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이너>에서 DJ 킹맥이 우승을 차지한 건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 방송 전부터 음악이 끝내줬다는 후일담이 전해지는 클럽 공연과 페스티벌에는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라인업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그의 디제잉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서 짜릿하다. 2011년부터 몸담고 있는 크루 데드엔드 무브먼트의 활약과 함께 그는 지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첫 정규 앨범이 소식이 있던데. 내년 초에 나온다. 해외 DJ 신을 보면 패션, 아트워크, 음악, 파티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유행을 선도하는 근원지가 항상 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저스티스를 필두로 한 프랑스가, 최근에는 EDM으로 세계를 휩쓴 미국이 그 중심지였다. 그런데 그 흐름이 이제 한국으로 오는 것 같다. 한국 래퍼 키스 에이프의 곡 ‘잊지 마’가 빌보드 차트 40위에 떡하니 오르는가 하면,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버질 아블로가 데드엔드 무브먼트와 한국에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그런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DJ가 조건 없이 우리와 협업을 하겠다고 나선다. 나 또한 이번 정규 앨범에서 디제잉과 사운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문화의 흐름 자체를 담아내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데드엔드 무브먼트에서 의류 디자인도 한다고 들었는데. 맞다. 사실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돈을 내고 하는 쪽에 가깝다.(웃음) 데드엔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크루지만, 그와는 별개로 크루를 대표하는 느낌이나 이미지 또한 중요하고, 그걸 옷으로 제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했다. 개인적으로도 의류 브랜드를 하나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 음반 레이블 ‘키츠네’처럼 음반 레이블 자체의 감성을 패션이나 다른 아트워크로도 풀어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데드엔드 무브먼트 크루 활동은 당신에게 의미가 무척 큰 것 같다. 스무 살에 DJ 활동을 시작해서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끌려다닐 때도 많았고, 음악 하는 사람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마치 클럽 직원 취급을 당하는 때도 있었다. 그러다 정말 우리끼리 하고 싶은 음악, 좋은 공연을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게 데드엔드 무브먼트다. 크루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음악 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다른 크루와 격차를 최대한 많이 내고 싶다. 누가 뭐래도 나는 우리 크루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디제잉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ADHD.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제멋대로 하는 데서 나오는 그런 에너지를 듣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DJ 킹맥을 떠올릴 때 신나는 파티 음악만이 아니라 느긋하고 감성적인 음악도 할 줄 아는 뮤지션이자 아티스트로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My Favorite Playlist
KINGMCK – Caravan (Original Mix) 최근에 DJ 줄리안(Julian)과 얀 카바예(Yann Cavaille)가 속한 Pute Deluxe라는 레이블에서 발매한 싱글. 재즈 드럼을 샘플링을 해 분위기 전환용 트랙으로 적합하다.
GOOSEBUMPS ft. Simahoy – APT101 (KINGMCK Remix) 데드엔드 무브먼트와 친한 크루인 딥코인의 DJ 구스범스의 트랙을 리믹스한 곡이다. 늘 클럽에서 공연할 때 플레이했기 때문에 클러버들에게는 친숙한 곡이다. 곧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무료 배포할 예정이니 이 곡으로 집에서도 클럽 무드를 재현할 수 있을 듯하다.
DJ Paypal – You Got Me 요즘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듣는 베를린 출신 뮤지션 DJ 페이팔의 곡. 원곡은 1980년대 펑크 그룹 The S.O.S Band의 ‘High Hopes’인데, 마치 빨리감기라도 한 것처럼 피치와 속도를 엄청 높여 원곡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빠르게 반복되는 베이스 사운드가 매력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