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의 와인메이커는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돔 페리뇽에는 1명의 셰프 드 카브와 5명의 와인메이커가 있다. 기본적으로 이들이 샴페인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협의하고 진행한다. 그 외의 일정은 각각 다르다. 셰프 드 카브인 리샤 지오프로이는 페란 아드리아와 협업한 ‘This is not a dinner’처럼 보다 창의적인 작업을 하고, 2명의 메인 와인메이커는 하우스의 모든 작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또 다른 3명의 와인메이커는 와인을 만드는, 좀 더 테크니컬한 부분에 집중한다.
그럼 빈티지를 결정하기 위해 숙성 중인 와인을 얼마나 자주 마셔보는가? 해외에 있을 때 빼고는 매일 테이스팅한다. 중요한 결정은 1년에 세 번 내린다. 8월엔 포도를 맛본 후 언제 수확할지를 정하고, 추수를 한 뒤 5월 즈음엔 스틸 와인과 블렌딩 와인을 맛보며 그해의 빈티지를 출시 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 와인들을 언제 출시해야 가장 완벽할지를 정하는 게 마지막 순서다.
그 중대한 결정의 순간을 즐기는 편인가? 꼭 좋은 풍경 사진을 찍었을 때 느끼는 희열 같은 게 있다. 완벽한 사진을 찍으려면 좋은 장소를 찾아서, 빛과 자연의 움직임이 가장 좋은 순간에 셔터를 눌러야 하니까. 빈티지 와인은 늘 그해의 특성을 잘 반한다.
샹파뉴의 2005년은 전반적으로 무덥고 건조하면서도 날씨가 극과 극을 오간 해다. 돔 페리뇽 로제에 있어 2005년은 어떤 해였나? 해마다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돔 페리뇽이 추구하는 맛의 미학을 이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온난하고 건조했던 2005년은 포도 숙성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9월 초엔 폭우가 쏟아지고 포도 곰팡이까지 생겼지만 완벽하게 숙성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 덕분에 적게 수확하는 대신, 피노 누아의 특성이 두드러진 독보적인 품질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피노 누아의 전율(The Thrill of Pinot Noir)’이다. 사실 피노 누아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다루기 까다로운 품종이다. 그런 면에서 피노 누아의 특성이 두드러졌다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샤르도네와는 또 어떤 완벽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나? 선별한 피노 누아 덕분에 레드 와인의 블렌딩에 집중했고, 화이트인 듯 레드이고, 레드인 듯 화이트인 이중적인 매력을 갖게 됐다. 다른 빈티지보다 피노 누아와 샤르 도네가 사이가 더 좋은, 조화로운 샴페인이 완성됐다.
로제는 보통 10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뒤 출시된다. 숙성 과정과 그 뒤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어떤 것인가? 숙성의 핵심은 시간만이 다는 아니다. 서늘하고 어두운 셀러 안에서, 와인과 효모, 산소 사이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병 속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가 추구하는 ‘조화’를 이뤄낸다. 때문에 돔 페리뇽은 어떤 빈티지를 선택하더라도, 블랑과 로제 모두 조화가 두드러진다.
10년 이상 숙성된 샴페인은 샴페인만 오롯이 즐겨도 아주 흥미롭다. 하지만 마리아주가 주는 큰 즐거움 또한 놓칠 수 없다. 돔 페리뇽 로제 2005의 풍미를 돋워주는 요리 재료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조화’란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다. 돔 페리뇽과 음식을 페어링할 때도 마찬가지다. 더욱 단단한 질감과 강력한 구조, 강렬한 레시피를 탐험할 수 있는 돔 페리뇽 로제 2005 빈티지라면 고수와 후무스를 곁들인 구운 바닷가재나 그릴에 구운 한우 요리를 추천한다.
돔 페리뇽 로제 2005가 두 병 있다면, 언제 마실 것을 추천하겠는가? 돔 페리뇽이 이야기하는 ‘조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마시기 바란다. 그리고 다른 한 병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고 싶다. 로제는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갖췄으니, 그때까지 당신을 기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