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샤넬이 생전 가장 사랑한 꽃이자 샤넬 하우스의 상징인 까멜리아.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는 초록 잎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까멜리아의 강인한 생명력은 샤넬 스킨케어에 영감을 주는 특별한 존재다. 샤넬 뷰티의 대표 수분 케어 라인인 ‘이드라 뷰티’부터 지난해 뷰티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N°1 DE CHANEL’까지, 샤넬 스킨케어의 중심에 있는 까멜리아를 직접 만나기 위해 봄기운이 완연한 3월의 어느 날, 샤넬 뷰티의 오픈-스카이 연구소가 있는 프랑스 고자크(Gaujacq)로 향했다.
가브리엘 샤넬의 발자취 따라,
까멜리아 가든으로
까멜리아를 향한 여정은 가는 길마저 특별했다. 고자크로 가는 길에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남서부의 휴양도시 비아리츠를 경유하게 된 것. 그녀의 자취를 좇는 마음으로 파리에서 TGV를 타고 4시간가량 이동하니 이윽고 프랑스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비아리츠에 도착했다. 이 반짝이는 도시는 가브리엘 샤넬이 꾸뛰르 부티크를 연 장소이자 ‘레 조 드 샤넬’ 향수 컬렉션의 모티프가 된 곳. 생전 가브리엘 샤넬이 휴식을 즐기며 귀족들과 친교를 맺고 하우스를 번성시킨 의미 있는 도시에서 잠시 동안 그의 자취를 느낀 뒤, 까멜리아를 만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더 들어가니 마침내 눈에 닿는 고자크. 차가 멈춰 서고 그 앞에 열린 문으로 들어서자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처럼 키가 큰 레드 까멜리아 나무와 초록 잔디와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막힌 곳 하나 없이 탁 트인 풍경을 보며 감탄하고 있으려니 곧 가이드가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가져와 건넸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비가 오는 지역이라 바닥이 항상 질척하기 때문에 투어를 위해서는 장화가 필수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맑지만 언제든지 비가 쏟아질 수 있다는 말에 가방에 우산과 우비까지 챙겨 첫 투어 장소인 식물원으로 들어섰다.
2천여 종의 까멜리아를
보존하는 식물 정원
첫 투어 장소는 5헥타르에 달하는 식물 정원. 전 세계에서 수집한 2천여 종의 진귀한 까멜리아 품종(이 중에는 1백여 년 전 가브리엘 샤넬이 주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식물에서 얻은 두 가지 묘목이 포함되어 있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준 건 세계적인 까멜리아 전문가 쟝 토비(JeanThoby). 가족 사업으로 5대에 걸쳐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는 그는 이곳에 머물며 과학자이자 재배자로 까멜리아 성분을 연구하고, 까멜리아의 다양성 보존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고자크에서만 재배하는 희귀 품종 화이트 까멜리아 알바 플레나(Camellia japonica Alba Plena) 역시 1998년 쟝 토비의 부모가 샤넬 연구소와 함께 멸종위기에 처해 있던 종을 찾아내 보존한 것.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의해 세계적으로 약 30%의 식물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이렇게 멸종 위기에 처한 까멜리아를 연구하고 보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의 설명이 끝난 뒤 앞을 보니 줄지어 있는 까멜리아 알바 플레나 나무와 그 사이에서 꽃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화이트 까멜리아를 따는 젊은 농부들이 보였다.
이렇게 수작업으로 한 송이 한 송이 정성스럽게 채취한 화이트 까멜리아가 바로 이드라 뷰티의 섬세한 포뮬러가 되리라.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하얀 꽃송이를 보며 지난 밤 바르고 잔 이드라 뷰티 마이크로 세럼의 촉촉한 감촉을 잠시 떠올렸다. 그리고 식물원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 멸종 위기 식물로 지정된 나무, 일본에서 가져온 ‘킨교 츠바키’, 향이 없는 일반 까멜리아와 달리 향을 지닌 하이브리드 까멜리아, 꽃망울이 크고 풍성한 꽃을 피우는 ‘콜라타’, 꽃잎의 빛깔이 진한 ‘블랙 까멜리아’까지 세계 각지의 진귀한 까멜리아가 한데 모인 이색적이고 황홀한 풍경을 감상하며 식물원을 빠져나왔다. 샤넬이 까멜리아에 얼마나 진심을 다하는지 새삼 실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