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더해 완성하는 동화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한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벤치에 앉아 빵을 먹는 손주를 바라보는 할머니와 나무 아래 앉아 책을 읽는 청년, 축구를 하는 아이들, 조깅하는 아저씨, 플루트를 연주하는 음악가, 땅속에서 얼굴을 내민 두더지,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새가 있다. 공원에서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풍경이 담긴 그림을 한 장씩 넘길수록 시간이 흐르듯 공원 속 사람들의 모습도 조금씩 바뀐다. 땅을 보며 걷던 남자아이가 꽃을 한 송이 꺾고, 그 꽃을 한 여자아이에게 주면, 여자아이는 꽃을 버리는 척하더니 다시 주워 남자아이에게 달려가는 식으로, 그림을 한 장씩 넘길수록 공원 속 사람들의 모습에는 이야기가 더해진다. 그렇게 12개의 그림이 있고, 붉은 물고기가 그림 속 사람들 사이를 헤엄쳐 다닌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야기를 상상하며 만들어나간다. 열두 장의 그림이 끝나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글 곤살로 모우레 그림 알리시아 바렐라, 북극곰 펴냄
고양이의 게으른 사계절
<또 고양이>
대만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미스캣의 고양이에게 헌정하는 책, <또 고양이>. 이 책은 고양이의 사계절을 담은 일러스트 모음집이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고양이의 일상을 그렸는데 모든 그림에는 짧은 고양이 에세이가 담겨 있다. 봄이면 목욕을 즐기는 고양이, 음식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거나 머리가 무겁고 몸이 찌뿌드드할 때 채소 시장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한여름 한 방에 모여 앉아 생선 메밀국수를 먹는 고양이, 한겨울 온천욕을 즐기는 고양이까지, 사계절을 나는 고양이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책 속 고양이처럼 유유자적 계절을 누리며 게으르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진다.
글·그림 미스캣, 학고재 펴냄
아주 짧은 소설들
<후후후의 숲>
7개월 남짓, 매주 한 편씩 써온 평균 원고지 10매 내외의 짧은 소설 31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20년 차 소설가 조경란은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짧고 재미있으며 좋은 이야기’를 썼다. 토끼로 변한 아버지와 그의 딸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가 담긴 ‘변신’, 취업준비생이 상처와 걱정, 불행을 잠시라도 잊는 숨 쉬기를 배우는 숲에 대한 이야기인 ‘후후후의 숲’ 등이 담겨 있다. 그중 특히 위안을 받은 몇 구절을 소개한다. ‘그렇군. 뭘 하든 남들하고 비교하지 말라고 전해요. 그냥 두지만 말고 계속하라고. 매일매일. 그러다 보면 뭐가 되든 된다고. ‘소의 침’처럼. 길고 가늘게 끊어지지 않게 말이에요.’ ‘이따금은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보자. 두려울 때 슬플 때 겁이 날 때 그리고 외롭다고 느낄 때. 몸에 힘을 빼고 후후후.’ 사이사이 자리한 일러스트들이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글 조경란 그림 이정환, 스윙밴드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