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환대란 무엇일까. 오늘날 호스피탈리티는 단순히 숙박과 서비스를 넘어
우리의 감각과 태도를 변화시키는 경험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과 관계 맺는 태도부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새로운 방식,
머무는 이를 배려하는 공간의 설계, 숙소 밖 일상과 연결되는 경험까지.
여행과 공간을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라본 9인의 필자가
자신이 경험한 숙소를 떠올리며 오늘날 변화하는 환대의 정수를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호스피탈리티의 새로운 기준.


관광객이 지역 농부의 꿈을 키워주는 구조
대부분의 관광지가 지역을 배경으로 삼지만, 상하농원이 제안하는 팜 스테이 공간 ‘파머스빌리지(farmer’s Village)’는 지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의 붉은 황토 언덕 위에 들어선 이곳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하나의 질문을 품고 있었다. 이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순환할 수 있는가.
지역과 맺는 관계는 개장 첫날부터 지역 상생으로 설계됐다. 고창 농가와 원재료 직거래 계약을 맺고, 공방의 치즈와 소시지, 레스토랑 식탁에 오르는 채소, 파머스 마켓의 가공품까지 모두 고창 농가에서 출발해 이곳에서 소비된다. 관광객의 지출이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지역 생산자에게 직접 흘러가는 구조다. 지역민 중심 고용, 장기 거래 협력,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은 그 순환을 더욱 유기적으로 이어주었다. 관광이 지역 경제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가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파머스빌리지를 이루는 건축적 요소도 맥락을 같이한다. 흙, 벽돌, 목재, 자연석 등 화학적 가공을 최소화한 지역 자연 재료로 지어졌고, 자연에서 온 재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낡아가며 고창 땅의 풍경 속에 녹아든다. 지열 히트 펌프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냉난방을 해결하고, 주차장에 떨어지는 빗물조차 스웨일 시스템으로 토양에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친환경은 인증 스티커를 받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환경과 오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짓는 일이라고 파머스빌리지는 말한다.
이런 까닭에 파머스빌리지에 머문다는 것은 곧 고창의 지역 생태계 안에 들어가는 일이다. 아침 밥상에 오른 달걀이 어느 농부에게서 왔는지, 저녁 창문 너머 펼쳐진 들판이 누구의 노동으로 일궈진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시간이다. ‘짓다, 놀다, 먹다’라는 이곳의 운영 철학은 단순히 슬로건에 머물지 않고 숙박과 식사, 체험 과정 전반으로 확장된다. 최근에는 수목원 개장과 워케이션 공간 도입, 스마트 농업 체험 프로그램 확대로 농촌 생태계와 머무는 경험을 더욱 폭넓게 연결하는 중이다. 관광객의 소비는 지역 농부의 꿈을 키워주고, 머무는 사람에게는 고창이라는 지역의 이야기가 남는다. 이러한 순환은 다음 계절에도 지역의 삶이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규홍 유한대학교 실내건축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