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장 큰 화제였던 콘텐츠를 꼽는다면 두말할 것 없이 <프로듀스 101>(이하 ‘프듀’)일 것이다. 노골적인 쇼 비즈니스에 몇몇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시청을 시작했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자신의 소년’을 찾아냈고,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생방송 무대에서 온몸을 떨며 최후의 11명으로 호명되길 기다리던 소년들. 무대 한편에는 같은 꿈을 키웠던 탈락자들이 친구들의 데뷔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꿈에 그리던 데뷔를 이룬 친구들을 향한 벅찬 감정이었는지 손에 닿을 듯한 기회를 놓친 아쉬움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레인즈(RAINZ)멤버 전원도 그 안에 있었다.
모든 면에서 성공적으로 끝이 난 쇼에서 소년들의 꿈만 계속 되고 있었다. 그들의 성장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의 팬들은 지금껏 응원해온 소년이 다시 기한 없는 연습생 생활에 몰두해야 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다. ‘프듀’에서 만나 친구가 된 일곱은 그렇게 ‘레인즈’가 되어 데뷔 앨범 <SUNSHINE>을 발매했다.
‘프듀’에 출연하는 동안 레인즈 멤버들은 ‘목소리가 좋다’거나 ‘춤을 잘 춘다’는 이유로 카메라에 한두 번 잡힌 적이 있다. 그 뿐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지 알고 있다. 이 글에선 직접 만난 레인즈 멤버들을 처음 본 것처럼 이야기 하고 싶다. 긴 대기 시간에 강아지처럼 스튜디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뛰어다니던,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입덕 영상’ 요청에도 (영상은 @marieclaire_lifestyle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 최선을 다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던 끼와 열정이 충만한 소년들에 대해. 이들의 이름은 홍은기, 이기원, 주원탁, 장대현, 김성리, 서성혁, 변현민이다.
어쩌다 보니 ‘팬들이 데뷔시켜준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기원 ‘프듀’에서 다들 친해져서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따로 만나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가 만나는 날마다 비가 왔다. 만나면 으레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는데 팬들이 그걸 보고 ‘레인즈’라는 이름을 만들어줬고 그 이름으로 데뷔를 하게 됐다.
남자 7명이 밖에서 만나면 뭘 하나? 대현 카페에 가고 영화 보고 쇼핑하고 PC방에도 가고. 성리 공부도 하고. 대현 독서도 좀 하고.(웃음)
결국 ‘프듀’의 국민 프로듀서들이 지금의 팬으로 이어진 것 같다. 출연 당시 힘든 와중에도 느낀 점이 많았을 텐데. 원탁 엄청나게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고 결과적으로 좋은 멤버들을 만나게 돼 감사하고 있다.
서로 첫인상이 기억나나? 원탁 은기는 ‘댄싱킹 선발전’에서 댄싱킹이 되는 걸 보고 처음 알게 됐는데 대기실에서 먼저 말을 걸어줘서 친해졌다. 나보다 형인 줄 알았는데 동생이더라.(웃음) 기원 대현이를 봤을 때 피부가 하얗고 좋아서 ‘모찌모찌’하다고 생각했다. 대현 성혁이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댄싱킹 선발전을 할 때 “형, 다 이기고 오죠”라고 했는데 일단 나한테 ‘형’이라 불러서 놀랐고,(일동 폭소) 성혁이가 머리를 올렸는데 눈썹이 강하게 생긴 데다 자신감 있는 말투 때문에 진짜로 나보다 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눈물도 많고. 하하. 성혁 옆에 있는 현민이와 ‘히든박스’를 같이 했다. 서 로 상대방이 형인 줄 알고 존댓말을 쓰다가 나이를 공개했을 때 둘 다 놀랐다. “아, 99년생, 친구네?” 이렇게 됐다. 무뚝뚝할 것 같았는데 말을 트니까 편해져서 빠르게 친해졌다. 현민 성리 형을 화장실에서 처음 봤는데 손 씻다가 눈이 마주쳐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기분이 나쁜 줄 알고 ‘좋지 않은 일이 있구나’ 하고 밖으로 나갔는데 코믹한 춤을 추고 있더라. 성격이 밝은 형이구나 싶어 이야기를 나눴고 마침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동네에서 만나 밥을 먹곤 했다. 성리 기획사별 퍼포먼스를 끝내고 B반에 가서 원탁이를 처음 봤는데 외모가 예사롭지 않더라. 당시 반의 리더를 맡아 애들을 한 명씩 챙겨주는 걸 보면서, 보통이 아닐 것 같다는 첫인상과 다르게 따듯한 면이 있는 친구라고 느꼈다.
이제 데뷔한 지 한 달 됐다. 음악 방송 외에도 라디오, 팬 사인회, 화보 촬영 등 생각보다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 일텐데 의외로 재미있다고 느낀 일은 뭔가? 현민 팬 사인회. 팬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기원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음악 방송을 좋아한다. 대기 시간이 길어 피곤하긴 해도 무대에서 공연할 때 팬들이 소리를 많이 질러주거든. 그때 느껴지는 전율과 교감, 소통하는 느낌이 좋다. 은기 활동도 활동이지만 하루를 마치고 멤버들과 차를 타고 가거나 숙소에 있을 때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소중하다. 그때가 제일 재밌다.
