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멤버들의 패션을 자수로 놓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예전부터 서점에 가면 일본 실용서가 꽂힌 서가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은 몇 권 사기도 했는데 자수 책이 그 중 하나였어요. 처음 한동안은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었죠. 그러다 좋아하는 팬아터가 생겼고, 그 분의 그림을 따라서 수 놓아 본 것이 첫 시작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한 그림인데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했었죠.(웃음) 그후로 엑소 멤버들의 패션을 1주에 1,2개씩 자수로 놓기 시작했어요.
최근 1백번째(!) 엑소 자수를 완성했죠. 이렇게 장기 프로젝트가 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이 작업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전혀요. 사실 저는 스스로에 대해서 단시간에 집중해서 끝내버리는 편이지 오랜 시간 동안 끈기 있게 한 가지를 끌고 가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왔거든요 . 2015년 11월에 시작했으니 벌써 일 년 반에 걸쳐서 이 작업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처음 작업과 최근의 작업을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달라요. 꾸준히 하면 조금씩 성장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에요. 나에 대해서 소개할 때 ‘꾸준히’ ‘오래’ 라는 단어를 써도 되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가장 애착이 가는 멤버의 자수가 있나요?
멤버에 대한 ‘애착’이라기보다는, 저를 작업하고 싶게끔 만드는 멤버는 찬열이에요. 엑소 팬들은 알겠지만 찬열이 어떤 옷에 꽂히면 한동안 그 옷만 입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보통 다른 멤버들의 사진을 고르는 기준이 ‘오늘은 누가 어떤 예쁜 옷을 입었나’지만 찬열의 경우엔 ‘아 오늘도 이걸 입었구나’랄까요.(웃음) 주로 블랙 실을 쓰게 되는 옷들이 대부분이지만, 팬이라면 누가 봐도 찬열이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작업하기 전에 참고하는 사진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요?
사실 저는 그림을 그릴 줄 몰라요. 사진에 찍히지 않은 부분을 상상해서 그림을 그릴 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신이 모두 나온 사진을 고릅니다. 주로 매체에 보도된 기사 혹은 팬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 중에서 고르죠. 옷의 정보나 컬러, 포켓의 위치, 브랜드의 로고 등의 정보는 주로 트위터에서 얻는 편입니다. 그외의 기준은 ‘누가 가장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옷을 입었나?’ 정도일 것 같네요.(웃음) 지금까지 했던 작업들은 정적인 자세들이 대부분이라 요즘은 다양한 자세와 걸음 방향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고르려고 합니다.
엑소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누구인가요?
지금까지 제 작업을 지켜보신 많은 분들이 저를 세훈의 팬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가장 자수를 많이 놓은 멤버는 세훈이 맞아요. 운동복만 입어도 태가 나고, 무엇보다 멋쟁이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멤버는 첸과 찬열입니다.
자수를 놓다 보면 각 멤버들의 스타일 특징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겠네요?
멤버별로 특징을 꿰고 있지는 못해요. 하지만 이 정도는 알죠. 디오는 한동안 올 블랙 룩을 즐겨 입었는데 요즘은 네이비, 올리브 컬러에 푹 빠져 있다는 것. 찬열은 베트멍을 좋아하고, 뭐든 하나에 빠지면 그 옷만 주구장창 입는다는 것. 사실 제가 수놓은 것들의 대부분은 멤버들의 특징을 표현할만한 옷이라기보다는 평소와 달리 블랙 룩을 입지 않은 디오라거나, 팬들이라면 기억할 만한 엑소의 기념비적인 순간들에 입은 옷들이에요.
자수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수를 놓는 동안에는 마음을 비울 수 있다는 점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작은 결과물들을 지인에게 선물했을 때 좋아하는 모습은 덤이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용? (웃음) 한 마리 화끈하게 수놓아보고 싶고요. 제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들과 닛신의 컵 누들 시리즈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해보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 시도는 못하고 있네요. 이 기회에 무언가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바느질하는 여자 최윤지의 작업을 더 보고 싶다면? tanggurous.tumbl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