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비 와펜 장식 더블브레스트 블레이저 80만원대, 스트라이프 슬리브리스 톱 11만원대, 잉크 컬러 와이드 팬츠 40만원대,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블랙 로퍼 가격 미정 모두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 베이비 블루 케이블 니트 풀오버 20만원대, 잉크 컬러 와이드 팬츠 40만원대,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블랙 로퍼 가격 미정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 베이비 블루 케이블 니트 풀오버 20만원대, 잉크 컬러 와이드 팬츠 40만원대,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블랙 로퍼 가격 미정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옷이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옷으로 부터 힘을 얻기도 하잖아요. 수정 씨에게 옷은 무엇이에요? 사람들은 누군가를 볼 때 옷차림을 많이 보잖아요. 그러면 안 되지만, 무엇을 입었는지에 따라 ‘저 사람은 어떨 것 같다’고 판단하기도 하고요. 이런 면에서 옷이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일을 하면서 비교적 옷을 다양하게 입다 보니 평상시에서는 그다지 꾸미고 다니는 편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랬을 때 가장 예쁜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누구든. 뭐든 심플하고 클래식한 게 나중에 봐도 멋있는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워낙 그렇기도 하고.
유난스럽지 않고 싶다는듯 들려요. 화려함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지만, 저는 평상시에 귀고리 하나만 해도 너무 꾸몄나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밥 먹으러 식당에 간 건데, 그 자리에서 제가 풀 메이크업에 귀고리까지 하고 있으면 괜히 나 혼자 잔뜩 힘을 준 것 같은 느낌이요. 근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꾸미고 외출할 일이 거의 없으니까 한 번쯤 기분 전환을 위해 신경을 쓸 때도 있어요. 얼마 전에는 언니가 ‘이제 너도 좀 꾸미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어제 자기 전에 영화 <애비규환>을 다시 봤어요. 두 번째 보니까 수정 씨가 이 작품을 촬영하며 은근히 신이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맞아요. 정말 그랬어요. 제 첫 영화이기도 하고요. 감독님이 저랑 한두 살밖에 차이 나지 않기도 하고, 사람들과 같이 촬영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어요.
지나고 나니 새삼 드는 생각이 있어요? 지난 일은 잘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 때 왜 저렇게 했지?’ 하고 후회하거나 괴로워하고 싶지 않아서 지나간 건 다시 잘 보지 않아요. 작품에 대해 새삼 드는 생각이 있다기보다는 이 영화가 만들어준 기억이 너무 좋아요. 다음 주에도 (최하나) 감독님 만나거든요. 우리는 만나면 2년 전 촬영한 작품보다는 앞으로 뭘 할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요. 앞으로 하게 될 작품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하고요. 지나고 보니 사람이 남았네요. 함께한 선배들도 그렇고.
최하나 감독이 배우 정수정을 충분히 썼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배우로서 어떻게 활용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음… 그런 마음은 있어요. 보는 분들이 이 사람은 이런 캐릭터를 잘해냈으니 이런가 보다 하고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이런 모습을 보고 난 뒤 다른 걸 입혀보고 싶다고 제안해주시길, 그렇게 저를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 보는 분들이 질리지 않도록요. 왜 배우들이 다양하게 캐릭터 변신을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역할을 해도 중심이 되는 각자의 스타일이 있잖아요. 갑자기 확 바뀌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렇게 돌변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없는 것 같고요. 영역을 넓히는 것뿐이죠.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와중에 그 안에서 저를 다양하게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연기는 온전히 나로는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가 되어보는 일이잖아요. 누군가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어렵지는 않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인물에 푹 빠져서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에요. ‘와, 나랑 되게 다르네’ 해요. 그래서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으면 왜 이러냐고 물어봐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건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100% 나는 아니니까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당연히 있단 말이에요. 연기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너무 가짜 같으면 티가 나니까 이해해보려 노력하면서 계속 질문하는 것 같아요. ‘감독님, 얘는 왜 여기서 이렇게 짜증을 내요? 나는 짜증 안 나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 나는 못 하는데?’ 하고.(웃음) 그럼 감독님이 설명해주죠. ‘얘는 이래서 이렇고, 이렇게 살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그럼 저는 생각하다가 으‘ 음, 그래, 그렇겠네!’ 하고 다시 연기하고요. 내가 천재가 아니니까. 어떻게 다 알아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주변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아요.
