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 터틀넥 풀오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부담감이 컸어요.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개봉하기 전까지 많이 불안했어요. 저한테는 버거운 역할이었고, 존재감이 큰 선배님들이랑 함께했고, 그 안에서 제가 한 부족한 연기가 튀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고요. 개봉 후 많은 분이 좋게 이야기해주어서 조금 안심했죠.” 이번 영화를 찍으며 그는 삭발을 했고, 실제로 굶으며 10kg까지 감량했으며, 끔찍한 고문 장면을 소화해냈다. 나도 모르게 임시완이 아니라 영화 속 ‘진우’를 만난 것처럼 물어보게 되었다. 이제 몸은 괜찮아졌느냐고.
“고문당하는 장면이 임팩트가 강하다 보니 많은 분이 몸은 괜찮으냐며 안부를 물어보세요. 올초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 대신 <변호인>과 관련된 이야기만 들은 것 같아요. 근데 그 장면에서는 고통을 가해야 하는 입장인 곽도원 선배님이 더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저는 그 신 찍고 오히려 두 발 뻗고 잤는데, 선배님께서는 심적으로 괴로우셨는지 밤에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블랙 터틀넥 풀오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왕관 데멘드 데 뮤테숑 바이 커드(Demande de Mutation by Kud).
“처음에는 데뷔만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데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더라고요. 잘하는 사람도 많고 치열한 이곳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계속 활동을 하는 게 나만의 욕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드라마 <해를 품을 달>로 연기라는 걸 접하게 됐어요. 그때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리고 이제 임시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제국의 아이들이 아니라 <변호인> <미생 프리퀄> <스탠바이> <해를 품은 달> 같은 배우로서 쌓은 필모그래피가 먼저 떠오른다. “가수와 배우, 어느 쪽을 택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어요. 제 진로는 대중이 결정해줄 거라고요.”

안에 입은 니트 스웨터 쟈딕 앤 볼테르(Zadic & Voltaire), 레더 믹스 보머 재킷 올세인츠(All Saints), 데님 팬츠 카이아크만(kai-aakmann).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작품도 잘 만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때 시에 완벽할 완이라는 좋은 이름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저한테는 마치 부적 같아요. 어떻게 이런 운이 따르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게 이름밖에 없어요(웃음). 본인이노력한다고 해서 그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공평한 사회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을 얻어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결과가 투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용기 있게 도전하고,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욕심을 부리는 분들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인 것 같아요. 이번에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사실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철저하게 준비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에 하던 공부를 접고 연습생으로 연예계에 뛰어든 것. 그리고 이번 영화 <변호인>을 하기로 한 것. 아, 그리고 최근에 정글에 다녀온 것. 이 정도가 저의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정글도 참 좋았어요. 물론 쉽지는 않았는데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경험 해본 거니까요.”

블랙 레더 패치 팬츠 씨와이 초이 바이 커드(Cy Choi by Kud), 블랙 터틀넥 풀오버,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오버사이즈 코트 데어 로에(Der Ro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