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mcmalimd13_14

서울의 카오산 로드, 오세민

타이거하우스

“큰아버지가 그러셨어요. ‘힘을 내야 힘이 난다’고요. 타고나길 기운이 넘치는 것도 있지만 매사에 긍정적이에요.” 우사단길에 자리한 타이거하우스는 집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오는 곳이다. 세련된 인테리어나 서비스를 기대하고 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대신 ‘비글미’ 넘치는 사람 좋은 집주인을 만날 수 있다. 그는 2013년 서울시에서 진행한 ‘도시민박업 창업교육과정’ 수업을 계기로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 일이다 싶더라고요. 청소며 관리 같은 건 생각도 안 하고 마냥 재미있겠다 하고 뛰어들었어요. 4월부터 교육을 받았는데 5월에 역삼동에 공간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오랫동안 해서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때는 ‘이건 무조건 잘 된다’ 싶었는데 오픈하고 한동안은 좌절했어요. 손님이 없었죠. 공짜 손님만 와요.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하루도 안 빠지고 오는 거예요. 밥이라도 먹여 보내야 하니까 2주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바비큐를 구웠죠.”

결국 그는 홍보를 위해 밖으로 나갔다. “호랑이 탈을 쓰고 매일 강남을 빙빙 돌았어요. 경찰서 다니면서 외국인 관련 문제 생기면 도와주겠다고 연락 달라고 하고요. 손님 한 명이 아쉬운 때였거든요.”

 

우사단길로 자리를 옮긴 지 3년. 이제는 홍보나 광고 없이도 손님이 꽉 꽉 찬다. 집주인의 성향에 따라 유쾌하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매주 모여든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베이킹 수업을 하는가 하면 ‘랭귀지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열어 게스트와 동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주중에는 영어 회화와 문법 수업을 열고, 주말에는 ‘남자 식당’이라는 이름의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 7시에는 투숙객과 동네 사람들을 한데 모아 남산에서 운동도 한다. ‘우사단 초대석’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에서는 그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미 하는 일이 넘치는 것 같은데도 그는 우사단길의 일꾼이 되어 오픈 준비 중인 가게에 직접 타일을 깔고 가구도 만들어준다. 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얻은 생활의 기술들이다.

이곳에서 하룻밤이라도 머문 사람은 누구나 이 명랑하고 부지런한 청년에게 반하고 만다. 타이거하우스를 다녀간 여행자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다. “한국과 타이거하우스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 여행자들이 가끔 코리아타운에 가서 김치라도 사 먹는다면 그것만으로 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95
문의 070-4645-4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