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극장을 향한 애정과 응원을 담아 같은 날 같은 자리에 모인 이들이 새롭게 피워낼 순간들을 고대하며. 마리끌레르는 성대하게 10주년을 기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11번째 영화제를 이어간다.

제11회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다채로운 구성으로 총 1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작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프리실라>를 시작으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미개봉작을 모아 상영하는 ‘마리끌레르 초이스’, 그리고 올 상반기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은 한국 영화와 영화를 향한 애정을 담아 배우가 선정한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마리끌레르 액터스 앤 비욘드’가 보석 같은 영화와의 만남을 선사한다. 나아가 마리끌레르 코리아가 2024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특별 기획한 다큐멘터리는 제주 성산 해녀들의 삶과 숨을 포착하며 여성의 일과 삶의 의미를 조망한다.

국내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며 영화적 순간을 공유한 관객들이 다시금 극장으로 돌아오기를, 그렇게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계속해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2024년, 다시 한번 축제의 막을 올린다.

제11회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CGV 용산아이파크몰과 CGV 씨네드쉐프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다.
제11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포스터를 장식한 김고은, 이솜, 안재홍, 김민하 배우가 영화제 현장에 함께할 예정이다.
상영작과 관련한 정보는 마리끌레르 웹사이트(www.marieclairekorea.com/mcff2024)에서 확인할 수 있다.

Opening Film

제11회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사흘간 이어지는 영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으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프리실라>를 선보인다.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르며 주인공 프리실라의 내밀한 삶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프리실라 Priscilla

정보 미국, 이탈리아 | 2023 | 113분 | 컬러 | 드라마, 로맨스, 뮤직
감독 소피아 코폴라
주연 케일리 스패니, 제이콥 엘로디

©오드(AUD)

프리실라 프레슬리는 이른바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아내다. 어린 나이에 열 살 연상의 록스타와 결혼한 프리실라는 사랑에 푹 빠진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 부부 관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아 정체성을 찾아간다. 전 세계 팬들 앞에서는 남편에게 때때로 방치되거나 그의 뒤로 숨어야 했고, 때로는 헤어스타일과 머리색까지 남편의 취향에 맞춰야 했던 프리실라는 독립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그 걸음을 내딛는 시작점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 그레이스랜드. 엘비스의 수많은 팬이 선망하는 곳답게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세간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철저히 고립된 공간이다. 이 밖에도 <프리실라>에는 1960년대 미국 팝 스타의 삶을 엿보게 하는 화려한 파티 장면, 영화를 후원한 샤넬의 아름다운 의상, 그리고 영화를 가득 메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등 시청각적 요소가 풍성하다. 한 여성의 강단 있는 내면은 프리실라의 회고록 <엘비스와 나>를 바탕으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재해석해 풀어냈다.

Marie Claire Choice

‘마리끌레르 초이스’ 부문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미개봉작으로 채워진다. 제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에 오른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와 제49회 세자르 영화제에서 5개 부문을 수상하며 기염을 토한 토마스 카일리 감독의 <애니멀 킹덤>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캣퍼슨 Cat Person

정보 미국, 프랑스 | 2023 | 118분 | 컬러 | 드라마, 호러, 스릴러
감독 수잔나 포겔
주연 에밀리아 존스, 니콜라스 브라운, 제럴딘 비스워너던

미국 <뉴요커> 온라인판에서 역대급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옮긴 <캣퍼슨>은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주목을 끈 작품이다. 스무 살이 된 마고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영화관에서 만난, 자기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로버트와 짧은 데이트에 나서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로,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주인공 마고의 내면에 주목한다. 영화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시대의 연애와 사랑, 그리고 섹스에 얽힌 이야기를 솔직한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국내 관객에게는 음악영화 <코다>로 잘 알려진 배우 에밀리아 존스가 마고 역을 연기한다.

사랑의 탐구 The Nature of Love

정보 캐나다, 프랑스 | 2023 | 112분 | 컬러 | 로맨스
감독 모니아 쇼크리
주연 마갈리 레핀 블롱도, 피에르-이브 카르디날, 모니아 쇼크리

인테리어 수리공 실뱅과 사랑에 빠진 철학 강사 소피아의 사랑 탐구 보고서. 대사와 행동 그리고 영화의 제목, 이 세 요소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 사랑의 본질에 접근하는 블랙코미디다. 온갖 인문학을 동원하는 대화와 사랑에 관한 고찰을 설파하는 소피아의 강의 장면이 관념적이고 이상적이라면, 이와 동시에 욕망에 휘둘리는 소피아의 행동으로 사랑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런 솔직한 태도 이면에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현실의 문제는 주변인의 몫으로 미룬 채 낭만을 좇는 소피아의 모습 또한 조명한다. 자못 심오한 우리말 제목과 달리 원제는 ‘Simple Comme Sylvain’. ‘아주 쉬운 일, 식은 죽 먹기(simple comme bonjour)’라는 표현의 변형이다.

애니멀 킹덤 The Animal Kingdom

정보 프랑스 | 2023 | 128분 | 컬러 | 서스펜스 판타지
감독 토마스 카일리
주연 로망 뒤리스, 폴 키르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감각과 메시지를 명료하게 연결해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체험형 판타지. 인간이 동물로 변하는 과정과 이미 동물이 되었으나 새로운 모습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부딪히고 깨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관객은 작중 인물이 느끼는 신체적 고통에 절로 공감하게 된다. 그 변화로 인해 인물이 죽어 마땅한 처지가 되어버리면서 그간 사회에서 자행된 차별과 배제에 대한 반성과 자각이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영화의 다른 한편에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담이 자리한다. 에밀이 겪는 고통은 부자 관계, 또래 집단, 자신이 거부하던 존재와 나누는 우정으로 확장되며 사회적 성숙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숲속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시각 효과와 반인반수 특수 분장 등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제49회 세자르 영화제 5관왕을 차지한 작품.

공드리의 솔루션북 The Book of Solution

정보 프랑스 | 2023 | 102분 | 컬러 | 코미디, 드라마
감독 미셸 공드리
주연 피에르 니네, 블랑슈 가르댕

예술적 고뇌와 사회적 약속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 영화감독의 고군분투를 담은 작품. 대중 앞에 작품을 공개했으나 기대와 달리 환영받지 못하는 순간은 으레 많은 창작자가 겪는 경험이거나 지레 걱정하게 되는 두려운 순간이다. 영화는 좌절하던 순간과 극복의 과정을 모아 말 그대로 하나의 매뉴얼을 만들고 싶은 미셸 공드리 감독의 개인적 욕망에서 시작된 듯하다. 도피처 삼아 숨어든 이모의 시골집은 영화사가 위치한 도시의 풍경과 대조되어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덜어내는 안전지대가 되어주고, 그 덕에 자유분방한 예술가의 좌충우돌 슬럼프 극복기가 한층 더 유쾌하고 활기차게 그려진다. 고통을 삭제하고 꿈속으로 도피하거나 판타지 공간을 만들어내던 감독의 초기 작품과 비교하면 한층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