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방송작가질 10년. 작가라 글만 쓸 줄 알았는데, 실상은 매일 빌고 비는 앵벌이 인생이다. 물론 가끔 글도 쓴다. 소품의뢰서에 ‘뿅망치 2개’, ‘양은냄비 사이즈별로’ 뭐 이런 것도 글이라 쳐준다면 난 이미 대작가다.”
<응답하라 1997>의 첫 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일등공신이었던 작가진의 실제경험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TV 키드로 자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방송국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기다 학창시절 글도 좀 쓴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십중팔구 장래희망란에 ‘방송작가’란 네 글자를 적어보았을 터다. 그렇다. 방송국은 왠지 재미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꿈의 일터다. 그 어떤 것도 보장되지 않는 프리랜서에 매일매일이 ‘똥줄’ 타는 일들의 연속일지라도 말이다.
Q. 방송아카데미는 꼭 다녀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방송작가가 되는 데 있어 방송아카데미 수료가 필수 조건은 아니다. 방송아카데미에선 주로 방송 용어나 현장의 플로우, 구성안 작성법과 대본 보는 법, 자료 찾는 노하우 등 대개 막내 작가들이 할 법한 매우 기본적인 업무들을 가르친다. 방송 일을 시작하면 누구나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방송아카데미를 거칠 필요는 없다. 단, 인맥을 쌓는 데는 도움이 된다. 아카데미 강사를 하고 있는 선배 작가들이 수강생 중에 글 솜씨가 좋은 사람을 뽑아 일을 맡기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첫 프로그램에 안착하기에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함께 다닌 동기들도 추후 큰 힘이 된다. 서로 일을 소개할 수 있고 무엇보다 힘들고 서러울 때 공감해줄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꽤 든든하다.
- KBS아카데미 주4회(월⋅화⋅목⋅금) 3시간 수업 3개월 과정 1백95만원./ 주1회(토) 8시간 수업 3개월 과정 1백50만원
- MBC아카데미 주6회(월~토) 7시간 수업 3개월 과정 3백95만원
-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주1회 3시간 수업 21주 과정 80만원
Q. 평소에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어떤 포맷이 트렌드인지, 프로그램별로 아이템 선정 및 구성이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방송계 흐름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수! 한글⋅워드⋅엑셀을 기본으로 잘 다룰 수 있고 인터넷 검색에 능하면 더할나위 없다.
Q. 드디어 면접의 기회를 잡았다면?
드라마⋅예능⋅교양 등 구성작가를 포함하여 방송국에서 일하는 모든 작가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다. 대부분 공석이 났을 때 새 작가를 찾는 식이다. 주로 개편이 진행되는 시기에 기회가 오기 쉽다. 개인에 따라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방송작가가 왜 되고 싶은지,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등과 더불어 자주 물어보는 질문은 해당 프로그램에 왜 지원했는지, 프로그램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와 같은 것들이다. 보통 막내작가의 경우 얼마나 빠릿빠릿한가, 눈치가 있나, 열의는 있나, 체력이 좋은가를 높은 덕목으로 치기 때문에 그것들을 가늠할 수 있는 질문들을 주로 던지는 편이다. 인기 있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엔 장기자랑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매우 드문 경우다.
Q. 방송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앞서 말해둘 것이 있다면 방송사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장르다. 구성작가는 크게 예능, 교양, 시사, 스포츠, 라디오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장르에 따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분위기나 방송 내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그러므로 자신이 왜 방송작가를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스스로 알아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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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파 채널 누구나 다 아는 인기 프로그램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간의 규율이 엄격한 편이라 못 버티고 나오는 경우도 많은 편.
- 종합편성채널 공중파 방송국의 유능한 인재들을 물 밑에서 스카우트하며 시작한 덕분에 불과 몇 년 사이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채널로는 JTBC, 연합뉴스TV, 채널A, MBN 등이 있다.
- 케이블 방송국 KBS N, MBC플러스 등과 같은 공중파 방송국의 계열사 혹은 tvN과 OCN, Olive 등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CJ E&M 이 단연 인기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몇 회만에 프로그램이 종영하는 일도 비일비재한 반면 새로운 시도를 해볼 기회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 프로덕션 드라마, 다큐멘터리, 교양 등 각 장르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방송국에 납품하는 역할을 한다. 일부 대형 프로덕션을 제외하면 연봉이나 근무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