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카드를 쓰고 있는데, 남의 카드를 쓰는 맛이 있다.
내 카드를 쓰는 건 신나지 않다.”
“김은희가 번 돈 쓰러 가자”
“아내 김은희의 카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 장항준
얼핏 보면 철없는 남편같다고요?
알면 알수록 유쾌하고 귀여운(?) 화법으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현하는
‘워너비 부부’ 장항준, 김은희 부부의 사는 법을 들여다봤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예능 치트키로 불리는
장항준 감독이지만, 본업은 영화감독입니다.
예능, 라디오 작가를 거쳐 영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 ‘기억의 밤’을 연출했고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 ‘싸인’의 극본과 연출을 맡았죠.

김은희 작가는 ‘한국의 아가사크리스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내며
흥행력까지 갖춘 장르물의 대가로 꼽히고 있죠.

두 사람은 1998년 결혼해 서로에게
가장 큰 지원군이자 동료
그리고 친구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장항준 감독이 방송활동을 점차 늘리며
이 부부의 이야기들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딩크족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
“내가 다 키우겠다”며 아내를 설득했다는 장항준.
딸을 낳은 후 ‘약속'(?) 그대로 정말
육아는 하나도 하지 않는 아내를 보며 놀란 표정이 압권입니다.

결혼 초기 생활비가 모자르자,
장항준은 김은희에게 예능 작가 일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원치 않는다는 김은희.

장항준은 “나만 가장이니? 우리 은희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지?”라며
김은희를 설득했다고 합니다.

일하러 나간 아내를 기다리며
된장찌개를 끓였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왠지 흔한 부부싸움과는 다른 그림이네요.

단순히 부부의 에피소드를 웃기게만 표현한 게 전부는 아니죠.
장항준 김은희 부부의 가치관은
부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탈권위적인 부분이 드러나며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저는 가장이 경제적, 도덕적 우위를
점한 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족 구성원이 본받을 점이 있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우리집 가장은 김은희씨예요.”

또 장항준은 김은희를 ‘아내’의 역할 안에만 두지 않습니다.
글을 쓰는데 탁월한 능력을 높이 사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일하는 아내가 안쓰럽지 않냐는 물음에 장항준은 답합니다.

“안쓰럽지는 않다. 그렇게 노력해서
좋은 성과들을 거두고 있으니까
오히려 박수를 치며 격려하는 마음이다.
다만 은희씨에게
‘나는 두렵다. 네가 언젠가 실패할 때도 있을텐데
그때 받을 상처가 걱정된다’라고 한다.”

장항준의 ‘깨어있는'(?) 발언들이 화제가 되자,
장항준은 오히려 그 점이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보여준다고도 했습니다.

장항준의 교육법도 남다릅니다.
성적에 연연하며 미래를 걱정하는 딸에게
“엄마가 김은희인데, 크게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괜찮다,
아빠도 돈 번다”라고 했습니다. 농담을 섞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무조건 공부가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모두가 공부할 필요 없고 모두가 공부로 출세할 수는 없다.
수많은 학부모들이 불안감때문에 애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우리는 수많은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잃는 거라고 생각한다.”

김은희의 생각은 어떨까요.
김은희도, 김은희 어머니도,
김은희의 딸도 ‘장항준 같은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
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아내와 아이,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장항준의 모습 때문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가장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아내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대통령보다도
더 친절하게 대하려고 한다.”

웃기지만 그 안에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나에 대해,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장항준, 김은희 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