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프린트 화이트 셔츠 모두 블라인드니스 바이 커드(Blindness by KUD).

피어나는 배우, 조승현

“좋은 냄새가 나는 여자가 좋아요.
그 사람만의 향이 있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냥 담백하게 말할 것 같아요.
우리 결혼할래?”

풋풋한 스무 살 배우 조승현은 요즘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를 사랑하는 휘경의 아역을 연기하고 있다. 최고의 선배 배우들과 함께하는 현장이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한다. 학창 시절, 혼자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것 외에 다른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결정적인 영화는 배우 정우가 출연한 <바람>이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서 열 번도 넘게 본 것 같아요. 10대 시절의 아픔과 갈등, 철들어가는 과정의 고통 등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어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시트콤 캐릭터처럼 ‘허당’ 면모를 보일 때는 영락없이 장난기 많은 소년이지만, 자신이 본 영화와 인물들을 이해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이미 천생 배우다. 언젠가 센 역할도 연기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이유가 있는 사이코 연기. 보는 사람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남자는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처럼 섹시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남자다. “하나 아쉬운 건 연애를 많이 못해봤다는 거예요. 연애하고 싶어요. 근데 일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사람을 만날 날이 정말 올까요?”

 

블랙 재킷과 팬츠 모두 우영미(WooYoungMi), 구름 패턴 셔츠와 니트 스웨터 모두 겐조 바이 분더샵 앤 컴퍼니(Kenzo by BoonTheShop & Company), 구두 로크(Loake).

서하준의 등장

“<트와일라잇>의 한 장면처럼 달빛이 비치는
바다에 들어가서 사랑을 고백하고 싶어요.”

이렇게 반응이 소란스러운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다. 방송 내내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지만 <오로라 공주>의 시청률은 언제나 높았고, 드라마 내용과 관련한 검색어가 포털사이트를 오르내렸다. 그리고 드라마는 서하준이라는 배우를 남겼다. 드라마 중간에 조연으로 투입되었다가 결국 여주인공의 남편이 된 그에게 지난해는 기적 같은 한 해였을 것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보고 배우를 꿈꾸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고, 그 뒤론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연기했으며, 그러다 찾아온 슬럼프 때문에 잠시 무대를 떠났던 그가 다시 연기할 수 있게 된 작품을 만났으니 말이다. 처음 경험한 드라마, 처음 생긴 팬, 그리고 처음 가본 시상식, 온통 첫 경험이던 지난 한 해는 신기한 일 투성이기도 하다. 연말 방송국 시상식이 끝나고 그가 등장한 사진 한 장이 화제였다. 수상자 모두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었는데, 서하준은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진 안에 담겨 있었다. “시상식에 처음 가본 거라 모든 게 신기했어요. 그 많은 배우가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제가 그곳에 있는 것도. 그래서 시상식 내내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어떤 다른 ‘처음’이 그에게 펼쳐질지는 모르겠다. 길을 가다 비를 맞기도 하고 발을 삐끗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배우라는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첫걸음을 잘 내디딘 것만은 분명하다.

 

플라워 프린트 수트와 옐로 컬러 베스트 암위(AM.WE), 그레이 티셔츠 시에로(Siero), 슈즈 길옴므(G.I.L Homme).

괜찮은 남자, 강하늘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진이 있어요.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같이 찍은 유명한 사진요.
저의 프러포즈 상대도 그런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는,
예술적인 온도가 맞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막 스물다섯 살이 된 이 남자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하늘색일 것 같다. 튀지 않고 편안한, 하지만 깊고 풍부한 색이다. 얼마 전 우리는 드라마 <상속자들>로 그를 알게 되었다. 빛나는 청춘이 대거 등장한 드라마에서도 강하늘은 눈에 띄었다. “저는 그냥 이렇게 생각했어요. 화려한 꽃들 사이에 들꽃이 있으면 오히려 들꽃에 시선이 가잖아요. 튀지 않는 편안함이 연기자로서 제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성장한 그는 여전히 무대를 너무나 사랑한다. 2013년은 드라마 <몬스터> <투윅스> <불온> <상속자들>로 질주한 한 해였다. 행복했지만, 동시에 주변 사람을 챙길 여유도 없이 달린 불행한 한 해이기도 했단다. 유명해지기 위해, 스타가 되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스타가 뭔지도 모르겠고, 빨리 위로 올라가기는커녕 올라가고 싶은 생각조차 없고, 느려도 좋고, 머물러 있어도 좋고, 저는 그냥 좋은 작품에 속해 있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가진 것을 쓰는 것보다 채우는데 관심이 많은 그는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챙겨 보고, 촬영날에는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데미언 라이스를 들으며 왔고, 촬영이 끝나고 나면 무에타이를 하러 간다고 했다. 강하늘이 생각하는 괜찮은 남자는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남자다. 어느 위치에 있든 안주하지 않고 자기 전에 짧게나마 하루를 돌아보는 남자. 생각해보니 썩 매력적이다.