이 과정이 즐거웠다는듯 느껴져요. 처음부터 연기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거창한 포부나 각오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때로는 해야 하니까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하면서 시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연극 쪽에서 오래 활동하셨던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 드라마 잖아요. 그때 친해진 분들이 다 연기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니까. 제가 그동안 경험한 세계와는 완전히 달랐어요. 하다못해 회식 자리만 해도 느낌이나 분위기부터 달라요. 그냥 그날 거기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크게 받은 것 같았어요. ‘내가 이 일을 하는데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요. 감독님도, 현장도 너무 좋아서 그때 재미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전보다 대본도 더 신중하게 보고 노력도 하게 되고요.
수정 씨의 이런 변화를 주변에서 알아차리기도 했어요? 전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분들을 만났는데 한 번도 저랑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없었던 분이 ‘수정아, 너 약간 배우 분위기가…’ 하는 거예요.(웃음) 함께 출연했던 배우 (임)화영 언니랑 엄청 친한데, 언니도 ‘네가 연기에 대해 조금 진중해진 것 같고,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좋게 이야기해주기도 하고요. 근데 제가 그런 말을 딱히 한 적이 없고,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 같은데…. 글쎄요….
음… 평소에 자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편이죠? 네. 너무 안 하죠.
근데 인터뷰는 자기 자신에 대해 구구절절 말해야 하니까 어렵죠? 맞아요. 전 그게 어려워요. 왜 인터뷰하면 ‘수정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하고 묻는데 막막해요. 자신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죠. 근데 그걸 굳이….
대중에게 어떻게 보여야겠다는 계획도 잘 세우지 않을 것 같아요. 한 번도 뭔가를 계획해본 적이 없어요.
계획은 없었지만 많은 것을 이뤄냈어요. 근데 이 직업은 내가 무엇을 계획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엄청 유명한 어떤 감독님의 영화를 찍을 거야’ 하고 계획한다고 그게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저는 늘 물 흐르듯이 살았거든요. 그 사이사이 결정이 필요한 순간마다 옳은 선택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근데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는 안 했어요. 한 번도.
결과에 상관없이요? 전에 어떤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았는데 그때 제가 심적으로 준비가 안 됐어요. 준비가 안 된 데다 당시에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촬영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국 안 했어요. 주변에서는 무조건 하라고 했는데 안 했죠. 왜냐하면 나는 내가 더 소중하니까. 나중에 그 작품이 잘됐지만 제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저건 저 사람이 될 운명인 거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안 했을 거야’ 하고 말아요. 누가 잘되는 걸 배 아파하고 부러워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렇게 될 운명이었어, 나중에 잘하면 되지’ 해요.
근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내가 더 소중해’ 하는 마음을 갖기가 어렵지 않아요? 저도 아마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거예요. 이제 데뷔한 지 10년이 됐고 지금도 엄청나게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어릴 때는 워낙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어떻게 살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도 4~5년 전부터는 나를 조금 우선순위에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 쉬어야 할지, 언제 다시 일을 해야 할지 내가 정하니까 균형이 맞고, 그때부터 마음의 여유를 찾기 시작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내가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은데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최대한 줄여가려고 해요.
그런 노력을 하다 보면 삶이 점점 단순해질 것 같아요. 맞아요. 단순해지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행복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더 행복할 수 있는데 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도 좋은데. 그냥 이렇게만….
지금의 삶에서 한 스푼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요? 자유. 제가 쫄보여서 그렇기도 할 테지만 완전히 100% 나이기는 힘든 것 같아요. 노력은 하지만.
수정 씨가 닮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담력과 자신감 있는 사람. 저는 늘 ‘우우웅’ 하고, 숨는 편이라 적극적이고 친화력 넘치는 사람을 보면 나랑은 다르게 태어났네 하고 갸우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존경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진짜 바뀌지 않아요. 지금은 그래도 좋아진 편이에요.
쫄보로 살아가는 와중에 때때로 언제 강해져요? 내가 나에게 자신 있을 때죠. 예를 들어 연기할 때 적어도 ‘이 신은 내가 자신 있어’ 하면 그때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순간이지만.
현장에서 강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죠? 정신력 강하고…. 아, 그 부분은 저도 강해요.(웃음) 나는 강한 것 같아.
맞아요. 수정 씨만의 강함이 있으니까 지금껏 10년 넘게 일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맞아요. 저도 하나는 있어요. 강자에게 강하려고 해요. 약자에게는 약하려고 하고요. ‘강약-약강’ 그거 진짜 싫어. (팔을 들어 크게 Х를 그린다) 그런 사람, 안 돼 안 돼. 강한 사람에게 강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