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국보급 아티스트이자 컬렉터인 피에로 포르나세티 100주년을 기념하는 <포르나세티 특별전>이 열린다.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과 파리 장식 미술관을 거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바통을 넘긴 것. 우선 피에로 포르나세티란 이름이 낯설다는 이유로 이 전시를 지나치지 않길 당부한다. 포르나제티가 그림, 장식, 판화, 출판, 수집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인 만큼 전시품들의 스케일 또한 범상치않기 때문이다.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빈티지 오리지널 피스까지, 밀라노 포르나세티 아카이브에서 까다롭게 엄선한 1천3백여 점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페라 가수 리나 카발리에리의 얼굴이 다양하게 변주된 접시와 쿠션, 컵 등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포르나세티는 19세기 프랑스 잡지에서 발견한 그녀의 얼굴에 놀라울 정도로 집착했는데 하나에 꽂혀서 변형하고 재생산하는 것이야말로 그의 주특기였다. 착시 효과와 형이상학적인 풍경, 즉흥 연회극의 인물, 수수께끼와 달 모양의 얼굴 등 다양한 기법과 모티프를 통해 상상력을 펼친 그의 작품은 스카프와 가구뿐만 아니라 벽지와 병풍, 접시, 트레이와 우산꽂이까지 아우른다. 그뿐이 아니다. 건축가 지오 폰티와 함께 깊은 우정을 나눈 그는 개인주택과 여객선, 카지노 등 환상적인 실내 디자인과 장식을 남겼다.
평소 피에로 포르나제티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는 프리 오프닝 행사의 사회를 자처하고 나섰다. 들뜬 표정으로 14개의 공간을 모두 돌아본 그는 방대한 아카이브를 두 눈으로 확인하며 이 모든 작품들의 오리지널리티를 지켜온 포르나제티 가에 대한 경외를 표했다.
“피에로 포르나제티의 후손들이 이 작품들을 그저 상품으로 여기고 고가에 팔아버렸다면, 지금 우리가 그의 작품들을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없었겠죠. 이것이야말로 예술에 대한 애정과 의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해요. 이 멋진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꼭 관람했으면 좋겠어요.”
일정 및 장소 2016년 11월 22일부터 2017년 3월 19일까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M1 배움터 디자인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