 

오렌지색 터틀넥 풀오버, 블랙 패턴 수트 모두 길옴므(G.I.L Homme).

서프라이즈 서강준

“막연하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바다를 가르는 크루즈 위에서의 프러포즈?
바다 위에서라면 제 마음이
더 로맨틱하게 전해질 것 같아요.”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서강준에게서는 이런 것들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 나이 또래의 발랄함, 철없음, 치기 어린 청춘 같은 것. 샛노란 머리를 하고 <방과 후 복불복>으로 세상에 처음 얼굴을 알린 그는 <수상한 가정부>에서는 반항적인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여기까지는 예측해볼 만하다. 그런데 그가 단막극 <하늘재 살인사건>에서 보여준 연기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드라마에서 그는 어머니뻘의 여자를 사랑한다. 이 젊은 배우와 문소리의 조합은 애절했고 애틋했다. 그렇게, 데뷔한 지 고작 4개월 만에 노란 머리 고등학생은 가슴 아픈 사랑을 연기하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서강준은 배우 아이돌 그룹 ‘서프라이즈’의 멤버 중 한 명이다. 노래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연기 하는 아이돌이 서프라이즈의 모토다. 숙소와 연습실만을 오가며 꼬박 2년을 보내고, 이제 연습실이 아닌 현장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언젠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좋은 작품으로 신인상을 받아보고 싶다는 꿈, 하지만 그 전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 주상욱, 이민정과 호흡을 맞추게 될 <앙큼한 돌싱녀>를 시작으로 2014년, 그의 꿈과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질 것이다.

 

베이지색 재킷 보기(Boggi), 플라워 프린트 셔츠 길옴므(G.I.L Homme), 그린 컬러 팬츠 매료(MAERYO).

정동현의 신세계

“달콤한 말을 하기보다는,
평생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남자를 어디에서 봤을까? 매거진 화보에서 봤다. 선 굵은 외모와 훤칠한 키의 정동현은 다수의 패션지와 런웨이에서 모델로 활동했다. 그리고 <추노>의 곽정환 감독의 최근작인 tvN 드라마 <빠스껫볼>을 시작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의 전환점이죠. 연기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니까요. 참 재밌고, 신기하고, 맛보기나마 그 캐릭터로 살아 있는 느낌을 받은 순간도 있었어요. 앞으로 5년 동안 갈고닦아 좋은 연기자가 되어 다시 곽 감독님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마리끌레르>와의 촬영 당일, 정동현은 스물 일곱 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했던 기억도 없고, 촬영 끝나면 친구들이랑 밥이나 먹을 거 같다고 무뚝뚝하게 말하는 그의 첫인상은 천생 ‘남자’다. 포장되거나 멋있는 말은 낯간지러워서 잘 못하고, 액션과 누아르 영화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지만 목표가 생기면 저돌적으로 변한다는 그는 알면 알수록 진국일 듯한 사람이다. “목표가 생기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타고난 사람보다는 노력해서 발전해가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제 시작인 거죠.”

 

재킷 아이벤트리니 바이 존 화이트(Iventurini by John White), 니트 풀오버 리치몬드 바이 존 화이트(Richmond by John White), 팬츠 레스 옴므 바이 존 화이트(Les Hommes by John White), 셔츠 쟈딕 앤 볼테르(Zadig & Voltaire), 로퍼 제너럴 아이디어(General Idea).

유민규의 운명

“함께 여행을 떠나 낯선 곳에서 프러포즈해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운명을 가르는 선택의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과 전혀 다른 인생을 선택하게 되는 그런 순간. 이를테면 이런 거다. 학창 시절 김덕수 사물놀이패 단원이 되어 해외 공연을 다니며 무형문화재가 되기를 꿈꾸다 어느 날 갑자기 모델이 되기로 결심한다거나, 런웨이의 제법 잘나가는 모델을 관두고 배우 오디션을 보기로 한다거나, 반짝반짝 빛나는 꽃미남이 등장하는 드라마로 데뷔했지만 연극 무대와 퀴어 무비 등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선택. 유민규는 그렇게 운명의 선택 끝에 괜찮은 배우로 다듬어지고 있다. 장구를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는 어느 날 누나의 제안으로 모델을 결심했고, 우연히 오디션 프로그램인 tvN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에서 최종 우승을 하며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데뷔했다. 실수투성이였지만 무대에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심장이 쫄깃해지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에서는 동성애자를 연기했다. 이 예사롭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그를 요즘은 일일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에서 볼 수 있다. 귀찮은 여자를 떼어놓기 위해서라면 여장도 마다하지 않는 엉뚱하지만 귀엽고 유쾌한 부잣집 도련님이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다. 어쩐지 그와 닮은 구석이 있다. 9등신도 더 되어 보이는 이 꽃미남이 사실은 검도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엉뚱한 이력이 그렇고, 혼자 배낭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외로운 건 싫어해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곧 잘 친구가 된다는 그의 유쾌한 성격이 그렇다. 언젠가 ‘기이한 천재’를 연기하고 싶다는 이 남자의 운명,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