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리봇의 요점 정리
  •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펜디 2027 S/S 컬렉션이 밀라노에서 펼쳐졌습니다.
  • 1970년대 이탈리아 TV 속 퍼포먼스와 루치아노 파브르의 작품에서 출발한 무대는 패션과 예술, 대중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시폰과 실크, 레이스와 메시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몸과 옷 사이의 관계를 관능적이고 자유로운 실루엣으로 풀어냈습니다.

거울의 방에서 펼쳐진 펜디의 자유로움.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두 번째 펜디

9월 23일(현지 시간) 밀라노 패션위크 둘째 날, 펜디가 비아 솔라리에 자리한 쇼룸에서 2027 S/S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Maria Grazia Chiuri)가 펜디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레디투웨어 쇼이자, 첫 번째 봄/여름 컬렉션이었는데요. 화려한 공연이나 스펙타클한 장치보다는 하나의 공간 자체에 집중한 실험적인 무대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날 쇼장에는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와 메이지 윌리엄스(Maisie Williams), 스트레이 키즈 방찬, 트와이스 미나, 그리고 아이리스 로(Iris Law) 등의 셀럽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요. 관람객들은 입장에 앞서 시인 E.E. 커밍스의 시구 “나는 네 몸과 함께 있을 때 내 몸이 좋아”가 적힌 초대장을 받으며 곧 마주하게 될 장면들을 저마다 상상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시작된, 특별한 오후 2시의 밀라노였죠.

루치아노 파브르의 ‘거울의 방’. © Giorgio Colombo

루치아노파브르의 거울의 방, 두 개의 오마주가 겹쳐진 자리

이날 쇼장 안에는 거울이 사방으로 반사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물웅덩이가 흩뿌려진 거리를 연상시키는 무대 위로 모델들이 하나둘씩 등장했고, 이들이 공간을 가로지를 때마다 거울에서 비치는 빛이 시시각각 몸을 감쌌습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이 거울의 공간이 1974년 이탈리아 TV 프로그램 ‘밀레루치’에서 가수 아드리아노 첼렌타노(Adriano Celentano)와 라파엘라 카라(Raffaella Carrà)가 선보인 무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거울에 반사되는 착시 속에서 파격적이고 에너제틱하게 춤을 추던 이 장면은 이탈리아 방송 역사상 가장 아이코닉한 신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강렬한 장면을 완성한 배경, 쇼장을 감싼 거울들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거울은 이탈리아 예술가 루치아노 파브르(Luciano Fabro)의 작품 ‘거울의 방(Cubo di specchi)’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반사 표면과 유리, 거울을 활용해 주변 공간을 파편화하고 증폭시킨 예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존재와 부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온 그의 미학적 언어가 가장 잘 담겨 있죠. 그리고 이는 오는 10월 3일부터 피렐리 한가르비코카에서 열리는 회고전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이곳에서는 그가 50년에 걸쳐 완성해온 조각과 설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밀라노라는 도시와 맺어온 그의 오랜 유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이 회고전에 앞서 열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펜디 쇼는 이 예술적인 시선들을 한발짝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였고요. 조각가의 공간적 언어와 텔레비전 역사 속 한 장면이 만나 완성된, 마법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몸과 옷 사이에서 피어난 가장 솔직한 언어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패션은 우리의 언어 중 일부이며, 옷은 신체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E.E. 커밍스의 시구를 쇼장 안의 관객들과 먼저 나눈 것 또한 그 연장선이었죠. 그는 이렇게 신체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우리가 입는 옷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오늘날의 몸이 지닌 욕망을 솔직하게 해석하는 그 자유로움의 순간, 바로 그 안에서요. 그렇게 이번 시즌 런웨이는 관능적이고 유려한 실루엣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무대 위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습니다. 시폰부터 실크, 레이스, 메시 등 다양한 소재의 언더웨어로 신체를 드러내는 동시에 감추는 자유로움을 표현했고, 여우나 양을 연상케 하는 퍼와 레오파드 레더 재킷은 무대에 대담한 에너지를 더했습니다.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와 짙은 톤의 컬러가 주는 대비는 오히려 강렬한 충돌을 일으키며 강인하면서도 동시에 연약한 우리 신체의 본질을 알려주는 것 같았고요. 여기에 거울 위에서 화려하게 반짝이는 시퀸 팬츠와 드레스까지. 몸과 옷, 그 사이의 언어를 가장 솔직하게 풀어낸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식의 관능이었습니다.

펜디 쇼장에 나타난 스트레이 키즈 방찬!

이날 쇼장에 뜨거운 열기를 더한 건 바로 스트레이 키즈 방찬의 등장이었습니다. 그는 레더 카라로 포인트를 준 은은한 광택의 나일론 재킷에 셔츠와 타이, 그리고 블랙 트라우저를 매치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선보였는데요. 여기에 하우스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바게트 백으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완성했습니다. 밝게 염색한 헤어스타일은 이 클래식한 룩과 대비감을 이루며, 그의 분위기를 한층 생기 있게 만들었고요. 글로벌 앰버서더다운 남다른 존재감이었습니다.

관능미가 곧 노출을 의미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대신, 스스로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담아낸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의 이번 2027 S/S 컬렉션. 그가 보여준 펜디의 첫 봄과 여름은 거울 앞에 선 우리 각자의 모습만큼이나 다채롭게 펼쳐졌습니다. 조각가의 공간과 텔레비전의 기억, 그리고 몸이 말하는 언어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인 이 무대가 펜디의 다음 페이지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