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샤넬은 하우스의 창작 근간을 이루는 장인정신의 세계를 집약한 2026 공방(Métiers d’Art) 컬렉션을 서울에서 다시 한번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 보워리역(168Bowery)에서 처음 공개한 이 컬렉션을 서울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 다시금 펼쳐 보인 것이다.

“지난 12월, 우리는 이 쇼를 지하철을 배경으로 뉴욕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저는 다양한 여성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서로 충돌하고 교차하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삶과 자유란 결국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길모퉁이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기대하며 놀라움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 실존하는 다양한 인물의 교차와 서사에 주목한 마티유 블라지(MatthieuBlazy). 그의 첫 샤넬 공방 컬렉션이기도 한 이 특별한 컬렉션이 뉴욕을 거쳐 서울에 상륙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방 컬렉션 서울 쇼를 기획할 때, 저는 샤넬 패션 부문 대표인 브루노 파블로프스키(BrunoPavlovsky)와 이야기를 나눴고, 이 쇼를 한국에서 선보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습니다. 뉴욕과 서울, 저에게는 두 도시가 비슷한 에너지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서울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우 강력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첫째는 ‘문화’입니다. 여기서 문화란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모두 한국의 훌륭한 셰프와 음식, 그리고 음악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K-팝 덕분에 한국어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배우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이 이번 컬렉션을 위한 완벽한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서울은 오랜 시간 샤넬의 중요한 순간과 함께해왔다. 샤넬이 서울에서 첫 번째 쇼를 개최한 것은 2015년5월. 당시 샤넬의 수장이던 칼 라거펠트는 미래적 건축양식으로 주목받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적 영감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샤넬 2016 크루즈 쇼를 선보였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올해 6월 개관을 앞둔 서울의 여의도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마티유 블라지의 첫 번째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가 펼쳐졌다.
“이번 컬렉션에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의 여성상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여성들, 하루 중 다양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여성들 말입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가 소장한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등 큐비즘 거장들의 작품이 자리한 공간. 마티유 블라지는 이 새로운 미술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가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이 컬렉션을 새로 오픈하는 미술관에서 선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미술관이 큐비즘을 다룬다는 점이 매우 좋습니다. 큐비즘은 어떠한 대상을 다양한 시점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니까요. 그래서 2026 공방 컬렉션의 아이디어와도 여러 연결 고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단일한 시선이 아닌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관점과 해석,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블라지는 바로 이 미술관을 이번 쇼의 무대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샤넬 공방 장인들의 정교한 손길과 창작의 유산을 담은 2026 공방 컬렉션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펼쳐냈다.



“이번 컬렉션은 1920년대에 가브리엘 샤넬이 영화 의상 제작을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유럽으로 돌아가는 길, 뉴욕 다운타운에서 겪은 한 일화에서 출발했어요.” 마티유 블라지는 가브리엘 샤넬이 만난 샤넬 스타일의 옷을 입은 뉴욕의 여성들을 상상했다고 전했다. 파리의 부르주아 살롱이 아닌, 뉴욕 도심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여성들이 입은 샤넬 스타일의 옷. “이후 가브리엘 샤넬은 파리에 돌아온 후 활동성을 위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죠. 여유로운 실루엣, 스커트에 천을 덧대 움직임을 편하게 하고, 신체를 해방시켰으니까요. 저는 이것이 스트리트 웨어 탄생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해방이고 자유이며, 움직임을 선사하는 혁명이었으니까요. 이번 컬렉션에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도 하나의 여성상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여성들, 하루 중 다양한 시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진 여성들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쇼는 체크 셔츠, 하프 집업 풀오버, 데님 진 같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옷으로 채워졌다. 이는 실용성과 현실성을 강조하는 블라지의 태도가 분명하게 읽히는 장면. 한편 그 이면에는 샤넬의 오랜 유산을 탐구하고, 새로운 서사를 함께 써나가는 ‘르19M(le19M)’ 공방 장인의 땀과 노력, 헌신이 깊숙이 자리한다.


