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HNI <HOPELESSNESS>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유를 향한 열망을 노래하던 뮤지션 안토니 앤 더 존슨스가 여성의 삶을 선택한 후 아노니라는 새 이름으로 돌아왔다.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일렉트로 사운드를 선보인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곡 ‘4 Degrees’, 무분별한 드론 사용에 반대하는 내용의 ‘Drone Bomb Me’ 등 모든 곡의 가사에 귀 기울여볼 것. 호소력 짙은 멜로디와 중성적인 목소리가 뒤섞여 현대의 갖가지 절망을 예술적으로 표현한다.
TACOCAT <LOST TIME>
알록달록한 앨범 커버에서부터 괴짜의 기운이 솔솔 풍기는 밴드 타코캣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음악을 선보이는 미국 시애틀 출신의 4인조 펑크 밴드다. 2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에서는 강렬한 밴드 연주로 꽉 채운 빈틈없는 사운드에 사회 풍자적인 가사를 얹은 트랙을 감상할 수 있다. 형형색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하고 이리저리 악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타코캣의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 그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난 1월 먼저 발표한 싱글 ‘I Hate the Weekend’는 볼륨을 최대 한 높여 감상해보길 권한다. 스트레스가 확 풀릴 만큼 시원시원한 곡이다.
YEASAYER <AMEN & GOODBYE>
뉴욕에서 가장 특이한 스타일을 가진 밴드로 손꼽혀온 예세이어가 4년 만에 새 앨범을 공개했다. 팝과 록의 감성을 고루 섞고 그들만의 기발한 음악적 상상을 더해 완성한 곡으로 채운 앨범이다. 인도풍의 사운드와 풍성한 멜로디가 트랙 곳곳에 배치되어 듣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경쾌한 리듬이 반복되는 곡 ‘Silly Me’를 비롯해 잔잔한 음색이 돋보이는 ‘Prophecy Gun’ 등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곡들이 가득하다. 설치미술가 데이비드 알트메즈(David Altmejd)가 만든 앨범의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도 멋지다.
ALEXANDRE CHATELARD <ELLE ÉTAIT UNE FOIS>
프랑스 음악 특유의 로맨틱한 색채가 뚜렷하게 묻어나는 사운드다. 일렉트로닉과 팝을 접목한 트렌디한 음악인데, 신기하게 들을수록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를 자극한다. 이토록 낭만적인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은 프랑스 출신의 알렉상드르 샤틀라르. 그의 사운드에서는 다양한 질감의 기계음과 부드러운 보컬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수많은 감정들이 그려진다. 알렉상드르 샤틀라르 앨범의 감상 포인트는 바로 그의 그윽한 목소리. 낮고 깊은 음색이 우아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KAYTRANADA <99.9%>
카리브 해에 위치한 아이티 태생의 일렉트로닉 DJ 겸 프 로듀서 케이트라나다의 첫 정규 앨범이 발매됐다. 지난해 마돈나 투어 공연의 오프닝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기도 한 그는 아델과 The XX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레이블인 XL 레코딩스에 소속된 아티스트다. 40여 곡의 리믹스를 작업하며 쌓아온 내공을 쏟아낸 이번 앨범은 앤더슨 팩(Anderson Paak), 리버 티버(River Tiber) 등 걸출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곡 ‘Bus Ride’ ‘Glowed Up’ 등 한 번 듣고 넘기기엔 아쉬운 트랙들로 채워졌다.
JAMES BLAKE <THE COLOUR IN ANYTHING>
우울한 색채를 잔뜩 머금은 덥스텝 사운드를 선보여온 제임스 블레이크가 세 번째 앨범을 냈다. 클래식과 블루스, 일렉트로니카 등 여러 장르가 뒤섞인 곡들이 담겼다. 그래미상 수상자 본 이베어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 ‘I Need a Forest Fire’, 다채로운 기계음과 제임스 블레이크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Modern Soul’ 등 깊고 음울한 분위기의 곡이 주를 이룬다. 드라마틱한 멜로디와 그루브, 긴장감을 자아내는 비트가 한데 모여 울려 퍼진다. 차분한 분위기에 한없이 빠져들고 싶은 늦은 밤 가만히 누워 감상하기에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