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의 와인메이커는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돔 페리뇽에는 한 명의 셰프 드 꺄브와 5명의 와인메이커가 있어요. 우리는 샴페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매우 긴밀하게 협의하고 진행하죠. 그 외의 일정은 좀 달라요. 리샤 지오프로이는 작년에 페란 아드리아와 했던 ‘This is not a dinner’처럼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2명의 메인 와인 메이커들은 하우스들의 모든 작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며 사람들과 소통을 많이 해요. 또 다른 3명의 와인 메이커는 와인을 만드는, 좀 더 테크니컬한 부분에 집중하고요.
테이스팅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11라고 하죠. 돔 페리뇽의 와인메이커들은 몇 시에 테이스팅을 하나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주로 그 시간에 해요. 점심 먹기 전, 배고플 때 감각이 제일 예민하니까요.
그럼, 빈티지를 결정하기 위해 숙성되고 있는 와인을 얼마나 자주 마셔보나요?
해외에 있을 때 빼고는 매일 테이스팅해요. 블렌딩이 되기 전의 스틸 와인과 블렌딩된 뒤의 와인을 체크하며, 어떻게 변화되고 있고, 언제 어떻게 블렌딩을 할 지를 정하죠. 중요한 결정은 해마다 3번이에요. 8월엔 우리가 추수를 언제 할 지 포도를 맛 보고, 추수를 한 뒤 5월 즈음엔 스틸 와인과 블렌딩 와인을 맛 보며 이번 년도에 빈티지를 만들지 결정해요.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인데, 이 와인들을 언제 출시해야 완벽할 지 정하는 거에요.
그 중대한 결정의 순간을 즐기는 편인가요?
꼭 좋은 풍경 사진을 찍었을 때 느끼는 희열이랄까요? 완벽한 사진을 찍으려면 먼저 좋은 장소를 찾아서, 빛과 자연의 움직임이 가장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러야 하니까요.
돔 페리뇽은 숙성되면서 세 번의 절정을 맞는다고 들었어요. 7년 이상, 12년 이상, 20년 이상 정도쯤에요. 이 즐거움을 모두 누려본 당신의 경험에 대해 듣고 싶어요.
우리도 살면서 인생의 빛나는 순간들이 있듯이 돔 페리뇽도 그 맛에 있어서 플레니튜드라는 세 번의 절정의 순간들을 맞아요. 이 시기에 따라 첫 번째 순간이 왔을 때 그 빈티지를 출시하고, 두 번째, 세 번째 순간이 올 때마다 P2와 P3를 출시하죠.
재미있는 건 모든 사람의 삶이 다르듯 빈티지에 따라 절정의 순간 또한 다르다는 거에요. 2006년 빈티지의 경우 9년을 숙성 시켰지만, 다른 빈티지는 8년을 숙성하거나 7년을 숙성하고 출시했거든요. P1은 조화가 가장 잘 어우러진 순간이고, P2는 좀 더 돔 페리뇽 다운 면모의 강렬한 에너지가 넘치는 순간이에요. 그리고 P3는 돔 페리뇽의 모든 면면을 느낄 수 있는 복합적인 순간이죠.
1998년 빈티지는 12년 동안 숙성된 다음 4년의 안정기를 거쳐 출시되었네요. 어떻게 맛이 이렇게 더 선명하고 강렬해질 수 있죠?
바로 그게 돔 페리뇽의 힘이죠. 이 와인이 지닌 모든 향과 맛이 더욱 예리하고 다양해질 수 있도록 숙성한 것이 와인 메이커들의 의도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오랜 시간 숙성된 샴페인은 음식과 매칭하기가 특히 더 까다롭죠. P2 1998은 오롯이 샴페인만 즐겨야 할까요, 아니면 요리와 함께했을 때 그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을까요?
둘 다 좋아요. 즐거움이 다르니까. 요리하지 않고 곁들이기 좋은 식재료는 캐비어, 하몽, 올리브에요. 캐비어는 크리미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P2의 균형잡힌 미네랄을 아주 잘 살려주기 때문에 돔 페리뇽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식재료죠. 하몽은 2~3년 정도 숙성시킨 것이 좋은데, 비계의 풍미가 P2의 선명한 맛과 아주 잘 어우러지거든요. 올리브는 기본적으로 어떤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P2 1998과 잘 어울리지 않는 음식도 있을 것 같아요.
저와는 생각이 다르지만 다른 와인 메이커들은 아스파라거스가 돔 페리뇽과 맞지 않는다고 해요. 와인의 쓴 맛이 좀 더 강조된다고 하더라고요.
와인메이커로서 P2 1998을 마시는 성스러운 순간에 대해 귀띔해주고 싶은 팁이 있을까요?
샴페인은 꼭 기념일에 마시는 게 아니에요. 특별한 날은 마시는 사람이 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은 한 번인데, P2를 마시기 위해 너무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