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두손컴퍼니 대표 박찬재
어느 날 서울역에 머무는 노숙인들이 강제로 퇴거당했다. 서울역사에서는 보도자료를 내 이 소식을 알렸다. 머물 거처조차 없을 만큼 형편이 어려워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 겨우 잠을 청하는 공공장소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는 사람들. 이런 상황인데도 속수무책으로 내쫓길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의 처지에 ‘두손컴퍼니’의 박찬재 대표는 분노했다. 누구나 열심히 살기만 하면 잘살 수 있다고 믿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보니 화가 치밀었다. 박찬재 대표는 대학생 시절 2~3일간 노숙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일을 시작으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변화시키려면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의 두손컴퍼니는 물류회사지만 초창기 모습은 달랐다. “두손컴퍼니라고 이름에는 사회의 취약 계층의 손과 저희의 손이 만난다는 뜻이 담겨 있어요. 두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사회 취약계층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던 중에 종이 옷걸이를 개발 했고 그걸 만들어보기로 했죠.” 2012년부터 3년 정도 종이 옷걸이를 제작하다 보니 두 가지 고민이 생겼다. 일이 꾸준히 들어오지 않아 노숙인 쉼터를 통한 부업거리밖에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노숙인들에게 용돈벌이 정도의 수입이라 그 돈을 담뱃값이나 술값으로 쓰고 난 후 이전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B2C 형태의 사업이 본질을 잃고 점점 옷걸이 회사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어 옷걸이 사업을 접었다.
그러다 가까운 거리에 사무실이 있던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와의 인연으로 마리몬드의 물류 유통을 맡으며 물류 센터를 시작했다. 작은 규모의 물류센터는 이제 사업 파트너를 늘리며 5백 평 규모의 부지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사업의 수단은 달라졌지만 두손컴퍼니라는 회사의 존재 이유만큼은 흔들림이 없다. “회사의 목표가 이윤에 있다면 시장조사를 하고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주업무겠죠. 하지만 저희는 빈곤 계층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는 일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일자리 창출이죠. 돈을 왜 버는가에 대한 답이 이 회사가 잃어서는 안 될 가치입니다. ‘핸디맨’이라 불리는 두손컴퍼니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돈을 버는 거예요. 실제로 회사의 재원이 모이는 만큼 채용을 늘려요. 수익이 나면 사람을 무조건 더 뽑고 복지를 어떻게 더 좋게 할 지 고민합니다.”
박찬재 대표가 믿는 법칙이 있다. 72:1의 법칙. 결심한 일을 사흘 내에 실행하지 않으면 실제로 그 결심을 실행할 확률이 1% 미만이라는 것이다. 대단한 사업을 해야겠다는 거창한 포부도, 물류 사업을 해야겠다는 계획도 없었지만 약한 자들을 향한 사회의 폭력적인 태도에 대한 공분은 그를 움직이게 했다. 회사를 시작하고 처음 2, 3년은 자신의 급여를 거의 챙기지 못했다고. 그렇게 시작했으나 지난해 매출 규모는 14억원으로 늘었고, 언젠가 1천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박찬재 대표의 목표.
“1천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면 1천 명 을 고용할 수 있어요. 아마도 10년은 걸리겠죠. 두손컴퍼니의 목표는 일자리를 늘리는 거예요. 소셜 벤처는 소명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데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벤처답게 지금껏 시장에 없는 것들을 개척하는 거죠. 지금도 사회는 계속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일이에요. 지금은 소셜 벤처들이 도전하고 있는 수준 이라면 앞으로는 사회가 생존하기 위해 이런 회사가 더 많이 필요할 거예요. 그때가 되면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소셜 벤처들의 연구와 노력이 사회에 꼭 필요한 필수 요소가 되겠죠. 지금은 맨땅에 헤딩하고 있지만 이 회사들이 10년, 20년이 지나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회사가 되어 있을 거예요. 그래야 이 사회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겠죠.”
두손컴퍼니 두 손을 이용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의 두손컴퍼니는 일자리를 제공해 빈곤을 퇴치하겠다는 의지를 실현해가고 있다. 사람이 곧 회사라는 경영 철학을 지켜가며 직원을 ‘핸디맨’이라 부른다. 현재 여러 파트너 기업의 물품 보관과 물품 포장, 조립 등 물류 유통을 대행하고 있다. 문의 www.dohan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