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하고,
내일을 위한 다각도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사유와 논의의 장.
리움미술관의 ‘아이디어 뮤지엄’이
샤넬 컬처 펀드의 후원으로 개최되었다.

토마스 사라세노 & 막시밀리아노 라이나, <에어로센을 향해 파차와 함께 날다>.
photographed by Studio Tomás Saraceno

예술가와 문화 기관의 작품 활동을 조명하고 지원하며 이들이 창의력을 더욱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온 샤넬 컬처 펀드(CHANEL Culture Fund). 이 펀드의 후원을 받는 리움미술관의 ‘아이디어(IDEA) 뮤지엄’이 개최되었다. 미술관이 추구하는 포용성(Inclusivity), 다양성(Diversity), 평등(Equality), 접근성(Access)을 아우르는 동시에 예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술 관의 주요의제를 연구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다. 전 지구적 현안에 대한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며 매해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탐구할 예정이다. 예술가뿐 아니라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건축가, 디자이너, 큐레이터 등 다양한 사회 문화계 인물들이 함께한다.

심포지엄 첫날 축사를 전하는 샤넬 아트 & 컬처 글로벌 총괄 야나필.

아이디어 뮤지엄이 선정한 첫 번째 화두는 ‘생태적 전환: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생태적 전환을 주제로 3년간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성, 생태학과 여성, 교육과 돌봄 등 사회 문화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지점을 포착한다. 인간과 비인간 등 다종의 공생을 상상하고, 환경과 기술에 얽혀 있는 생태계에 주목하며 이를 미술관이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고찰할 예정이다. 아이디어 뮤지엄을 기획한 구정연 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장은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다가 올 미래의 모습을 학제 간 협업과 예술적 실험, 다양한 형식의 대화 와모임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를 후원한 샤넬의 아트 & 컬처 글로벌 총괄 야나 필(Yana Peel)도 “기후 및 생태학 관련 인재들과 예술 전반에 걸친 혁신과 아이디어를 도모하며, 리움미술관과 함께 샤넬 컬처 펀드의 핵심 가치를 이어가게 되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로리 필그림, <물 밑의 파도>. courtesy of the artist
이사도라 네베스 마르케스, <익스터미네이터 시드>. courtesy of the artist
리암 영, <행성 도시>.courtesy of the artist

첫해의 아이디어 뮤지엄은 심포지엄, 필름 스크리닝, 공공 프로젝트로 이뤄져 있다. 지난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심포지엄은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다양한 생태계와 연대하기 위해 우리가 인지해야 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Emanuele Coccia)는 ‘태어남과 자연’ 을 주제로 인간과 지구의 관계와 생명의 순환성에 대해 강연했고, 포스트휴머니티 시리즈의 창립 편집자 캐리 울프(Cary Wolfe)는 포스트휴머니즘의 맥락에서 종을 초월한 인간, 동물, 사물의 관계 를 살폈다. 이 외에도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 철학자 사이토 고헤이(Saito Kohei) 등 유수의 학자와 예술인이 참여해 의견을 나누었다.

2월 1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 필름 스크리닝에서는 기후 부정의 와 식민주의, 재야생화 등 현대의 환경과 생태 문제를 다루는 영상 작품을 무료로 상영했다. 이념적이고 지정학적인 관계 속에서 기후, 자연, 지속 가능성이 갖는 의미를 사유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원주민과 협업해 생태 사회의 정의를 위해 연대하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에어로센을 향해 파차와 함께 날다>를 비롯한 10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태어남과 자연’을 주제로 한 철학자 에마누엘레 코치아의 강연 현장.

2024년에는 공기 관련 기술과 자연현상을 활용해 인체의 경험,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탐구해온 토마스 사라세노 작가와 함께 하는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미술관이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을 돌아보며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세미나, 토크, 워크숍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심포지엄의 결과와 아이디어 뮤지엄을 통해 확장된 논의는 추후 총서로 발간할 예정이며 전용 온라인 플랫폼도 2024년 중 오픈을 앞두고 있다. 리움미술관과 샤넬이 함께하는 아이디어 뮤지엄은 동시대의 현안과 관련한 미술관의 역할을 확장하고, 내일을 위한 다각도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사유와 논의의 장으로서 활발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