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하나의 일을 할 때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갖기란 불행히도 쉽지 않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드물고 남은 그 소수의 사람들은 무엇이든 귀중한 것을 이룬다. 한뜻을 가진 동료를 만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복인데 하이라이트는 그런 동료가 다섯이나 된다.
멤버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면서 하이라이트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명히 각인한 이들이 두 번째 미니 앨범이자 데뷔 8주년 기념 앨범 <CELEBRATE>를 발매했다. 녹록지 않았던 지난날에 얽매이기보다 쿨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며 지금의 자신들을 축하하기로 한 것이다.
큰 소리 내지 않으며 들어와 한 명씩 촬영을 시작한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필요 이상으로 들뜨는 일 없이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빠르게 해냈고 대화를 나눌 때도 완급을 적당히 조절할 줄 알았다. 멤버마다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뮤지컬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며 동시에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는 법을 일찍이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촬영이 모두 끝났을 때에야 스튜디오는 여느 아이돌 촬영장처럼 시끌벅적해졌는데 모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모습이 건설적이고 현명하게 느껴졌다.
“무조건 잘될 거야 하고 낙관하는 멤버도 없고 안 되면 어떡하지 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멤버도 없어요. 어떻게 하면 잘될지 생각해보고 해야 할 일과 불필요한 것을 멤버들, 회사 식구들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죠.” 하이라이트의 생각을 똑똑하게 정리해서 대변하는 양요섭의 말이다. 서로를 향한 진득한 애정과 나아갈 길을 효율적으로 모색할 줄 아는 이들의 방식을 엿보면서 하이라이트가 새로 만들어가는 길이 쉬이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좋은 느낌이 들었다.
데뷔 8주년 앨범을 발매했어요.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준형 변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부분에서 우리가 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의 우리이기에 대중이 ‘아, 이들이라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받아들일 만한 이야기를 담았죠. 기광 자작곡으로는 준형이가 타이틀 곡을 포함한 네 곡을, 제가 ‘Love Like This’라는 곡 하나를 만들어 수록했어요.
컨셉트나 뮤직비디오 같은 부분에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반영했나요? 요섭 저희 의견을 반영하지만 팀으로 활동할 땐 각자의 색깔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우리 앨범을 전체적으로 프로듀싱하는 준형이가 타이틀 곡을 들려주면 그에 맞게 팀으로서 생각하려 애쓰죠. 영상이나 재킷 사진에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우리를 타이틀 곡 분위기에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20대 초반부터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각자 해보고 싶은 것도, 멋있게 느끼는 것도 달랐을 텐데 그걸 하이라이트라는 팀의 느낌으로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기광 대화를 많이 했죠. 20년 가까이 다 따로 살던 친구들 여럿이 모여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생활 패턴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달라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그간 대화를 하면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일에 관한 부분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요섭 지금은 좀 수월한 편이에요.
8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팬들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할 것 같은데요. 요섭 맞아요. 팀 이름도 바뀌었고 우리가 회사를 설립하면서 둥지도 바뀌었죠. 그 모든 과정을 같이 견디고 버텨주신 분들이잖아요. 미안한 마음이 많고 고마운 마음도 무척 커요. 다른 가수들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팬부심’이라고 해야 할까? 팬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하이라이트가 생각하는 자신들의 색깔은 뭔가요? 기광 즐거움인 것 같아요. 편하고 즐거운 것. 비스트 시절과 다르게 음악적으로도 하는 우리가 즐거운 걸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하는 우리가 즐거우니 보는 분들도 즐겁게 느끼는 것 같아 좋아요.
아티스트 자신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서 더 그렇겠죠? 준형 우리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무척 수월해요. 그렇다고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우리끼리 얘기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결과가 어떻게 되건.
개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최근 다른 팀원이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거나 인상 깊게 느낀 적이 있나요? 멤버 전원 어제, 어제.(웃음) 요섭 두준이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전동 휠을 타는 장면이 있어서 촬영 전에 꽤 연습했거든요. 광주 콘서트 때부터 계속 타고 다녔어요. 어제 우연히 그 드라마를 모니터링하게 됐는데 되게 웃기더라고요. 감독님이 육성재 씨가 어디선가 보여준 모습을 오마주해서 패러디하는 장면을 넣고 싶어 하셨다는데 굉장히 웃긴 (웃음) 장면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서로 모니터링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기광 보이는 대로 하는 거지, 찾아서 보지는 않아요. 두준 채널 돌리다 나오면. 기광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보다가 보이면 봐요. 서로 링크를 보내주거나. ‘어? 두준이가 몇 시에 나오지?’ 이렇게 기다려서 보지는 않아요.(웃음)
얼마 전 트위터에 ‘하이라이트 대유잼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닌 영상 알아요? 다 같이 다이빙하려고 섰다가 두준 씨 혼자 다이빙한 거. 기광 나 잘 때 찍은 거? 두준 페이스북을 강타한.(웃음) 요섭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해요.
