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가득 채우는 배국진
게스트하우스 소풍
“게스트하우스를 단순히 숙박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게스트하우스가 호스텔과 다른 점은 그냥 열쇠만 넘겨주고 손님과의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라 공용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며 교감한다는 거죠.” 서촌의 골목에 자리한 한옥 게스트하우스 ‘소풍’을 운영하는 배국진은 4년 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회사에 다닌 지 3년쯤 되었을 무렵 회사를 관두고 다른 일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실행에 옮겼다.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관둔 건 아니에요. 유학을 비롯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창업스쿨 같은 데도 다니다가 어느 잘나가는 게스트하우스를 알게 됐죠. 저라면 더 깨끗하고 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몇몇 게스트 하우스에서 직접 자보기로 결심했어요.”
그가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한 계기는 새로운 사업으로 대단한 성공을 이뤄보겠다는 욕망이 아니라 문화 관광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것들을 주제로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죠. 처음엔 투어 가이드를 해볼까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체력이 그다지 좋지 않거든요. 하루에 열 시간씩 걸으며 가이드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더라고요.” 한옥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지닌 건물이지만 그 대신 물건들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깔끔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소풍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소품이며, 생활용품들은 하나같이 ‘각을 맞춰’ 정돈되어 있다. 늘 단정하게 정돈된 소풍의 거실에서 아침이면 차를 끓여 손님들과 나눠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보면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그렇게 인연을 맺은 친구의 집에 머물다 오곤 한다.
소풍에서는 버스킹이나 인디밴드의 작은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좋은 건 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거예요. 음악 공연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워낙 인디밴드 음악을 좋아해 직접 뮤지션을 섭외해 공연을 열게 된 거죠. 조만간 펜아트 아티스트의 전시도 열려고 해요. 앞으로 소풍에 문화를 점점 더 많이 심고 싶어요. 소풍이 하룻밤 자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료7길 10-4
문의 www.sopoongguesthou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