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좀 하죠? 이거 읽어봐요.”
“쓱”
상업 광고를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SSG.COM의 ‘쓱’은 그렇다. 다시 한 번 돌려보고 싶다. 처음엔 공효진과 공유가 주고받는 ‘병맛’같은 대화 때문에, 두 번째는 그림 같은 배경 때문에, 세 번째는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좀 끌겠다 싶은 컬러풀한 색감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광고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 2년 전 <마리끌레르 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되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를 오마주한 것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SSG 광고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출발했겠으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 더 가깝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광고는 백종열 감독이 진두지휘한 결과물이다.
초창기엔 기업의 초성을 딴 식품사업부서였을 뿐인 SSG푸드마켓이 앞으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쇼핑 포털로 각인된다면 그건 아마도 이 참신하고도 섹시한 광고 덕분 아닐까.
WHO’S WHO
백종열 SSG.COM ‘쓱’ 광고는 각종 TV CF와 뮤직비디오 같은 감각적인 영상을 연출해온 백종열 감독의 작품이다 . 그는 영화의 예고편 제작과 타이틀 디자인 등을 통해 영화계와 인연을 맺더니 2015년엔 <뷰티인사이드>로 성공적인 영화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그뿐인가.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론칭한 안경 브랜드 그라픽 플라스틱과 산돌 커뮤니케이션의 ‘백종열체’로도 유명하다. 여러모로 할 말이 많은 인물.
에드워드 호퍼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 20세기 미국인의 삶을 무심하고 무표정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의 그림은 굉장히 고독하고, 공허하고, 단절된 느낌이 든다. SSG 광고에서 공효진과 공유의 말투가 어딘지 무뚝뚝한 것도 이 영향이 아닐까.
고현정 최근 리얼리티 예능 <현정의 틈, 보일락 말락>에서 고현정이 매니저를 타박하던 장면을 기억하는지. “SSG 좀 그만 가. 내가 너 땜에 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