준형 씨가 <이불 밖은 위험해>에 나온 모습은 어떻게 봤어요? 기광 되게귀여웠어요. 준형이 특유의 말투가 있거든요. 그 방송에서 다른 사람들 방에 차례로 들어가서 ‘근처에 레일바이크가 있대’ 하고 말하는데 딱 낯가리는 준형이 본모습이더라고요. 그 익숙한 모습이 보여서 재밌고 귀여웠어요.
예능 프로그램, 음악 방송 다 포함해서 일하면서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은 언제예요? 준형 콘서트나 앨범 활동 등 다 같이 큰 프로젝트 하나를 끝냈을 때 요. 혼자 뭔가 해냈을 때도 좋지만 다 같이 힘들게 준비해 끝내고 회식할 때가 제일 좋아요.
술자리를 좋아하나요? 요섭 아뇨, 다들 회식할 때나 한두 잔 하는 편이에요.
보통 쉬면 뭐 하고 지내요? 요섭 그냥 게임하고 운동하고.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취미 정도로 즐겨요. 특별할 것도 없고.
동운 씨는요? 동운 얼마 전에 이사했거든요. 장식장에 피규어 정리하는 거 좋아해요.
피규어 수집하세요? 동운 네. (휴대폰을 뒤적이며) 보여드릴까요? 요섭 피규어 자랑을 저렇게 항상 해요. 기광 자랑하는 동운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 두준 아주 오래됐거든요. 홧김에 하는 줄 알았는데 5~6년째 하고 있으니까, 어유. 요섭 처음엔 형들 웃겨주려고 하는 줄 알았어요. 사진 못 찾겠으면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려. 동운 저는 이런 거 정리하는 게 좋아요. 자리 배치도 새로 하고 장르에 따라 배열도 바꿔보고. 요섭 신기해.
다른 분들은 운동으로 많이 푸는 것 같고 준형 씨는 언제 그런 기분을 느끼나요? 준형 딱히 하는 건 없는데 저도 운동을 거의 맨날 가긴 해요. 요섭 좀 달라요. 기광이, 두준이는 밖에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저랑 준형이는 헬스장 가는 걸 좋아하고 동운이는 잠깐 쉬고 있는데…. 동운 헬스를 좋아하는데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서….(일동 폭소)
이번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을 각자 하나씩 추천해줄래요? 요섭 ‘Celebrate’. 가사를 보면 우리의 비스트 때부터 연대기라고 해야 할까? 그게 전부 들어 있는데 슬프게 녹여낸 게 아니라 신나게, ‘우리 지금까지 이렇게 잘해왔으니까 앞으로도 함께 잘해봅시다’ 하는 의미가 담긴 곡이라서 꽤 오랫동안 좋아할 것 같아요, 이 곡을. 기광 타이틀 곡인 ‘어쩔 수 없지 뭐’. 모든 이들이 이 곡의 가사에 공감할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데, 나쁜 일은 혼자 견디기 버거울 때가 있잖아요. 오늘이 지나가도 내일이 있잖아 하는 느낌의 가사가 공감이 가고 좋아요. 요섭 좋지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 모든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노래예요. 동운 ‘Love Like This’. 이번 앨범의 곡은 다 좋으니까 제 보컬이 가장 마음에 들게 나온 이 곡을 추천할게요.(일동 폭소) 요섭 이해해. 녹음할 때 딱 느껴지거든요. 요거 잘됐다. 준형 저는 사실 다 애착이 가는데 이번 앨범에서 한 곡을 추천한다면 ‘Celebrate’요. 그동안 팬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곡은 대부분 어딘지 안타깝고 애틋한 느낌이 많았는데 이번엔 ‘우리 오늘 너무 기분 좋으니까 오늘을 기념하자’라는 느낌의 곡이어서 가사를 보면 ‘아, 이들이 그동안 어떻게 해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요섭 팬들은 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가사가 참 좋아요. 동운 애틋하고 슬픈 감성의 노래보다 오히려 더 가슴이 뜨거워지는 노래예요. 가사에 팬들과 우리만 아는 이야기, 우리만 아는 유행어가 들어 있어요. 기광 추카추카추…? 준형 우리가 만든 건 아니고 그냥 자주 썼던 말. 동운 우리만의 유행어예요. 제가 만든 거잖아요. 두준 (단호하게) 아니에요. 보아 선배님 노래 가사에 있었어요. ‘ID:peaceB’라는 곡에. 요섭 오케이, 오케이. 내가 이따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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