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는 이번 시즌 햇빛을 머금은 듯한 강렬한 컬러를 앞세워 스페인의 늦여름 분위기를 경쾌하게 담아냈습니다.
- 한층 가벼워진 실루엣 뒤에는 얇고 부드럽게 다듬은 가죽과 유리 비즈를 세심하게 엮어낸 로에베의 장인정신이 자리했습니다.
- 배우 김희애와 글로벌 앰배서더 송강은 클래식과 스포티를 오가는 스타일로 로에베의 프런트 로를 빛냈습니다.
햇빛을 머금은 컬러와 180년 공예 정신으로 그려낸 로에베의 봄여름.





쇼장을 물들인 컬러의 해방!
지난 10월 2일(현지 시간), 파리 뱅센 성(Château de Vincennes)에서 로에베(LOEWE)의 2027 S/S 컬렉션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오페라 극장과 스타디움의 구조에서 힌트를 얻은 쇼장은 반투명한 천과 하얀 골조만으로 말끔하게 비워져 있었는데요. 그 담백한 런웨이 사이로 민트, 터콰이즈, 옐로, 오렌지처럼 선명한 컬러들이 걸음을 따라 번지며 단숨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모델들은 미로처럼 놓인 벤치 사이를 관객을 스칠 듯 아슬아슬하게 가로질렀죠. 쇼장을 둘러싼 2층의 발코니에서는 그 움직임과 옷의 실루엣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고요.






익숙한 옷에 남긴 위트 있는 균열
런웨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 연출은 이번 컬렉션의 주제와도 묘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잭 맥콜로(Jack McCollough)와 라자로 에르난데스(Lazaro Hernandez)는 세 번째 로에베 컬렉션에서 브랜드의 익숙한 아이템들을 하나씩 꺼내 들었는데요. 다만 그대로 두지는 않았습니다. 재킷은 길이를 과감하게 줄이는 동시에 밑단을 넓게 퍼뜨렸고, 트렌치코트는 몸을 넉넉하게 감쌀 만큼 볼륨을 키웠죠. 데님에 가죽을 섞는가 하면, 단정한 셔츠 사이로 스포츠웨어의 소재와 기능적인 디테일들이 불쑥 등장했고요. 허리 위로 꽃처럼 독특하게 펼쳐 올린 블루밍 플라이 디테일의 팬츠와 허리 선을 말아 올린 스트라이프 스커트는 이번 런웨이에서 재치가 가장 돋보였던 피스였습니다. 여기에 블루와 옐로, 레드 오렌지를 겹겹이 포갠 시어 탱크 드레스는 투명한 소재 위로 컬러를 쌓아 올리며 또 다른 재미를 더했죠.






손끝에서 완성된 스페인의 늦여름
컬렉션 곳곳에는 햇볕에 달궈진 모래와 물기를 머금은 타월처럼 스페인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스며 있었습니다. 강렬한 여름 햇빛을 담은 다채로운 컬러들이 셸 재킷과 유틸리티 코트, 기능성 소재의 아노락 등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스포츠웨어 위로 경쾌하게 녹아들었거든요. 수영모처럼 부드럽게 밀착되는 레더 캡과 아쿠아 슈즈 스타일의 모카신, 볼드한 랩어라운드 선글라스도 늦여름의 정취를 거들었고요. 여기에 몸의 선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시어 슬립 드레스와 다리를 과감하게 드러낸 미니 레더 드레스까지 등장하며 쇼는 관능과 실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습니다.
화려하고 대담한 실루엣 뒤에 조용히 자리한 건 로에베의 유서 깊은 손기술이었습니다. 스트라이프 재킷과 셔츠 드레스는 가죽을 종잇장처럼 얇게 깎는 스카이빙 기법을 활용해 한여름에도 걸칠 수 있을 만큼 가볍게 만들었고, 부드러운 플롱제 나파 레더를 입체적으로 가공해 힘 있게 펼쳐지는 미니 드레스를 완성했죠. 피날레의 쇼츠와 드레스에는 꽃을 입체적으로 수놓아 마치 하나의 조각처럼 빚어냈고요. 공예의 묘미는 세실 파일헨펠트(Cécile Feilchenfeldt)와 함께 만든 반투명 드레스와 셔츠에서 특히 돋보였습니다. 그는 홍합에서 얻은 섬유인 비수스(byssus)와 구리, 재활용 실을 엮어 만든 작품 ‘MYTILULA’로 2025 로에베 재단 공예상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텍스타일 작가인데요. 이번 컬렉션에서는 작은 유리 비즈를 촘촘하게 이어 붙여 몸을 따라 유연하게 흘러내리는 반투명한 피스들을 선보였습니다. 젖은 비치 타월을 둘러맨 듯한 자연스러운 실루엣 너머에느 수많은 비즈를 하나씩 세심하게 엮어낸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죠. 이번 시즌 로에베는 공들인 흔적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늦여름의 느긋함과 여유만을 남겨두며 하우스가 180년 간 다듬어 온 공예의 깊이를 보여줬습니다.


로에베 쇼장을 빛낸 김희애와 송강
이날 쇼의 프런트 로를 찾은 배우 김희애와 송강은 서로 다른 무드의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로에베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송강은 부드러운 그레이 스웨이드 보머 재킷에 화이트 터틀넥을 매치하고, 비비드한 오렌지 팬츠로 포인트를 줬는데요. 런웨이의 대담한 컬러 플레이를 이어가듯 차분한 상의와 과감한 팬츠의 대비로 경쾌한 분위기를 선보였습니다. 한편 김희애는 블랙 니트에 옐로 컬러가 섞인 롱 체크 스커트를 매치해 단정한 실루엣에 생기를 더했는데요. 쇼가 끝난 뒤 마리끌레르와 만난 그는 “내년 봄여름에는 옐로와 블루처럼 컬러풀한 옷에 눈이 갈 것 같다”며 직접 구매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컬렉션이었다는 소감을 전했죠. 스포티한 옷차림에 과감한 컬러를 끌어들인 송강과 클래식한 룩 속에서 색의 재미를 살린 김희애. 익숙한 아이템을 살짝 비튼 두 사람의 스타일링은 이번 시즌 로에베의 태도를 고스란히 옮겨온 듯하네요.


정교한 가죽 공예와 스페인 특유의 드라마틱한 실루엣에 두 디자이너의 편안하고 실용적인 감각을 겹친 로에베의 2027 S/S 컬렉션. 낯익은 요소에 예상치 못한 한 끗을 숨겨둔 로에베식 변주로 클래식한 옷차림에도 숨길 수 없는 장난기가 엿보였는데요. 어쩌면 이번 컬렉션의 묘미는 바로 이 위트 있는 어긋남에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