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쉬어야 할 것 아니니
원래도 덩치가 좋았던 남자친구는 몇 달 전부터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닝 레슨을 받으면서 몰라보게 몸이 더 좋아졌다. 부쩍 세진 근력을 자랑하듯 다양한 체위를 더 긴 시간 공들여 시전하는 그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바이나, 사소한 문제 또한 생겼다. 남자친구의 상체 근육이 늘면서 정상위로 섹스를 할 때 종종 그의 풍만한 가슴골에 내가 파묻히는 일이 생긴다는 거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둘은 키가 꽤 차이나서 상체를 포개면 내 얼굴이 보통 그의 어깨 아래에 닿는 터라 그가 정신없이 피스톤 운동에 열중할 때면 내 코와 입이 그의 두툼한 가슴 근육에 꽉 눌리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격투기 시합의 룰을 적용해, 격하고 뜨거운 와중에도 내가 남자친구의 왼팔을 두 번 터치하면 숨이 막힌다는 신호로 알고 바로 떨어지기로 했다. 귀여운 복수를 하고 싶었으나, 슬프게도 내 가슴으로 그의 숨을 턱 막히게 할 일은 없더라.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말이다. _O, 대학원생(28세)
분명 이쯤에 있어야 하는데
나는 155cm, 남자친구는 193cm. 우리 둘의 키 차이는 내가 데이트할 때 초고층 빌딩을 닮은 하이힐을 신는 것으로 무리 없이 커버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진정한 난제에 맞닥뜨린 건 침실에서였는데, 키 차이가 40cm에 가깝다 보니 남들처럼 그냥 되는 체위가 많지 않았고, 그와 내 것의 합일 지점을 찾아 어색하게 몸을 뒤틀다 결국 둘 중 하나가 어디 한 군데 쥐가 나거나 담이 걸려야 끝나는 식이었다. 그래도 전통적인 체위들을 우리 식으로 응용하며 그나 나나 약간 자신감이 붙은 어느 날, 가볍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점점 거칠게 서로를 물고 빠는 와중에 69자세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가 커닐링구스를 해주다 나를 반대로 홱 돌렸는데, 문제는 내 입 앞에 와 있어야 할 그의 페니스가 저 위쪽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거였다. 턱을 쭉 내미니 그 끝이 입에 들어오긴 했는데, 그나마 그가 나를 애무하면서 몸이 흔들리니 하릴없이 붕어처럼 뻐끔뻐끔할 뿐이었다. 농담이 아니고 실제로 답답한 마음에 손으로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가 남자친구 페니스를 뽑을 뻔했다. 그래도 예전에 모텔에서 남자친구가 힘자랑한답시고 선 상태에서 나를 들어 올려 커닐링구스를 시도하는 바람에 낮은 천장에 내 머리가 세게 부딪혀 뇌진탕으로 비명횡사할 뻔한 일에 비하면 그의 고통은 참을 만했을 것이다. _K, 회사원(29세)
두 동강 난 바나나
처음 지금의 남자친구와 밤을 보내던 날, 그의 페니스 모양에 조금 당황했었다. 평소에는 일반적인 모양인 남자친구의 그곳은 발기 후에는 마치 용이 승천하듯 위쪽으로 휘어 올라갔는데, 그 모양이 마치 처마 같았다. 한국의 미가 느껴지는 그 특이한 모양새 에 대해 그는 여자들 가슴처럼 남자의 페니스도 모양이 제각각 달라 사방으로 휜다고 친절히 설명까지 했었다. 어쨌든 15~20도 휜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페니스는 믿거나 말거나 곧은 페니스보다 정상위로 섹스를 할 때 질 안쪽의 G스팟 근처를 매우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나는 이 ‘바나나 고추’에 내심 환호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이었다. 집에서 데이트를 즐기다 후끈 달아오른 우리는 여성 상위 자세로 섹스를 시작했고, 나는 그 위에서 앞뒤로 피스톤 운동을 하며 오 선생님 영접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바로 그때였다. 다른 종류의 신음 소리에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영문을 모르던 나는 이게 야설에만 나오는 전설의 복상사인가 아주 잠시 망상에 빠졌지만, 그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내뱉은 말에 이내 황망해졌다. “고추가 부러진 것 같아!” 아니, 뼈도 없는 저 해삼같이 생긴 것이 부러질 수가 있나? 영문을 모르고 멍한 내 앞에서 겨울철 군고구마 대하듯 자기 페니스를 호호 불던 남자친구는, 순간적으로 가운데가 꺾이면서 뚝 하는 소리가 났다고 우는소리를 했다. 큰일났다 싶어 그를 둘러업다시피 부축해 비뇨기과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는 그럴 수도 있다며 경미한 ‘음경 골절’이니 당분간 성생활을 자제하라고 했다. 추측건대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삽입 각도가 그의 페니스 휜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서 이 사달이 난 것 같았다. 나도 잘해보려다 그런 건데. 아무튼 이렇게 하나 더 배웠다. 남자의 그곳도 부러질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_Y, 회사원(3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