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어린 연인이 처음으로 스킨십을 나누는 그 특별한 순간. 뜨거운 흥분과 함께 밀려드는 긴장감, 한없이 기쁨이 차오르다가도 어느새 들어차는 어색한 공기가 한데 섞여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사람의 살결이 스치는 동안 수없이 교차하는 그들의 시선에서는 따스하고 애틋하면서도 어딘가 불안하고 낯선 감정이 비친다.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는 어린 연인들의 소중한 순간을 담는 사진작가 션 데이비(Sian Davey). 그녀의 사진에 등장한 젊은 커플들은 그녀의 가까운 친구와 이웃 등 긴 시간 작가와 인연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한창 청소년기를 지나는 어린 커플들의 달콤한 분위기를 포착한 션 데이비의 작품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몽환적인 기분이 든다. 둘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진 속 연인들의 호흡이 따사로운 색감의 이미지에 담겨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첫사랑을 시작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영원할 것 같은 시간, 연인들 사이에서 오가는 다양한 감정 등을 소재로 삼은 작업이에요. 6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사진 시리즈인데, 첫 작품의 모델은 아들 루크(Luke)였죠.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이 생애 첫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같은 또래의 남자와 여자의 관계, 동성 간의 연애, 혹은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까지. 두 사람은 그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감정을 겪으며 성장하고 비로소 하나의 세상을 공유하는 연인이 된다. 첫사랑을 이미 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에 성숙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첫사랑을 하며 상대방의 세계를 경험하고 느끼는 동안 차츰 자신의 내면까지 제법 깊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방의 몸을 처음으로 만질 때의 떨림과 쾌락, 자신을 이해하는 누군가와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흥분과 환희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가슴 깊숙이 남을 소중한 경험이다.
“이별에 대한 불안감과 온전히 둘만의 시간에 빠지고 싶은 사랑의 열정이 뒤섞인 매력적인 상태가 바로 첫사랑의 순간이죠. 매우 격렬하지만 그렇게 뜨거운 만큼 고통스럽기도 해요.”
션 데이비의 사진에는 사랑을 속삭이며 스킨십을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이 담겼지만 결코 자극적이거나 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작가가 촬영을 시작하는 동시에 피사체가 되는 인물들의 감정을 공유하며 그들만의 세상에 온전히 집중한 상태로 완성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아티스트이자 심리치료사로도 활동하는 션 데이비는 사랑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 상태를 카메라를 매개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그녀는 ‘First Love’를 작업하기 전에 다운증후군을 앓는 자신의 손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사진 시리즈 ‘Looking for Alice’,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를 위한 작품 ‘Swept under the Carpet’을 선보이기도 했다.
‘First Love’에 등장하는 연인들처럼 작가 역시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또렷이 간직하고 있다.
“늘 긴장하고 불안해했던 첫사랑의 기억이 남아 있어요. 사랑이 뭔지, 상대방과 얼만큼의 감정을 공유해야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전혀 모르던 때라 우여곡절이 참 많았죠. 결국 서툰 연애를 하며 이별을 맞이했고, 한참 후에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어요.”
가끔 흘러간 옛 음악을 다시 들을 때면 잊혀졌던 오래전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션 데이비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것이 그와 비슷한 감성이다. 아련한 추억이 가슴을 흔드는 묘한 기분이 싹튼다. 요즘처럼 무엇이든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각박한 현실에서 따뜻한 옛 기억을 상기시키는 그녀의 작품이 반갑기도 하다. 일상에서 벗어나 낭만적인 첫사랑에 푹 빠져 꿈꾸듯 살아가던 그 시절의 감정이 가슴 가득 차오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속 연인들이 느끼는 서로에 대한 감정이 진정한 사랑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그들 또한 자신이 상대방에게 느끼는 마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를 수도 있죠. 단지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에요. 조금 서툴더라도 느껴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서로를 원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첫사랑의 진짜 모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