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스타그램의 월 기준 활동 사용자 수가 5억 명을 넘었다. 일 기준 활동 사용자 수는 3억여 명. 하루에 공유하는사진과 동영상 수는 평균 1억 개에 이르고 ‘좋아요’ 수는 42억 개에 달한다. 크리스틴 최는 지금 이 시대 가장 뜨거운 플랫폼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을 만들어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뉴욕대와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된 그녀는 기능부터 아이콘의 픽셀까지 인스타그램과 관련한 모든 디자인에 관여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어떤 것일까.
“인스타그램이 추구하는 좋은 디자인의 요소는 ‘단순함’이에요. 그 단순함을 위해 디자인의 최종 목표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죠.”
인스타그램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가?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부터 아이콘의 픽셀을 하나하나 손보는 것까지 인스타그램과 관련한 상품 개발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이용하는 모든 기능은 대부분 우리 팀 디자이너 중 누군가 디자인하거나 구상한 것이다. 프로덕트 디자인은 새로운 기능이나 기존 앱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그런 다음 여러 스케치와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테스트를 한 후 엔지니어들과 함께 실제 개발에 들어간다. 앱이 어떻게 보이고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사용자가 어떻게 느낄지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작업을 진행한다.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의 범주는 매우 넓은데 그중 인터넷이라는 영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그래픽디자인을 하기로 결정한 건 대학교 3학년 때다. 디지털 출판에 관심을 가지면서 허스트 매거진에서 인턴십을 하며 디지털 출판물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앱의 인터랙션 디자인에 관심이 생겼다. 사람들이 이용하며 교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디자인한다는 것이 대단히 흥미로웠다. 그렇게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왜 인스타그램을 선택했나? 2010년 인스타그램이 세상에 나온 이후 줄곧 열렬한 팬이었다. 무엇보다 구성이 단순했고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 기록으로 남긴다는 점이 좋았다. 그때만 해도 인스타그램은 iOS용으로만 서비스되었는데, 내가 아이폰을 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직장으로서 인스타그램은 어떤 곳인가? 인스타그램에서 일하며 가장 좋은 점은 동료들과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낸다는 점이다. 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팔로하고 주말이면 함께 어울려 다닌다. 회사 분위기가 캐주얼하고 수평적이어서 CEO인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과 함께 앉아 업무를 볼 만큼 서로 허물없고 관계가 투명하다.
회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어딘가? 마이크로 키친(Micro Kitchen). 자그마한 키친인데 시리얼과 유기농 과일, 과자, 음료, 캔디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다. 회사가 직원들의 복지에 관심이 많다. 우선 남녀 모두 4개월 동안 유급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고 휴가와 병가도 자유롭게 내는 편이다. 직원들에게 통근 차량과 모든 식사를 지원하고 휴대폰과 노트북도 제공한다. 또한 사옥 내에 치과와 건강 센터, 피트니스 센터가 있어 직원들의 현재 건강은 물론 앞으로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
부메랑 앱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는 정기적으로 ‘해커톤(Hackathon)’이 열린다. 해커톤이 열리는 동안에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중단하고 그동안 생각해온 아이디어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부메랑도 해커톤의 결과물 중 하나다. 나에게 부메랑 앱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고 만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모크업(mockup)을 디자인했다. 엔지니어가 모크업을 바탕으로 부메랑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래서 실제 앱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마치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즐겨 쓰는 앱은 무엇인가? 레스토랑을 찾고 저장하는 포스퀘어(Foursquare)와 사진 편집 앱인 비스코캠(VSCO Cam)과 다크룸(Darkroom).
요즘 팔로하는 인스타그램 중 특별히 좋아하는 계정이 있다면? 많은데 그중 하나를 꼽자면 호주 출신의 아티스트 CJ 헨드리(CJ Hendry)의 계정을 재밌게 보고 있다. 펜으로 점묘 작업을 하며 그림을 그리는데 초사실주의 작품들이다. @cj_hendry에 들어가면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앞으로 커리어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키고 싶은가? 앞으로도 디자인과 테크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기술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이 분야가 재미있는 건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몇 달 후에는 아마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능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내 커리어가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인스타그램에는 업무최고책임자(COO)인 마른 레빈(Marne Levine)처럼 여성 롤모델이 많다는 점도 좋다.
퇴근 후에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데생과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컴퓨터에 쓰 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손으로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이 긴장을 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 넷플릭스의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이라는 음식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 있어서 요리도 자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