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밤새도록 매초마다 날 죽였어.” <쌈, 마이웨이>
두 눈앞에서 내 남자의 바람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무리 말 잘하는 국민 MC가 와도 그 황당함에 말문이 턱 막힐 것 같다. 같은 부서 인턴의 집에서 밤을 보내고 나오는 주만(안재홍)을 본 설희(송하윤)는 다르다. 실수라며 손을 붙잡는 주만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선언한다. “니들이 잤든 안 잤든 나한테는 똑같아. 넌 밤새도록 매초마다 날 죽였어. 우리 헤어져.” 그리고 울며 매달리는 주만에게 날리는 마지막 한 방. “그냥 바람은 바람이야. 그건 O, X의 문제지 크고 작은 문제가 아니야. … 후회는 네 몫이야.”
“즐거웠습니다. 잘 가요” <태양의 후예>
송송 커플의 결혼소식에 두 사람을 맺어준 <태양의 후예>의 명장면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달달한 신도 많았지만 극 초반에 등장하는 첫 이별 신도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 썸을 타던 시진(송중기)과 모연(송혜교)이 서로의 직업과 신념에서 좁힐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고 헤어지는 장면이다. 모연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일을 한다는 그에게 생명 이상의 가치는 없다며 돌아선다. “미안하지만 제가 기대한 만남은 아닌 것 같네요. 가보겠습니다.” ”이해합니다. 즐거웠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쿨하게 돌아서는 이게 바로 어른의 이별이지 말입니다.
“너 나랑 자려고 만나잖아.” <연애의 발견>
연애가 길어질수록 처음 만났던 설레는 감정은 까마득해지고 왜 만나는지 이유는 자꾸 옅어져만 간다. 여름(정유미)은 오랜 연애로 자신에게 점점 무관심해지는 태하(에릭)가 미워 자꾸 묻게 된다. “나 왜 만나니?” 태하는 이런 질문이 식상 하다며 좋게좋게 넘어가려 하지만 여름은 그런 태하를 참을 수 없다. “잠자려고 만나는 거잖아. 나가서 데이트하자 그러면 피곤해 죽으려고 하고, 집으로 가면 나랑 뭐했는데? 비참하고 자존심 상해.” 같이 있어도 외롭고 왜 하는지 모르겠는 연애를 정리하고 싶을 땐 여름처럼 돌직구를 날리자. 쌓아뒀던 말이라도 모두 쏟아내고 끝장을 보는 것이 후회가 안 남는다.
“수고했어, 그동안.” <연애의 온도>
치고받고 싸워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연애. 매번 비슷한 이유로 싸우다 보니 왜 싸웠는지 기억도 안 나는 연애.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재회하지만, 여전히 싸우고 또 싸운다. 놀이공원 데이트에서마저 다투며 온갖 독설을 날리지만 먼저 헤어지자는 말은 꺼내기 싫다. “너만 힘들어? 헤어지고 싶으면 이제 네가 말해. 나야말로 지긋지긋하니까.” 도돌이표 찍는 싸움으로 연애의 바닥을 본 두 사람은 이내 체념하며 말한다. “그래, 우리 둘 다 정말 열심히 했어.” 진짜 헤어질 때가 됐을 때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서로 수고했다는 격려는 차라리 힘이라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