라로슈(Paul Delaroche)의 명화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처형’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단 9일간의 재위 끝에 참수당한 비운의 여왕, 제인 그레이의 서사가 그녀의 옷깃마다 서려 있었습니다. 정교한 레이스업 디테일은 과거 코르셋을 연상시키죠. 올해의 멧 갈라는 옷이란 단순히 몸을 감싸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철학과 예술을 투영하는 입체적인 매체임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예술과 패션 그리고 역사를 한 자리에 엮어 많은 이들에게 메시지를 준다는 것, 이것이 바로 멧 갈라가 가진 힘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