친해진 상태에서 데뷔를 해서 더욱 그런가 보다. 은기 씨가 팀에서 엄마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대현 찾아보신 건가? 성혁 찾아보셨나? 이런 얘기 실제로 많이 했다. 팀에서 ‘홍엄마’다.
홍엄마 입장에서 이야기해보자. 7명이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떤가? 은기 이제 함께 산 지 3개월 차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모여 같은 공간을 쓰니까 다투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서로 배려와 이해를 많이 해서 편하게 숙소 생활을 하는 것 같다.
가장 씻기 귀찮아하는 멤버는 누군가? 성혁 씻기 귀찮아 하는 사람은 없다. 대현 메이크업을 하고 춤을 추니까 다들 앞다퉈 씻고 싶어 한다. 은기 오히려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는 사람은 있다. 성리 형이 들어가면 기본 40분 정도 쓴다. 너무 깔끔히 계속 닦아내나 봐. 대현 그래서 그냥 같이 씻는다. 기다리기 힘들어서.
요리를 할 여유는 있나? 성혁 거의 없긴 한데 가끔 현민이가 아침을 해준다. 나랑 현민이만 학교를 다니는데 아침에 토스트를 해주기도 하고 한번은 스케줄 없는 날 아침에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깨우더라. 일어나보니 박스 위에 달걀 프라이랑 카레 밥, 치킨, 햄 몇 개 구워서 밥상을 차려놓았더라. 참 맛있게 먹었다. 성리 다 해준다곤 했는데 우린 그냥 잤다. 대현 현민이 공평해. 나도 해준다고 했어.
굳이 나눈다면 멤버 중 누가 고양이과이고 누가 강아지과인가? 대현 이건 서로 이야기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은기 원탁이 형은 고양이. 뭔가 시크한 면이 배어 있다. 부끄러움도 많고. 원탁 은기는 굳이 따지면 강아지 같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잘 웃고 이야기도 잘하고 밝고 명랑하고 늘 뛰어다닌다. 성혁 기원이 형은 의외로 완전 고양이과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다들 안 자고 놀고 있을 때도 빨리 씻고 나와서 이어폰 딱 끼고 컨디션 관리한다고 잔다. 할 말도 딱 하고 약간 마이웨이 느낌이다. 현민 대현이 형은 강아지. 낯 안 가리는 강아지. 안무는 강아지. 기원 성혁이는 개냥이. 그래도 강아지 쪽에 가깝긴 하다. 현민이도 완전 강아지. 사실 현민이가 레인즈의 사랑둥이, 애교둥이다. 친화력도 좋고. 멤버 전원 성리 형은 완전 고양이다.
활동 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다.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할 것 같은데. 성리 데뷔한 지 벌써 한 달이 됐다. 시간으로 따지면 느린 듯 느껴지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빨리 지나간다. 물론 힘들긴 한데 이 시간이 무척 뜻깊고 뿌듯하다.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덕분에 프로다운 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 1년이 지났을 때는 잘 모르겠다.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다.
활동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 은기 멤버들과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내가 연습생 생활을 6년 9개월 정도 했는데 그때부터 꿈꿨던 게 데뷔한 멤버들끼리 놀이공원 가는 거다. 회전목마 앞에서 사진 찍는 게 꿈인데 꼭 가서 같이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 현민 월드 투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서 월드 투어를 하고 싶다. 대현 멤버들이 예능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걸 예능 프로에서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주간아이돌>도 좋고 <라디오스타>나 <아는 형님> 등등.
두 달 뒤면 성인이 되는 멤버가 있다. 스무 살이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민 사실 미성년 때 데뷔해서 학생과 성인의 경계를 잘 모르겠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교복 입고 돌아다닐 나이인데 학교 말고 방송국에 가니까 성인이 되도 뭐가 다를지 잘 모르겠다. 성혁 올해 초만 해도 빨리 성인이 되고 싶다고 징징댔다. 왜냐하면 미성년은 제한되는 게 많으니까. PC방, 노래방, 사우나 모두 미성년자는 밤 10시 이후에 출입이 불가하다. 그런 제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생각했는 데 막상 지금은 뭔가 이상하다.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게 열 살 때 이후로 처음이거든. 그게 익숙하지 않고 진짜 사회로 나가는 느낌에 책임감도 느는 것 같다. 20살이 되고 싶지 않다. 기원 앞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면 ‘병무청’이란 존재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다.(일동 폭소) 대한민국 남자니까. 은기 나는 열아홉 살에서 성인이 됐을 때 되게 우울했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책임감이 갑자기 느껴지고 항상 학교란 울타리 안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갑자기 사회에서 혼자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막내들은 레인즈라는 팀이 있고 활동을 할 거니까 그런 외로움을 느끼는 일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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