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미
<딸에 대하여>
감독 이미랑
출연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독립한 딸 그린(임세미)이
경제적인 문제로 동성 연인
레인(하윤경)과 함께 엄마(오민애)의
집으로 들어온다.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가족 없이 홀로 늙고 병든 제희(허진)를
정성껏 돌본다. 생판 남인 제희를 포기하지
않는 엄마는 그린과 레인을 보며
마음속에 차오르는 질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린다.
영화 <딸에 대하여>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잠시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가 많았다.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지만, 이와 동시에 인권과 장애, 차별과 제도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을 품은 작품이라 더욱 좋았다. 이 작품을 연극으로 만났다면 네 인물을 모두 연기해보고 싶을 정도로 각 인물의 처지에 깊이 공감했다. 엄마와 제희, 그린과 레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내가 엄마와 제희의 나이가 됐을 때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린과 레인처럼 행동하고 제목소리 내며 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품에 임했다.
그린과 레인 그린이 바로잡아야 할 일 앞에서 망설임 없이 행동하는 성격이라면 레인은 자신의 모습을 덤덤하게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어떤 인물이든 조금이라도 마음에 동요가 일어야 그 인물로서 작품 속에 살아 있을 수 있는데, 이들 둘 모두에게서 조금씩 내가 가진 면모를 발견했다. 불의를 참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는 그린의 모습이나, 많이 참지만 동시에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하는 레인의 면이 그랬다.
몰입의 순간 짧은 시간에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함께 맞춰가면서 촬영해야 하는 만큼 쉽지만은 않은 현장이었지만, 각자의 역할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더욱 각별했다. 특히 원하는 그림이 담길 때까지 소통을 거듭하며 촬영을 이어가시던 이미랑 감독님의 집요한 면을 보면서 나 역시 배우로서 스스로 원하는 바를 연기에 많이 담아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다.
독립영화의 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다 뚜렷하고 선명하게 그려낸다는 점이 독립영화의 특색이 아닐까 싶다. 현실에 무뎌지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영화들이라 더욱 소중하다. 서울독립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새로운 작품에 더 관심을 가지고 독립영화계를 더 지켜봐주면 좋겠다.
연기와 삶 현재의 나이를 잘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다.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 임세미로서 나의 삶과 일상을 잘 가꾸면서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인연들과 잘 만나고 헤어지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