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프릴 드레스 딘트(Dint), 펜던트가 달린 볼드한 체인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 모두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아이보리 뮬 레이첼 콕스(Rachel Cox).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인데, 그중 바이올리니스트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곡을 모두 직접 연주해야 해서 바이올린 레슨을 열심히 받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덕분에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을 접했고, 초등학생 때 첼로를 배운 적도 있는데 바이올린은 완전히 다르더라.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야 하는 역할이라 더 쉽지 않다. 함께 출연하는 (박)은빈 언니는 아주 잘한다고 들었는데 걱정이다.(웃음) 그래서 촬영이 없는 날은 오직 바이올린 연주만 생각하며 산다.

극을 쓴 류보리 작가는 실제 바이올린 전공자라고 들었다. 이번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감독, 작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작가님이 드라마에 등장할 곡을 직접 연주해보고 고르셨는데, 대부분 고난도 곡이다.(웃음) 기초부터 탄탄히 배울 시간이 부족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배우들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공연을 보러 가서 클래식 음악과 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감독님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기보다 친구나 동료처럼 모든 출연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신다. 그래서 촬영 현장에서 한결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의 촬영장에서는 연기에 필요한 기술 외에도 보고 배우는 점이 많을 것 같다. 전에는 실수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그런데 요즘은 현장에 가는 게 무척 즐겁다. 편안한 분위기 덕에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 수많은 스태프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과정과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 그래서 조금 실수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촬영 현장이 전에는 마냥 어려웠다면 지금은 부담과 설렘이 공존하는 곳이 됐다.

박은빈, 김민재, 김성철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등장한다. 그들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있나? (김)성철 오빠와 연기를 할때 화면에 나오지 않아도 서로 앞에 서서 리액션을 해주곤 하는데, 상대가 몰입하게 하는 그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몰입하는 순간은 배우가 느끼는 재미 중 하나일 것 같다. 순간적으로 세트 안의 수많은 스태프가 보이지 않는 때가 있다. 대사를 주고받는 상대 배우와 나만 세상에 오롯이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가장 짜릿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지금은 재미보다 어려운 점이 훨씬 많다. 같은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찍는데, 같은 대사라도 어떤 테이크는 잘해낸 것 같고 어떤 테이크는 몹시 부끄럽다. 게다가 대본 순서대로 촬영을 하지 않아서 감정의 흐름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감독님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다.(웃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선배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동경하는 배우가 있나? 천우희 선배를 좋아한다. 연기는 물론이고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닮고 싶다.

훗날 본인의 필모그래피에 꼭 있었으면 하는 배역이 있다면? 코미디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캐릭터. 연기를 시작할 때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분야다. 평소에 개그 욕심이 많거든. 물론 아직 그리 많은 캐릭터를 접해보지 못했지만, 나는 언제든 코미디 연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준비만 되어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코믹 연기’라는 답변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럴 수 있다. 외모나 이미지에서 풍기는 도회적인 느낌 때문인지, 지금까지 맡은 역할이 대부분 차갑고 도도하며 돈이 많은 캐릭터였다.(웃음)

앞으로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전에는 이 질문을 받으면 ‘선한 영향력을 주는 배우’나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라고 대답했는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다. 한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공을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것. 일단은 이것부터 착실히 해내고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다. 물론 늙어서도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은 포부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차근차근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되뇌이는 다짐이 있나? 나는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언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빨리 가면 지칠 뿐이다. 초조한 감정이나 흔들림 없이 굳건히 나아갈 것이다.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을 좀 더 단단히 다지고 싶다.

연기를 뺀 박지현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최근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접했는데 완전 신세계더라. 그동안 왜 컴퓨터 게임에만 집착했는지 후회될 정도로. 몸 쓰는 일도 좋아해서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운동을 즐긴다. 얼마 전에는 댄스 스튜디오에서 힙합 댄스를 배웠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발톱까지 빠졌다.(웃음)

이번 여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드라마는 절반 정도 촬영을 마쳤다. 그러니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바이올린과 함께 보낼 것이다.(웃음) 다만 촬영 현장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되기를, 모두가 지치지 않고 작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계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