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진가 다이앤 터프트는 지구온난화로 수면이 낮아진 호수를 찾아가 셔터를 눌렀다.
기후 위기의 영향 아래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어느 순간을 포착한 장면.
그 안에 우리가 언젠가 영영 잃어버릴지 모를 아름다움에 대한 목소리가 녹아 있다.
그레이트솔트호는 광물의 보고다. 물이 고갈되고 수면이 낮아지면서 광물들의 색이 보다 선명히 드러났다.
광물의 노출 면적이 넓어질수록, 지역의 상황은 심각해졌다.
1998년부터 70대의 나이가 된 지금까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시작이 궁금하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항상 자연 곁에서 살아왔다. 지구 풍경에 영향을 미치는 적외선의 시각적 효과를 탐구한 작업이 내가 찍은 최초의 사진들이다. 그러다 2005년에 설치미술가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의 작품 ‘나선형의 방파제’를 촬영하러 유타주의 그레이트솔트호(Great Salt Lake)로 향했다. 결과물을 살펴봤더니, 내가 본 풍경보다 생생한 장면이 담겨 있더라. 그레이트솔트호가 다량의 자외선을 흡수해 굴절시키고 반사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자외선이 풍부한 여러 지역을 찾아가 카메라를 들었다. 이를 계기로, 자외선이 증가하는 원인인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의 순간들이 내 사진에 담기기 시작했다.
당신의 네 번째 프로젝트 ‘엔트로피(Entropy)’도 그 일환으로, 물이 이뤄낸 풍경을 다룬다. 프로젝트 제목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해수면 상승과 물 부족 현상은 모두 분자운동의 증가를 보여준다. 얼음이 녹아 액체가 되고, 물이 기체로 변화할 때 분자 간 거리가 멀어지며 무질서한 배열을 이루지 않나. 이러한 분자구조의 변화와 기후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열의 이동에 따른 유효 에너지의 감소나 무효 에너지의 증가를 나타내는 ‘엔트로피(Entropy)’를 제목으로 정했다.
자연의 여러 요소 중 물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홍수, 태풍, 가뭄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 않나. 이 중 가뭄을 다루기 위해 수면이 점점 낮아진다는 소식이 들려온 그레이트솔트호로 10여 년 만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찾아갔을 때처럼 헬리콥터를 타고 상공으로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았는데, 듣던 대로 호수의 물이 3분의 2 정도 감소한 상태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주한 그레이트솔트호의 풍경 중 무엇이 제일 인상적이었나?
그레이트솔트호는 광물의 보고다. 물이 고갈되고 수면이 낮아지면서 광물들의 색이 보다 선명히 드러났다. 광물의 노출 면적이 넓어질수록, 지역의 상황은 심각해졌다. 유독 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지면 주민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었고, 호수의 미생물을 먹고 살던 철새들은 영양 부족으로 죽어갔다. 이를 목격하면서 기후변화가 지대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체감했다. ‘엔트로피’ 프로젝트에는 그레이트솔트호뿐 아니라 플로리다키스 열도, 방글라데시, 체서피크만 등 기후변화로 위험에 처한 지역의 풍경을 함께 보여준다. 사진에 담긴 장소 중 일부는 아마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변화의 비극을 보여주지만, 시각적 측면만 고려하면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난 사진가로서 비극 속에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법만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본 것을 사진에 담아낸 다음, 그 장면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것은 무엇인가? 사진 속 현상의 규모는 어떤가?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다른 이들도 내 사진을 보고 이러한 질문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사진은 예술과 환경, 과학의 교집합에 자리한다. 그렇기에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술가로 활동하기 전 과학과 수학을 공부한 이력도 있다. 작업을 위해 의도적으로 기후 문제가 극심한 지역을 여행했고, 그 전후로 광범위한 연구를 하거나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내 작업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악하려고 했다. 더 나아가 프로젝트를 책으로 내거나, 전시와 토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스스로 예술적 실천의 영역을 확장해간다고 볼 수 있겠다. 사진뿐 아니라 미술과 영화 작업도 병행한다고 들었다.
해변에서 발견한 재료들로 ‘엔트로피’ 프로젝트와 관련한 소규모 설치 작품을 만들었고, 기후 위기가 인간과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단편영화도 두 편 제작했다. 올해 초 유타 현대미술관에서 내 작업들을 선보였는데, 그레이트솔트호를 담은 벽화 한 점이 여전히 그곳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그레이트솔트호를 지키려는 비영리단체들의 연락을 받고 행진에 참여한 적도 있다.
자연환경 문제는 소수의 노력만으로 개선될 수 없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의한다. 불행하게도,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게 환경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자연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미 많은 야생동물이 멸종했듯이, 인류 또한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가는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하는 사람이지 않나. 사진을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나?
지구는 끊임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다. 무언가가 사라지기 이전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사진이다. 사진에 포착된 장면은 현재의 사안을 가장 직접적으로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지구는 보호받아야 하고, 인간은 보호하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사진 속 메시지가 널리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자연의 미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일상에 지나치게 몰두하며 큰 그림을 보는 걸 소홀히 하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며 인간보다 거대한 자연으로부터 감동받고, 위안과 평화를 얻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지구는 앞으로도 계속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초록색은 파괴되는 숲을, 파란색은 오염되고 상승하고 증발하는 물을 보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마주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장면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껏 마주해온 기후 위기의 현장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장면을 꼽자면, 남극의 반다호(Lake Vanda)가 참 아름다웠다. 그 호수는 마치 얼음으로 짠 담요 같았다. 수면의 상층에 약 3m 두께의 얼음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데, 거기에 자연환경의 오랜 역사가 갇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위에 발을 디디고 걸어보았다. 시대를 건너, 다른 세상으로 온 듯한 기분에 휩싸인 순간이었다.
지구는 앞으로도 계속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초록색은 파괴되는 숲을, 파란색은 오염되고 상승하고 증발하는 물을 보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