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피맥하고 싶은 펍
릴렉스053
길을 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빨간 자판기는 ‘릴렉스053’으로 통하는 문이자 유일한 간판이다. 밖으로 난 창문 하나 없이 자판기를 힘껏 당겨야만 들어설 수 있는 펍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 특이한 입구 덕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수제 맥주와 갓 구운 피자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핸드앤몰트의 모카 스타우트, 몽크스 카페의 레드에일, 스탠다드 커브와 협업해 직접 양조한 리프레시 아이피에이 등 스무 가지가 넘는 수제 맥주를 지하의 맥주 창고에서 바로 끌어올려 생맥주로 즐길 수 있다. 종류가 많아 고민된다면 시음해본 후에 골라도 좋다. 맥주는 모두 릴렉스053에서 특별히 디자인한 캔에 테이크아웃해 갈 수도 있으니, 가까운 공원에서 야외 맥주를 마시는 것도 대구의 밤을 만끽하는 방법 중 하나겠다.
산뜻한 브런치의 여유
홀그레인
대봉동 김광석 거리에서 편안한 캐주얼 다이닝을 찾는다면 ‘홀그레인’을 추천한다. 근처 방천시장의 족발과 소갈비도 좋지만, 신선한 재료로 만든 생기 있는 브런치 테이블이 푸근한 동네 골목길 풍경과는 또 다른 이미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생연어를 올린 오픈 토스트와 담백한 홀랜다이즈 소스를 뿌린 에그 베네딕트, 달콤한 휘핑크림을 곁들인 프렌치토스트를 맛보면 이곳이 왜 브런치로 소문난 레스토랑인지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반기마다 바뀌는 파스타와 리소토, 스테이크 메뉴도 특색 있는 요리들로 채워진다. 요즘은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돼지 목살에 고소한 쌈장 아이올리 소스를 발라 먹는 보스턴 벗 스테이크와 매콤한 로제 소스가 입맛을 당기는 새우 로제 리카토니가 뻔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맛으로 사랑받고 있다.
유령이 추천하는 책 한 권
고스트북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작품으로 나타날 때는 어느 때 보다 존재감이 강하지만,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작가의 이런 이미지가 유령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 ‘고스트 북스’에서는 유령이 셀렉한 해외 미술과 디자인 서적을 중심으로 국내외 독립 출판물을 주로 다룬다. 이곳에 출몰하는 유령은 바로 그림을 그리는 류은지 작가와 글을 쓰는 김인철 작가. 무성 만화와 에세이를 엮은 ‘냉탕과 온탕’ 시리즈를 출판하며 책방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 책방 한편에 작게 마련한 코너 ‘바이먼슬리 테이블’에서 한 가지 주제로 책과 그림, 설치와 영상 등 다양한 언어로 표현된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서점이 책 판매 이상의 문화적 역할을 하길 바라며 책 만들기 클래스와 드로잉 워크숍, 대구 출판 제작자들의 대책 마련 모임도 이어가고 있다.
화가의 작업실에서 커피를
카페 인화
인화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젤과 캔버스, 팔레트가 놓인 화가의 작업 공간이다. 미술을 전공한 주인장이 느긋하게 그림 작업을 할 요량으로 꾸며 작업 중이거나 완성된 작품을 볼 수도 있다. 카페 한가운데에는 푹신한 침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여러 사람이 서로 화합한다는 뜻의 ‘인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침실처럼 편히 둘러앉아 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놓았다고. 사실 그보다 카페의 화합을 책임지는 분위기 메이커는 강아지 포비다. 타고난 붙임성으로 카페를 누비며 사람들의 어여쁨을 독차지하고 있다. 비엔나커피에 부드럽고 쫀득한 크림을 올린 ‘크림코이’와 밀크셰이크에 딸기청을 블렌딩한 ‘스노우 베리’는 주인장의 추천 메뉴로 달콤한 향 때문에 포비가 눈독을 들일 수 있으니 잘 사수하며 음미해야 한다.
탐나는 부엌살림 장만하기
키친툴
주택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앞산에 자리한 ‘키친툴’은 부엌살림 도구점이다. 국내 도자기 작가들의 작품부터 일본에서 공수해온 조리 도구까지 대표가 남다른 안목으로 선별한 부엌살림이 잠자고 있던 살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아름다운 패턴의 빈티지 글라스부터 세련된 수저와 나이프, 조그만 종지까지 소장하고 싶은 물건이 넘쳐난다. 지하 1층에서 정갈하게 정돈된 살림 도구를 구경한 후 한 층 올라가면 쇼룸에서 판매하는 그릇에 담아내오는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수제 팥잼을 바른 앙버터 토스트는 달콤한 팥과 고소한 버터의 맛이 커피와 잘 어울려 인기 있는 메뉴. 커피에 적셔 먹으면 촉촉한 빵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