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샴의 아티스틱 디렉터 소피 델라폰테인은 창의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2026 F/W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 그는 옷을 입었을 때 불편함 없이 스스로 자신감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 롱샴이 그리는 여성상은 타인의 시선 대신 자신을 위해 옷을 입으며 독립성과 자유로운 태도를 지닌 인물입니다.
2026 F/W 컬렉션을 ‘창의적 호기심(Creative Curiosity)’으로 채운 롱샴의 아티스틱 디렉터 소피 델라폰테인(Sophie Delafontaine)은 옷보다 태도를 이야기한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자신감 있게 걷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삶을 즐기는 여성. 그것이 그가 그리는 롱샴 우먼이다.

올해 3월에 파리에서 선보인 2026 F/W 컬렉션에 대해 먼저 들려주세요. 이번 컬렉션은 ‘창의적 호기심(CreativeCuriosity)’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모든 창작의 출발점이 되는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이나 풍경, 예술 작품,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건축의 작은 부분까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것들이 창의성을 자극하죠. 결국 중요한 건 그런 영감에 계속 열려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특히 벨기에 아티스트 캐롤라인 헬레인(Caroline Hélain)의 작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제가 그 작업에서 발견한 감각이 컬렉션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구현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캐롤라인 헬레인의 텍스타일부터 토머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라 메종 유니크의 곡선형 계단까지, 이번 시즌에는 예술과 건축의 존재감이 유난히 큽니다. 이런 영감을 옷이나 액세서리로 옮길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작업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 것입니다. 캐롤라인 헬레인의 자수든, 토머스 헤더윅의 계단이든, 제가 보고 싶은 건 그 안에 담긴 입체감이나 움직임, 레이어링 같은 본질적 요소예요. 그것을 롱샴의 제품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죠. 결국에는 기술과 장인정신이 중요합니다. 어떤 소재와 기법, 비율을 선택해야 그 영감이 실제로 오래 착용하고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 제품이 되는지를 고민합니다.
워크웨어와 아웃도어에서 출발한 요소도 눈에 띕니다. 실용적인 것과 우아한 것 사이의 균형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저는 언제나 스타일을 먼저 생각합니다. 실루엣과 애티튜드, 우아함이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동시에 옷이 실제 여성의 삶에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파리지엔의 옷장이 그의 현실적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면서도, 그가 꿈꾸는 삶과 연결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시즌에는 광활한 자연에서 영감받은 워크웨어 디테일을 조금 더 현대적이고 여유로운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움직임이 많은 여성의 삶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도, 실루엣은 풍성한 볼륨감과 유연함을 잃지 않도록 했죠. 그렇게 실용성과 롱샴 특유의 우아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았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보다 보면 ‘여행’이라는 단어도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꼭 멀리 떠나야만 여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에게 여행은 새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매일 보던 풍경에서도 이전에는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익숙한 것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죠. 이런 발견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시선이 이번 시즌 롱샴 우먼 컬렉션과 자연스럽게 닿아 있네요. 활동적이고 자발적이며 사람들과 교류를 즐기는 사람이죠. 대학에 다니며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파티를 즐기는 젊은 여성일 수도 있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출근한 뒤 친구들과 점심을 먹는 엄마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가 늘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간다는 점이에요. 롱샴 우먼의 옷장도 그런 삶이 담겨 있습니다. 활용도가 높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정제된 옷들이 있죠. 이번 시즌에는 그 세계를 조금 더 확장했습니다. 익숙한 일상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요.
그런 여성상을 생각하면, 당신에게 큰 영향을 준 여성들이 누군지도 궁금해집니다. 먼저 제 어머니와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두 분 모두 굉장히 강인하고 개성이 뚜렷한 분들이에요. 어머니는 언제나 완벽하게 차려입으셨고 늘 스타일리시하고 우아했죠. 할머니는 호기심이 많고 예술과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셨고요. 할머니는 제게 예술에 대한 열정을 물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테이블을 세팅하는 방법처럼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었고, 강한 성격과 확고한 취향, 많은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지닌 분들이었어요. 제게 아주 큰 영감을 준 존재들이죠.
여성으로서 오랫동안 패션업계에서 일해온 경험도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 것 같아요. 여성으로 살아오며 쌓은 경험이 제 디자인에 영향을 준 건 사실이에요. 물론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요. 저는 여성이 옷을 입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 넘치고 스스로 강인하다고 느끼기를 바라요. 예를 들어 저는 굽이 12cm인 하이힐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굽이 높은 신을 신고 편안하게 걷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이 어떤 공간에 들어설 때 옷 때문에 긴장하거나 불편해하기보다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레디투웨어도 같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데님 팬츠와 화이트 티셔츠, 스웨터처럼 편안한 아이템에 잘 재단된 재킷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렇게 작은 변화만으로도 여성이 조금 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을 창조하고 싶어요.
그래서 롱샴이 말하는 ‘편안함’은 단순히 몸이 편한 옷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겠군요. 맞아요. 핵심은 편안함 자체보다 ‘자신감’입니다. 치마 때문에 앉을 때마다 신경 쓰이고, 높은 힐 때문에 걷는 것이 불안하고, 드레스의 핏이나 주름을 계속 의식하게 된다면 진정한 자신감을 갖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라는 건 옷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되, 그 사람은 옷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상태입니다. 더 이상 옷에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하는 것. 그런 옷이 좋은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롱샴이 그리는 ‘강인하고 우아한 여성’ 역시 옷보다는 태도에 가까운 개념일 것 같습니다. 저는 여성이 옷을 입음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강인하고 우아하다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요. 결국 중요한 건 옷의 형태나 실루엣보다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든, 팬츠에 스니커즈를 신든 자신감과 힘이 느껴진다면 누구라도 아름답고 강인한 여성이 될 수 있죠.
그간 일과 가정을 함께 꾸려왔습니다. 그 둘의 균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어머니와 할머니 모두 늘 일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렵다고 여긴 적이 없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엄마는 ‘행복한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니까요. 그래서 일과 가정을 완전히 분리하기보다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남편과 함께할 때도 그 순간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주변 여성들의 일상적 모습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호기심이 아주 많은 사람이거든요. 누군가가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 모습이나 거리를 걷는 방식,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어떤 소녀가 헤드폰을 쓰는 방식처럼 아주 사소한 순간도 늘 유심히 바라봅니다. 제가 디자인한 옷을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스타일링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해요. 같은 아이템이 다른 사람을 만나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는 걸 보면 굉장히 흥미로워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파리지엔 스타일도 결국 옷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맞아요. 독립성과 자유로움이죠. 파리 여성들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옷을 입어요. 기본적인 아이템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능숙하게 믹스매치하기 때문에 옷이 많지 않아도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고요.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토론을 즐기는 태도도 중요해요. 결국 그런 태도가 그 사람만의 개성을 만드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