“얼핏 데님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 데님이 아닙니다. 모두 르사주(Lesage)공방의 자수작업으로 완성된 특별한 룩이죠.” 블라지가 언급한 ‘란제리 데님(Lingerie Denim)’과 대담한 애니멀 프린트 자수는 트위드 직조의 명가 르사주 공방이 완성한 결과물. 아틀리에 몽텍스 (Atelier Montex) 공방의 장인들은 비즈와 시퀸, 자수를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 사랑스러운 무당벌레와 다채로운 꽃을 구현했으며 유머와 정교함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금속을 다루는 구쌍(Goossens) 공방에서 턱시도 재킷에 자리한, 마치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빛나는 환상적인 브로치를 제작하는가 하면, 마사로(Massaro) 공방이 제작한 슬링백 슈즈는 컬렉션 전반의 우아한 균형을 완성했다. 여기에 메종 미셸(Maison Michel) 공방의 캣 우먼을 연상시키는 헤드피스와 르마리에(Lemarié) 공방의 섬세한 깃털 장식은 경쾌하면서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샤넬 공방 컬렉션은 2002년 12월, 칼 라거펠트가 공방 장인들의 기술과 창조성을 기리기 위해 처음 선보였다. 이후 매년 12월, 샤넬은 새로운 도시를 찾아 나선다. 파리, 런던, 로마, 다카르, 함부르크, 맨체스터, 항저우에 이르기까지, 각 도시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공방 장인들의 놀라운 창의력을 연결하며 하나의 눈부신 서사를 완성한 것.
이번 쇼에는 샤넬 앰배서더인 지드래곤, 제니, 김고은, 고윤정, 박서준, 틸다 스윈턴, 마리옹 꼬띠아르를 비롯해 하우스 오브 프렌즈인 코르티스 건호와 마틴, 라이즈 원빈, 윤여정, 아일릿 원희, 아이린, 매기 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내며 한층 더 특별한 장면을 완성했다.

쇼 이후 진행된 프라이빗 프레젠테이션에서 마티유 블라지는 이번 컬렉션의 핵심 코드 중 하나인 애니멀 프린트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애니멀 프린트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샤넬과 연결 짓는 요소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아카이브를 살펴보면서 가브리엘 샤넬이 애니멀 프린트를 즐겨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실제로 그는 1920년대에 이를 선도적으로 시도한 사람이에요.(웃음) 그는 이번 컬렉션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인 ‘슈퍼히어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저는 슈퍼히어로들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뻤어요. 예를 들어 이건 스파이더맨을 재해석한 것이죠. 일종의 아르데코 스타일 스파이더맨 수트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이 컬렉션에서 좋아하는 점은 특정 시대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사람들도 있고, 1970년대 사람들도 있으며, 아르데코 시대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 시대의 옷이 뒤섞여 있죠. 오늘날은 일종의 거대한 용광로 같은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니멀 프린트와 슈퍼히어로, 아르데코와 빈티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적 레퍼런스는 마티유 블라지와 장인의 손끝에서 샤넬이라는 하나의 세계로 빈틈없이 수렴된다.


블라지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저는 모델 수주를 다시 만나 함께 작업하게 되어 무척 행복했습니다. 또 소라와도 다시 작업하게 되어 기뻤죠. 모델 최소라는 지금 임신 중이더군요. 임신한 소라가 행복하게 워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습니다. 패션쇼는 단지 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만나 함께 일하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다시 보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 쇼를 보며 지난 3월, 파리 북동쪽 팡탱(Pantin)에 위치한 샤넬의 아카이브 수장고, 샤넬 페트리모니(ChanelPatrimoine)를 방문한 기억이 떠올랐다. 가브리엘 샤넬이 실제로 입었던 트위드 수트와 이번 컬렉션에 영감을 준, 코코 샤넬이 의상을 맡았던 영화 <오늘밤(Tonight or Never)>과 관련한 아카이브, 그리고 이번에 선보인 컬렉션의 애니멀 프린트의 모태가 된 의상과 슬링백 슈즈 등이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마티유 블라지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 아카이브를 탐독하며, 하우스의 창작 유산을 면밀히 연구했고, 이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첫 공방 쇼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마티유 블라지는 지난해 뉴욕 지하철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인간의 면면을 그려냈다면, 이번에는 서울의 미술관으로 무대를 옮겨 컬렉션의 서사를 한층 확장했다. 학생, 혁신가, 정치인, 예술가, 커리어 우먼 등 블라지가 포착한 동시대 여성들은 각기 다른 삶과 개성을 지닌 채 미술관에서 하나의 영화적 풍경을 이룬다. 그리고 그들이 뿜어내는 특별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는 공방 장인들의 정교한 기술을 통해 한층 생생하게 표현되었으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언어와 미감으로 번역되었다. 장인정신과 동시대성, 그리고 여성성을 아우르는 하나의 우아한 헌사로 깊은 여운을 남기면서.
Celebrities in Chanel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에서 만난 매혹적인 얼굴들.




2, 3, 4 매력적인 샤넬 앰배서더들. 지드래곤, 제니, 박서준과 고윤정, 마리옹 꼬띠아르.




6 셔츠로 스타일링한 라이즈 원빈.
7 핑크 트위드 수트를 입은 르세라핌 카즈하.
8 국경을 넘은 영화인의 만남. 김고은과 윤여정 그리고 틸다 스윈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