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주가 된 요리 <The Art of Cooking with Vegetables>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라르페주(L’Arpège)’의 셰프 알랭 파사르(Alain Passard)의 채소 요리책이다. 알랭 파사르는 2001년부터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육류 메뉴를 모두 없앴다. 그리고 오직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만으로 요리를 한다. <The Art of Cooking with Vegetables>에는 그의 48가지 채소 요리 레시피가 담겨 있다. 아스파라거스와 배, 레몬, 블랙베리, 비트, 빨간 감자 등 색과 모양이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요리들을 소개하는데, 특이하게도 이 책에는 음식 사진이 없다. 알랭 파사르가 직접 콜라주한 작품이 음식 사진을 대신한다.
느리게 요리하기 <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이 책의 시작은 저자가 어린 시절 이탈리아에서 열린 결혼식에 가서 먹게 된 와인에 절인 딸기다. 색색의 쌀을 맞으며 교회를 나서는 신부와 시끌벅적 결혼식을 즐기는 하객들, 그리고 그렇게 결혼식을 즐기는 와중에 신발 위로 떨어진 와인에 절인 딸기가 이 책을 지은 제시카 서루의 이탈리아에 대한 첫 기억이다. 이후 성인이 된 그녀는 따뜻한 어린 시절 추억으로 남아 있는 이탈리아로 요리 여행을 떠나 롬바르디아, 피에몬테, 토스카나 등 아홉 개 지역에서 이탈리아의 손맛을 알려줄 할머니들을 만나 요리를 배운다. 할머니들의 요리 중에는 설탕과 와인을 얹은 딸기에 휘핑크림이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는 프라골레 알 비노, 감자와 양파, 근대 등을 넣어 따끈하게 먹는 야채수프, 붉은 양배추와 사과를 넣어 만든 카볼로 로소 등이 있다. 책 속의 이탈리아 요리도 흥미롭지만 할머니들과 작가가 교감하는 과정에 더 끌린다.
향신료의 마법 <카레 쿠킹 북>
나일 요시미가 지은 카레 쿠킹 북.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인도 국적을 가지고 있고 인도의 고급 호텔에서 셰프로 일한 적이 있으니 걸쭉한 일본식 카레가 아니라 인도 정통 카레 레시피가 담긴 책이다. 요시미가 전하는 인도 카레 만들기의 가장 기본적인 팁은 양파가 연한 갈색을 띨 때까지 볶는 거다. 양파만큼 중요한 건 토마토 볶기. 양파와 토마토가 들어가지 않는 카레가 거의 없으니 이 둘만 잘 활용해도 제대로 된 카레를 만들 수 있다. 써는 건 대충 썰어 넣어도 재료가 완전히 뭉개져 진하고 걸쭉한 상태가 될 때까지 볶아야 하는데, 물이나 우유를 넣지 않고 토마토만 사용해도 수분이 충분한 카레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레시피 중에는 채식 카레 ‘달’도 있다. 녹두로 만드는 카레인데 자극적이지 않아서 흰 쌀밥에 비벼 먹기 좋다. ‘차나 마살라’도 채식 카레인데, 병아리콩으로 만든다.
소박한 음식 이야기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책 제목이 딱 마감 때 내 마음이다. 아무리 써내야 할 원고가 쌓여 있어도, 마감 날짜가 빛의 속도로 달려와도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 <바쁜 날에도 배가 고프다>는 요리책이라기보다 지은이 히라마쓰 요코의 에세이다. 책에는 히라마쓰 요코가 사랑하는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것들이다. 이를테면 차가운 물 대신 잘 익은 토마토를 잘라 소금을 살짝 뿌려 10분 정도 두었다가 먹는 소금 토마토나 바쁜 하루를 보내고 기력이 다한 상태로 집에 돌아온 날 만들어 먹는 우엉과 연근, 당근 등의 뿌리채소를 넣어 만든 맑은장국, 영양제는 먹지 않아도 건강을 위해 꾸준히 챙겨 먹는다는 견과류와 소금에 살짝 절인 당근에 레몬즙과 올리브 오일을 넣어 만든 당근 샐러드 같은 것 말이다. 이 책은 이 요리들에 대한 에세이이자 위안이 되어주는 집밥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