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마리봇의 요점 정리
  • 과거 레드카펫 협찬에서 드레스의 부속품에 불과했던 브로치가 스타일링을 주도하는 주얼리로 자리 잡으며 남성 스타일링의 인상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 브로치는 재킷 라펠뿐만 아니라 셔츠 소매나 옷의 뒷면, 머리 장식 등 착용 위치가 자유로워 착용자의 개성을 폭넓게 표현해 줍니다.
  • 명품 브랜드들은 맹수나 담쟁이 잎, 안전핀 등 다양한 모티브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브로치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주얼리 메종에서 PR을 담당하던 시절, 영화제나 연말 시상식의 레드카펫 주얼리 협찬을 진행하며 종종 아쉬움을 느꼈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배우들의 드레스(혹은 턱시도), 슈즈, 클러치 백까지 모든 스타일링이 결정된 뒤에야 주얼리 협찬 요청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배우에게 어울릴 것 같은 주얼리가 따로 있어도 이미 선택된 드레스에 어울리지 않으면 추천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담당자들은 배우에게 어울리는 주얼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드레스에 어울리는 주얼리를 고를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저는 그 정해진 순서를 뒤집은 아주 특별한 요청을 받게 됩니다. 배우 이정재의 스타일리스트로부터 하이 주얼리 브로치를 찾는다는 연락이 온 겁니다. 당시만 해도 남자 배우들의 레드카펫 주얼리 협찬이라고 하면 시계와 커프스버튼이 대부분이었기에 조금 의외였죠. 더욱 놀라웠던 건 여러 주얼리 메종의 룩북을 살펴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브로치를 먼저 고르고, 그에 맞춰 의상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드디어 주얼리가 스타일링의 마지막 선택이 아닌 첫 번째 선택이 된 것이죠.

브로치는 이렇게 스타일링의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주얼리입니다. 귀걸이는 귀에, 목걸이는 목에 착용하지만 브로치는 재킷의 라펠이나 포켓은 물론, 셔츠의 칼라(Collar) 혹은 소매 끝, 심지어 등 뒤에도 착용할 수 있으니까요. 착용하는 위치부터 함께 매치할 의상까지,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죠.

배우 이정재의 스타일링 이후, 남자 배우들의 브로치 협찬 문의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브로치를 다소 중년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당시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꽤나 인상적인 변화였습니다. 누군가의 새로운 시도가 또 다른 누군가의 스타일링에 영감을 준 셈이죠. 물론 브로치를 즐기기 위해 꼭 레드카펫에 설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한 날의 드레스나 턱시도뿐 아니라, 평소 즐겨 입는 재킷과 캐주얼한 옷차림에도 충분히 잘 어울릴 브로치들을 골라봤으니까요.




앞서 이정재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제안했던 브로치 역시 까르띠에의 팬더 드 까르띠에 브로치(Panthère de Cartier Brooch)였습니다. 이번 팬더는 그보다 한결 작은 크기지만,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몸과 오닉스 반점, 에메랄드 눈까지 까르띠에를 대표하는 맹수의 특징을 빠짐없이 갖췄습니다. 블랙 재킷의 라펠 위에 자리한 모습을 보면 작은 팬더 한 마리가 어깨에 올라앉은 듯합니다. 단정한 재킷에 이처럼 장난기 있는 주얼리 하나쯤 더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라프의 버터플라이 다이아몬드 트랜스포머블 앙 트렘블랑 자보 핀 브로치 및 펜던트(Butterfly Diamond Transformable en Tremblant Jabot Pin Brooch and Pendant). 이름이 상당히 길죠? 그런데 하나씩 풀어보면 이 주얼리의 특징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나비 모티브 위 다이아몬드를 ‘앙 트렘블랑’ 방식으로 다이아몬드가 가볍게 흔들리도록 제작됐고, 길쭉한 핀 형태의 ‘자보 핀’으로 완성됐으며, ‘트랜스포머블’이라는 이름처럼 네크리스 펜던트로도 변형할 수 있죠. 하늘하늘한 나비의 움직임 감상은 물론, 하나의 주얼리로 두 가지 스타일링을 즐길 수 있으니, 긴 이름만큼이나 활용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불가리의 세르펜티는 고대부터 지혜와 재생, 생명력을 상징해 온 뱀에서 탄생한 컬렉션입니다. 세르펜티 투보가스 브로치(Serpenti Tubogas Brooch)는 몸을 둥글게 말고 고개를 숙인 뱀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죠. 마디마다 이어지는 옐로 골드의 입체적인 구조와 몸을 따라 흐르는 다이아몬드 세팅도 인상적입니다. 날카로운 눈매와 달리 어딘가 차분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 마치 착용자를 지켜주는 작은 수호신 같네요.

