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 비통은 창립 초기부터 백과 트렁크를 수선할 수 있도록 제작해왔으며 오늘날에도 케어 & 리페어 서비스를 통해 이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 파리 외곽의 케어 & 리페어 워크숍에서는 백 스파와 본격적인 가죽 수선 및 트렁크 복원 과정을 통해 제품 본래의 형태와 기능을 되찾아줍니다.
- 전 세계 11곳의 워크숍에서 매년 약 60만 건의 수선을 처리하며 고객의 사연과 요구에 맞춰 세심한 복원 작업을 진행합니다.
장인의 손길을 거쳐 또 다른 시간을 준비하는 가방들. 루이 비통 케어 & 리페어 워크숍에서 마주한, 물건의 수명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순환 방식에 대하여.

내가 취직한 후 엄마에게 처음으로 드린 선물은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스피디였다. 이 가방을 감싼 모노그램 패턴의 역사는 18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루이 비통의 아들 조르주 비통(Georges Vuitton)이 고안한 모노그램은 처음에는 루이 비통 제품의 진품을 보증하기 위한 표식으로 탄생했다. 서로 엮인 LV 이니셜과 플로럴 모티프를 조합한 이 패턴은 곧 장식을 넘어 하우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이 되었고, 그 안에는 탁월함과 모던함, 그리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계승의 가치가 담겼다. 그렇게 모노그램은 시대를 거듭하며 루이 비통의 백과 트렁크에 새겨졌고, 올해 탄생 130주년을 맞았다. 130년이라는 시간은 모노그램을 입은 수많은 물건이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해온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오래 지속시키는 데 관리와 수선은 빼놓을 수 없다. 루이 비통은 창립 초기부터 백과 트렁크를 수선할 수 있도록 제작해왔고, 오늘날에도 케어 & 리페어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 있다. 돌이켜보면 엄마에게 스피디를 선물할 때 나 역시 꽤 긴 시간을 내다보고 있었다. 오래 쓰며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이 밴 스피디를 언젠가 물려받을 생각까지 하고 골랐으니까. 지난 파리 남성 패션위크 기간, 그 가방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루이 비통 케어 & 리페어 워크숍을 찾았다. 파리 시내에서 차로 약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워크숍. 백과 트렁크의 관리와 수선을 전담하는 이곳에는 주인과 함께한 시간과 저마다 자기만의 사연을 고스란히 품은, 타임캡슐 같은 물건들이 모여든다. 이곳에서 백과 트렁크는 각각의 상태에 맞는 복원 과정을 거쳐 다시 주인에게 돌아간다.




워크숍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백 스파(Bag Spa)’ 공간에서는 이름 그대로 백을 위한 세심한 관리가 이어졌다. 코팅한 캔버스의 표면을 꼼꼼하게 세정하고, 가죽은 특수 광택제로 폴리싱하거나 영양 성분을 배합한 레진 크림을 발라 색을 복원한다. 이그조틱 레더를 다루는 과정은 더욱 집요하다. 크로커다일 가죽 백을 예로 들면 장인이 비늘 하나하나를 닦고 폴리싱한 뒤 밍크 오일을 입힌다. 손바닥만 한 면적에도 수없이 많은 손길이 반복된다. 다음 공간에서는 보다 본격적인 가죽 수선이 이루어진다. 손잡이와 가죽을 교체하고 손상된 부분을 보강하는 작업부터 정교한 재단과 봉제까지, 장인의 손길을 거쳐 백은 다시 본래의 형태를 갖춰간다. 마지막 공간은 트렁크와 케이스의 복원을 전담한다. 오랜 시간 잦은 여행과 이동을 거치며 쌓인 먼지와 얼룩을 걷어내고, 손상된 구조를 바로잡은 뒤 브라스 하드웨어까지 세심하게 폴리싱한다. 작업을 마친 트렁크는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 견고한 형태와 기능을 되찾는다.







다루는 대상과 기술은 달라도 세 공간의 작업은 같은 방향을 향한다. 시간의 흔적은 가능한 한 살리고, 앞으로도 오래 쓸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손보는 것이다. 그 시작은 고객과 나누는 대화다. 언제부터 썼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수선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듣고 현재 상태를 살펴 작업의 범위를 정한다. 오래된 트렁크처럼 과거의 정보를 확인해야 할 때는 헤리티지 부서와 협업해 기록을 찾아보기도 한다. 실제로 한 고객이 맡긴 플랩 카트리지 백(FlapCartridge Bag)을 두고 장인들은 대대적인 복원보다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는 편을 택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상태를 크게 바꾸면 오히려 이 백이 지닌 고유한 모습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죽에 영양 성분을 배합한 레진 크림을 발라 생기를 되살리고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 필요한 만큼만 손을 봤다. 그에 비해 한 고객이 약 30년 동안 한 쓴 스피디백에는 보다 적극적인 작업이 필요했다. 고객은 결혼을 앞둔 딸에게 물려줄 생각이었고, 오랫동안 사용해주길 바랐다. 장인들은 그 요구에 맞춰 가죽을 모두 교체하기로 했고, 기존 캔버스 소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가죽의 상태와 색을 세심하게 골랐다. 그렇게 스피디는 어머니의 흔적을 간직한 채 딸에게 전해질 준비를 마쳤다. 이 과정은 루이 비통이 제안하는 또 다른 순환 방식이다. 루이 비통은 현재 전 세계에 케어 & 리페어 워크숍 11곳을 운영하며 매년 약 60만 건에 달하는 의뢰를 받는다. 수선은 가까운 루이 비통 매장에서 클라이언트 어드바이저와 상담하거나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방 하나를 오래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 이처럼 큰 규모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퍽 놀라웠다. 워크숍을 둘러보는 동안 문득 엄마의 스피디가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엄마의 시간이 깃든 뒤에는 지금과 많이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이다. 수십 년 된 백이 새로운 시간을 준비하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나니, 언젠가 물려받을 스피디가 어떤 모습일지 자못 기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