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쿠바인들은 도시 곳곳에서 인터넷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이탈리아의 사진가 조르조 팔메라(Giorgio Palmera)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Habana) 길거리로 나가 와이파이에 접속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쿠바인들의 일상을 포착했다. 그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건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휴대전화는 고사하고 심지어 유선 전화를 사용하는 일조차 드물었을 정도로 통신 문화가 뒤떨어져 있었다. 당시의 쿠바인들은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전화기를 들지 않았다. 아바나의 거리로 나와 상대방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만나면 그만이었다.
벨이 울리면 집주인은 전화를 받을 이웃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미겔리토(Miguelito)!” “메르세데스(Mercedes), 프랑스에 있는 친구한테서 전화 왔어, 빨리 와서 받아!” “후안(Juan), 엄마 전화다.” 전화기가 있는 집을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불렀고,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20분이나 걸리는 먼 거리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 또한 다반사였다.
1천1백만여 명의 인구가 사는 사회주의국가 쿠바에서 국민들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혁명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전까지 무선인터넷은 정부의 특혜를 받는 학자, 엔지니어, 기자, 정부 관료 등의 특권계층만 이용할 수 있었고, 일반인에게는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바의 사회주의 정치가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의 쿠바를 ‘인터넷은 없었지만 서로 마음과 정을 풍요롭게 나누던 특별한 시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약 20년 동안 전 세계인은 인터넷을 매개로 수많은 문화를 공유했고, 디지털 기술 발전에 가속도를 더했다. 정부의 통제 아래 인터넷 없이 흘러온 쿠바의 시간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시에, 디지털이라는 국제적인 흐름에서 점차 동떨어지게 된 셈이다.
2015년 7월, 쿠바 정부는 국영 통신사 에텍사(ETECSA)를 통해 60개의 와이파이 공유기를 쿠바 곳곳에 설치했고 누구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쿠바인에게 비로소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소통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제약이 따른다. 시간당 2달러인 카드를 구매해야 접속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가격은 2달러지만, 긴 줄을 서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카드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암시장에서 3~4달러를 주고 카드를 사는 일 또한 잦다. 하지만 쿠바인 들은 무선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통신수단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크게 기뻐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이 허용되기 전까지 쿠바에서는 온라인상에 반체제 사상이 드러나는 글을 게재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와이파이 접속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콘텐츠 검열 방안을 놓고 여론이 들끓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부의 까다로운 검열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선인터넷이 보급되고 쿠바인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디지털을 매개로 한 자유로운 소통이 쿠바인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도약하고 세계 곳곳의 다채로운 문화와 맞닿을 통로가 되어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