부쉐론의 리에르 드 파리 브로치(Lierre de Paris Brooch)는 담쟁이 잎을 다이아몬드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섬세한 잎맥과 날카로운 윤곽 덕분에 작은 잎사귀에서도 생동감이 느껴지죠. 하지만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착용 방식입니다. 재킷의 라펠이 아닌 블랙 셔츠의 양쪽 소매에 여러 개를 나누어 착용했거든요. 평범한 셔츠가 브로치 몇 개만으로 전혀 다른 옷처럼 보입니다. 브로치가 꼭 재킷에만 어울리는 주얼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보다 잘 보여줄 수 있을까요?


자연의 형태를 재현하는 것만큼이나, 익숙한 상징을 자신만의 메종들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도 주얼리 디자인의 매력입니다. 티파니앤코의 엘사 퍼레티™ 오픈 하트(Open Heart)는 펜던트로 워낙 유명한 디자인이지만, 이번에는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한 화려한 브로치로 만났습니다. 자연과 인체의 유기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유려한 곡선과 간결한 실루엣을 선보여온 엘사 퍼레티. 오픈 하트 역시 하트의 윤곽을 하나의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한 디자인이죠. 평소 익숙했던 오픈 하트가 다이아몬드를 입고 브로치로 변신하니, 오랜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듯 반갑습니다.

루이 비통의 이딜 블라썸 브로치(Idylle Blossom Brooch)는 메종의 모노그램 플라워를 다이아몬드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각 꽃잎의 윤곽을 따라 크기가 다른 곡선들이 안쪽으로 겹겹이 이어지고, 그 사이에 높낮이를 달리해 입체적인 볼륨감을 완성했죠. 과거 루이 비통에서 근무할 때, 코스튬 주얼리와 파인 주얼리를 같은 선상에 놓고 가격을 비교하는 고객님들을 만나면 내심 야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브로치만큼은 그런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누가 봐도 파인 주얼리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샤넬의 루반 브로치(Ruban Brooch)는 메종을 상징하는 리본을 한층 간결하고 현대적인 형태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가느다란 리본이 교차하며 매듭을 이루고, 양쪽 끝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렵하게 뻗어 있죠.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완성한 직선적인 실루엣이 오히려 리본 특유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블랙 재킷 위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습도 인상적이고요.

마지막으로 소개할 제이콥앤코는 지드래곤이 즐겨 착용하는 화려한 시계로도 유명하지만, 파인 주얼리에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메종입니다. 수갑과 페이퍼 클립, 카지노 룰렛 등 일상적인 물건부터 유희적인 소재까지 주얼리로 재해석하는데, 시큐러스 다이아몬드 핀(Securus Diamond Pin)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안전핀에 매달린 이블 아이(Evil Eye)는 타인의 질투나 악의적인 시선에서 착용자를 보호해 준다는 의미를 지닌 부적이죠. 안전핀에 나쁜 기운까지 막아주는 눈이 달렸으니, 이보다 든든한 주얼리가 또 있을까요? 안 좋은 일이 다가오다가도 슬그머니 발길을 돌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덟 점의 브로치를 살펴봤지만, 브로치의 재미는 디자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디에, 어떻게 착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니까요. 최근 불가리 에클레티카 하이 주얼리 이벤트에서 배우 변우석이 재킷 뒷면의 칼라(Collar) 바로 아래에 브로치를 착용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뒷면에도 브로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리고 웃어 보이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죠. 과거 주얼리 PR로 일하던 시절, 마리끌레르의 한복 화보에서 패션 에디터가 브로치를 전통 머리 장식인 떨잠처럼 연출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렇게 의상의 앞뒤는 물론 머리 위까지, 원하는 위치에 여러 점을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으니 브로치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주얼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브로치의 매력을 잘 알고, 여덟 점이나 열심히 이야기해 놓고도 정작 제 보석함 안에는 브로치가 단 하나도 없다니. 새삼 서글프네요.

Q&A
AI 마리봇의 Q&A
A
배우의 모든 스타일링이 결정된 뒤 주얼리 요청이 와서 배우에게 어울리는 주얼리가 아닌 드레스에 어울리는 주얼리를 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A
마음에 드는 하이 주얼리 브로치를 먼저 고른 뒤 그 브로치에 맞춰 의상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으로 스타일링 순서를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A
귀걸이나 목걸이와 달리 재킷 라펠, 포켓, 등 뒤, 셔츠 소매, 머리 위 등 착용 위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