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화보
니트 스웨터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지금은 많이 회복됐어요. 얼마 전에도 병원에 다녀왔고요.” 급성 골수염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후 숨 가쁘게 드라마 촬영을 끝낸 지수가 말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촬영이었지만 지수는 내내 집중했고 긴장이 풀린 후부터 한두 마디 농을 걸기도 했다. 지수는 약간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한참을 뜸들이며 조용조용 이야기한다. 자못 나이보다 많은 무게를 지려는 듯 보였는데 입가에 예쁜 주름이 지게 소리 없이 웃을 때는 영락없이 개구쟁이 소년 같았다. 이 트렌디하고 매력적인 얼굴로 지수는 올 한 해 네 작품에 연달아 출연했다. JTBC <판타스틱>을 마지막으로 2016년의 활동을 마무리한 그는 바로 차기작인 JTBC <힘쎈여자 도봉순> 준비에 들어갔다. 열정적으로 자신이 맡은 역할 ‘인국두’를 소개하던 지수가 말을 멈추고 혼잣말을 하듯 조용히 덧붙였다. “잘해보겠습니다, 제가.”

 

지수 화보
코트, 민소매 티, 레오퍼드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ryong Homme).

공식적으로 올해 작품 활동이 끝났다. 차기작은 내년 2월 방영 예정이니 올해 활동을 돌이켜볼 만하다. 빠르게 지나갔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아쉽다. 더 잘했어야 하는데. 나아가서는 내가 이렇게 했구나, 하나씩 쌓여가는구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구나 하고 생각한다.

모델 출신이라 해도 수긍할 만한 외모인데 의외로 필모그래피가 질서 정연하다. 연극부터 독립영화, 상업적인 작품까지 차근차근 밟아왔다.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왜 하필 연기를 택했나? 열여섯 살 12월 무렵이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뭐 좀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에 택했다기보다는 ‘한번 해볼까?’ 하고 찔러본 느낌에 가깝다. 무의식중에 영화를 좋아한 영향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연기 학원을 다니던 친구 덕이 크다. 그런 학원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어떤 세계인지 탐험하는 느낌으로 배우다 보니 재미를 느꼈고 깊이 들어가게 됐다. 처음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극단을 차려서 극단 생활을 하며 많은 걸 배웠다. 배우로서 방향성 같은 것들.

필모그래피에서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보다 좋은 작품을 만나려는 노력이 보인다. 어떤 배우가 되길 원하나? 좋은 작품의 일원이 되고 싶다. 좋은 작품 안에서 좋은 연기를 하는 게 배우로선 최상이니까.

 

지수 마리끌레르
셔츠, 체크 수트 모두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작품을 선택할 때 본인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되나? 거의. 컨디션이나 스케줄 때문에 회사와 이야기를 해야 하지만 내 생각과 회사의 생각이 별로 다르지 않다. 회사의 제의로 내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꼽는다면. 다 기억에 남는데 <글로리데이>에 애착이 깊다. 청춘 영화, 성장물을 좋아해서 그런 역할을 늘 하고 싶었고 감독님도 신인이고 동료 배우들도 또래라 합도 좋아서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대화도 많이 한, 추억이 참 많은 작품이다. 드라마도 이런 지점이 있긴 하지만 좀 더 훅훅 지나가는 면이 없지 않으니까.

슬슬 흥행 욕심이 날 때인 것 같은데. 그렇다. 좋은 작품의 기준이 여럿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많은 사람이 그 작품을 좋아하고 재밌게 보는 거니까, 내가 나온 작품도 그런 좋은 작품이 되길 원한다.

내년 상반기에 방영하는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좋겠다. 캐릭터 이름은 ‘인국두’다. 국두. 처음에 이름이 낯설었다. 입에 잘 붙지 않고 발음에서 투박한 느낌이 들지 않나. 근데 ‘국두 국두’ 하다 보니 귀엽게 느껴지더라. 이 캐릭터가 딱 그렇다. 투박하고 원칙주의자라서 딱딱해 보이지만 볼수록 귀여운 ‘츤데레’ 같은 캐릭터다. 엘리트 경찰이지만 똘끼도 있고. 잘해보고 싶다.

tvN 예능 프로그램 <내 귀에 캔디>에 출연했을 땐 의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영화 <her>를 많이 생각했다. 그 간접적 체험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막상 해보니 촬영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진지해졌다. 그러면서 묘한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도 애정이 싹틀 수 있을 것 같던가? 애정까지는 아니고 큰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그 큰 궁금증이 적어도 호감으로까지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 이사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지금도 그곳에서 살고 있나? 지금은 건강 때문에 본집에 들어갔다. 잠깐이었지만 (혼자 지내는 게) 좋았다. 혼자 영화 보고 고독하게 있고.

 

지수 패션 화보
벨벳 수트 김서룡 옴므(Kimseryong Homme), 셔츠 비욘드 클로젯(Beyong Closet), 로퍼 유니페어(Unipair).

쉴 땐 보통 영화 보나? 그렇다. 어제 <무한대를 본 남자>를 봤다. 그 전에는 <로스트 인 더스트>를 봤고. <로스트 인 더스트>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제일 좋았다. 시간 되면 신작 영화는 거의 본다. 공부도 되지만 오락으로.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장르는 가리지 않는데 ‘실화’라는 말 한 마디에 좀 더 집중해서 본다. 더 흥미진진하다. 어차피 실화여도 픽션을 가미하니까 더 현실감 느껴져 재밌다. <무한대를 본 남자>도 그 지점이 재밌었다. 낯선 배경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외국 영화가 더 몰입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왜? 한국 영화는 그 현장을 많이 알아버렸기 때문인가? 타지 사람들을 보는 게 뭔가 더 영화적으로 느껴지는 거다. 외국 사람이 나오는 외국 배경을 보는 게 더 낯선 느낌이 든다. 낯선 언어로, 잘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판타지도 좋아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도 재밌게 봤다. 3D로 봐서 머리가 좀 아프긴 했지만.

작품을 꼭 챙겨 보는 감독은 누군가? 크리스토퍼 놀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우디 앨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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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고 지수가 좋아하는 것들. 친구들 만나기, 커피, 식사. 술은 안 마신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새빨개진다. 이렇게 얘기하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을 텐데 주로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그런다.

주로 어디에서? 집 근처.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누군가 의식하게끔 행동하면 주변이 의식되긴 하는데 되도록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평범하게 보내는 삶을 누리는 게 되게 좋다.

뭐든지 뜻대로 된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사람들과 어떤 연말을 보내고 싶나? 질문이 다 참 좋은 것 같다.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아주 친한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콕콕 집어서 뜨거운 나라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면 좋지 않을까.

크리스마스랑 연말 중에는 역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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