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mcmacukje-05사진기와 드럼 스틱은 김욱의 청년 시절을 상징하는 두 개의 심볼과도 같았다. 공연장에서도 물론 카메라는 늘 그와 함께 했다. 1985년부터 1986년까지, 고등학교 생활의 마지막과 대학 1학년을 보내는 동안 김욱은 미친 듯이 연주했고 또한 쉼 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문득 그 순간들을 포착한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두께도 가격도 딱 CD앨범만큼인 사진집은 스무 컷과 간결한 설명만으로 참 깊고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국 록 음악이 무르익던 그 때의 열기가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서 재생되는 사진들이다. 그 시절 록 밴드의 풍경을 그의 입으로 전해 들었다.

 

 

 

1603mcmacukje-03“노틸러스라는 이름의 밴드로 활동하던 때의 사진이다. 록 음악의 역사 그 자체인 신중현 선생님이 지금은 큰 사우나가 자리하고 있는 이태원의 언덕에 있던 태평극장에 ‘록월드’라는 전문공연장을 열었었다. 여기서 연주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때의 우리는 밴드도 밴드지만 마음 맞는 음악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패거리에 가까웠다. 거리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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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은커녕 조명도 절반이 채 들어오지 않는 파고다연극관은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던 학생 신분으로 대관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공연장이었다. 관객이 밴드 멤버 수보다 적을 때도, 이백 명 가까이 들어찰 때도 있었지만 그런 건 애초에 개의치 않았었다. 연주 환경은 열악했다. 지금은 흔한 마샬 앰프도 그때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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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영화관에서도 상영 전에 국기에 대한 의례를 하던 때였다. 공연장에서 무대 시작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결의에 찬 눈빛으로 국기를 바라보는 모습도 지금으로서는 생소한 광경일 거다. 그 때의 나는 사진도 연주도 고정관념 없이 한없이 자유롭게 했던 때인 것 같다. 아마추어가 가지는 잘난 척 하지 않고 솔직하게, 서툴지만 직관적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