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키아프 서울은 보다 넓어진 세계 안에서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이를 준비한 한국화랑협회 이성훈 회장은 서로의 고유한 가치를 다시 바라보는 것, 균형을 이루며 함께 나아가는 것에서 ‘공존’의 의미를 찾았다.

지난해 제22대 한국화랑협회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두 번째 해를 맞이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부분도 있고, 한편으론 조금 더 탐구해야 할 영역도 보일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해를 맞이하면서 협회와 키아프 서울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첫해에는 주어진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각각의 현안이 한국 미술시장 전체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조금 더 분명해진 부분이 있다면 결국 협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회원 화랑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반면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미술시장 안에서 한국 미술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고, 지금 한국 미술에 모이고 있는 관심을 국내 작가와 화랑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시장 환경과 미술을 향유하는 방식도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 역시 이러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필요한 역할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의 화두는 ‘공존(Coexistence)’입니다. 키아프 서울이 전달하고자 하는 ‘공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예술을 창작하고 경험하는 방식 역시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이 이야기하는 ‘공존’은 인간과 기술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거나 대립시키는 개념이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감각과 창의성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다시 바라보고, 인간과 기술이 어떤 균형을 이루며 함께 나아갈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것입니다. 특히 예술은 이러한 질문을 가장 자유롭게 던질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감각과 창의성, 본능과 같은 본질적인 가치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을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시대에 우리가 지켜가야할 인간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올해의 화두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은 특별전 <HUMAL>이라 생각됩니다. 인간과 동물을 결합한 제목으로, 기술과 신체, 문명과 본능이 공존하는 새로운 존재론적 균형을 모색하는 전시라 소개했죠. 특별전의 기획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이 인간의 삶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지금, 기술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인간에게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HUMAL>은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전시입니다. 관람객분들께서도 작품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충돌하고 공명하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지 함께 질문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키아프 서울은 꾸준히 미술로 영역을 한정 짓지 않고 다른 장르의 예술 프로젝트도 시도해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하는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키아프 서울이 단순히 작품을 거래하는 아트페어를 넘어 다양한 예술적 경험과 문화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클래식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미술과 음악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키아프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시각예술뿐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을 함께 경험하면서 예술을 보다 폭넓게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키아프 서울이 미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이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확장되는 시기입니다. 그 안에서 키아프 서울은 꾸준히 국내 작가와 국내 미술의 흐름을 국제 무대에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관점에서 올해 특히 어떤 부분에 주목하고 계신지요.
K-컬처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러한 흐름이 한국 미술에도 분명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작가들의 해외 전시와 미술관 수장, 국내 화랑과 해외 미술계의 장기적인 협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해외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키아프 서울을 통해 좋은 한국 작가를 발견하고, 페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더욱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미술은 이미 충분한 다양성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를 세계 미술계에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키아프 서울은 올해 25주년을, 키아프 서울을 만들어온 한국화랑협회는 올해 무려 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했습니다. 이러한 수식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시는지요.
25주년과 50주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그동안 함께해온 회원 화랑들과 미술계 관계자들이 쌓아온 노력과 성과를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이정표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화랑협회는 회원 화랑들과 함께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왔고, 그 중심에서 키아프 서울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역사는 앞으로의 책임과 사명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합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지난 5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고, 키아프 서울과 한국화랑협회가 미래 100년을 향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지난 역사를 살펴봤을 때 가장 유의미한 순간은 언제였다 생각하시나요?
5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특히 선배 화랑주들이 시대를 앞서 내린 판단과 과감한 실행을 마주할 때마다 놀라움을 느낍니다. 때로는 주변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면서도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겼던 선배 화랑주들의 결단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 미술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중요한 순간들이 있지만, 오늘날 Kiaf가 국제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하고 25주년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Kiaf의 출범이 가장 의미 있는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그 결단이 한국 미술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국제 미술계와 연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아프 서울이, 지금 화랑협회의 나이인 50주년을 맞이했을 때를 상상해보겠습니다. 어떤 그림이 펼쳐진다면 가장 좋을까요?
50년 후의 키아프 서울은 단순히 규모나 거래액으로 평가받는 아트페어가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플랫폼이자 세계 미술계가 한국 미술을 이해하는 관문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키아프 서울은 한국 미술시장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서 더욱 내실을 다지고, 수준 높은 콘텐츠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 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세계의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키아프 서울을 떠올리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입니다.
다시 키아프 서울의 오늘로 돌아가 마지막 질문을 드립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을 찾을 관람객들이 놓치지 말고 경험했으면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어떤 섹션을 추천해주시겠어요?
하나의 작품이나 특정 섹션만 보기보다 페어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며 서로 다른 작가와 갤러리,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흐름을 직접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그 흐름 안에서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작품을 발견하고, 처음 보는 작가 앞에서 오래 머물러보는 경험 자체가 아트페어가 줄 수 있는 중요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키아프 서울을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감각을 믿고 보다 자유롭게 작품을 보고, 질문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페어가 끝난 이후에도 전시장을 찾고 새로운 작가를 알아가는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