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boys in pedal cars crossing finishing line on race track

먼저 묻고 싶다. 당신은 작은 차를 좋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 둘 다 경차다. 소형차는 아니다. 우리나라 경차의 기준은 꽤 까다롭다. 크기는 너비 1.6m 이하, 길이 3.6m 이하, 엔진 배기량은 1000cc 이하여야 한다. 그래야 공영주차장 주차료도, 고속도로 통행료도 반값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 기준이 넘으면 소형차다. 그래서 깜찍한 피아트 500은 경차가 아니다. 요즘 팔리는 스파크는 나온 지 1년 반쯤 됐지만 계속 잘 팔린다. 모닝은 올해 초 새로운 버전(3세대)을 내놨다. 서로가 20년째 라이벌로 살아왔다. 가격대를 보면, 스파크는 9백90만원대부터, 모닝은 9백40만원대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실제 주력으로 팔리는 건 자동 기어에 웬만한 편의 옵션들-예를 들어 후방 카메라나 내비게이션, 열선 시트 등이 포함된 1천3백만원대 상위 트림이다. 무리라 할 만큼 큰 금액은 아닌 듯 하지만 24개월 무이자로 돌려도 한 달에 50만원은 내야 하니 은근히 부담이다. 그런데 이 차들은 가끔 무이자 할부에 사은품으로 노트북도 주고 김치냉장고도 준다. 신입사원들, 신입생 이 많아지는 연말과 봄 사이에 더욱 그렇다. 20대와 작은 차를 한 대쯤 더 갖고 싶은 가족을 노린다는 뜻이다. 최신 모델인 모닝은 초기 3주 만에 8천 대가 넘게 팔렸다. 20대 고객 중 57%가 여성이었다.

모닝과 스파크, 두 차를 같은 길에서 연달아 몰며 비교해봤다. 작은 차가 고마운 곳을 떠올렸다. 좁고 굽이진 골목길이면서도 배기량이 적은 차의 미덕인, 고연비를 실현할 길이 필요했다. 먼저 서울이라면 성북동에서 헌법 재판소를 거쳐 삼청동 골목이나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낫겠다. 무엇보다 경차의 한계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고지대다. 예상대로다. 모닝도, 스파크도 언덕을 바로 올라가기엔 힘이 부친다. 수치상 1500~1600cc 이하, 120마력 이하는 솔직히 그럴 수 있다고 마음을 내려놓고 달리자. 평지에서 속도를 계속 높여 놓지 않으면 언덕 직전에서 엄청난 엔진 소리를 내며 답답하게 올라간다. 원래 살던 사람들에게도 성북동 길은 좁고 고개가 높으며 맞은편에서 다른 차가 오면 가끔은 후진을 해서 빼줘야 하는 고난도 코스다. 하지만 힘을 포기하면 나머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파크는 LT, 테크-C 정도 트림이면 새로 나온 모닝 프레스티지 트림하고 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둘 다 후방 카메라가 뒷길을 밝게 비춰주고 주차 안내선도 큰 왜곡 없이 비췄다.

경차를 타는 참 기쁨은 주차가 어려운 골목 한편, 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 봉투를 살짝 치우고 전봇대와 카페 문 앞자리에 ‘갖다 넣는’ 데 있지 않은가. 어디든 신나서 세웠다. 가다가 낯선 길이라 유턴을 하더라도 두 번 돌릴 일이 없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모닝은 차의 앞코 길이가 스파크보다 1m 정도 짧아서 (4.7m) 한 바퀴 휙 돌릴 때 회전 반경도 짧다. 과격하게 돌리는 걸 즐기는 사람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스티어링 휠까지 작은 건 아니다. 보통 체격의 여자 손에는 그리 콤팩트하지 않다.

알뜰한 경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코스가 있다. 15km 이상 가는 내부순환로와 상암동, 일산과 자유로 사이 같은 고속 주행 구간이다. 마구 치고 나가는 남의 차에 분노하지 않고 마지막 차선쯤에서 내 페이스 그 대로 80~100km를 유지하며 달렸더니, 막히는 도심에서 연비가 리터당 8.9~9.7km쯤 나오던 스파크는 15km 이상, 모닝은 무려 19.7km까지 돌변했다. 도심에서 ‘꼬마차’라 걱정했던 괜한 콤플렉스가 사라지고 작은 엔진의 기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공식 연비는 14.7~15.1km/L, 스파크가 14.7km/L(모두 자동, 복합 연비)다. 즉 배운 그대로 평온히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더 높일 수 있다.

각설하고, 둘 중에 어떤 차가 더 나으냐고 물으면 참 대답하기 어렵다. 누가 낫고 못하고를 떠나 스타일이 다르다. 굳이 운전감으로만 따지자면 핸들링을 논할 정도로 운전에 흥미가 있는 사람에겐 스파크가 낫다. 80km 이상 운전하지 않는 쪽이라면 모닝이 마음에 들 것이다. 어쨌든 모닝이 스파크 보다 늦게 나왔기 때문에 편의 사양은 좀 더 낫긴 하다. 컵홀더도 툭 치면 양쪽 사이가 벌어져서 큰 스마트폰이나 장지갑을 대충 놓을 정도로 공간을 만든다. 하지만 브레이크는 다소 뻣뻣하고, 핸들링은 부들부들하지만 장거리를 달리면 그게 또 약점이 될 수 있다. 스파크의 묵직한 주행 느낌은 때로 매끄럽고, 고속에선 더 안정적이다. 독일 차가 단단해서 좋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다. 뒷좌석은 모닝이 넓다지만 일상에서 체감할 수준은 아니었다.

참, 보통은 차를 구입하고 구입비의 7%를 취·등록세로 내야 하는데 경차는 ‘공짜’다. 다만 내년까지만 가능하다. 구입할 예정이라면 그 전에 사야 한다. 아니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해치백 스타일의 소형차를 기다리는 것도 좋겠다. 유럽은 차 길이로 소속을 구분하는데 3.5m 이하면 A 세그먼트, 3.85m 이하면 폭스바겐 폴로와 르노삼성 QM3가 속한 B 세그먼트다. 조만간 B 세그먼트 르노 클리오가 르노삼성의 배지를 달고 나온다. 1.5 디젤 엔진일거라는 추정 외에는 한국 버전은 아직 알려진 게 없지만, 0.5cc 차이에 5백만원을 더 주고 살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스타일도, 힘도 포기 못하는 여성에게 적당히 작은 차란 그런 의미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