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도시의 공존
소녀방앗간 대표 김민영
시골 어르신들이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 깊은 산속에서 채집한 나물, 텃밭에서 농약 없이 키운 쌈채소, 오랜 발효를 거친 과일청으로 맛을 낸 음식을 내는 식당 ‘소녀방앗간’. 2년여 전 성수동 골목길에서 시작한 소녀방앗간이 어느덧 여덟 곳째 지점을 열었다. “회사 이름은 방앗간컴퍼니예요. 이 회사에 소녀방앗간이란 브랜드가 있죠. 아직은 브랜드가 하나예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단한 규모로 키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어요. 그저 어르신들이 만들고 지켜낸 맛을 전달하고 싶었죠.”
소녀방앗간의 시작은 청송에서 맛본, 위안이 담긴 한 끼 식사다. 대학교에 들어간 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겠다는 다짐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진로를 찾아봐야겠다는 의지가 더해져 카페부터 베이커리, 주차 안내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던 중에 어느 중소기업의 홍보팀에 입사하게 됐다. 작은 회사지만 함께 커나가야겠다는 각오로 2년간 그곳에서 일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두게 되었고 몸과 마음도 쉴 겸 청송에 내려갔다.
“농산물 직거래 유통회사인 ‘생생농업유통’을 운영하시는 김가영 이사님과의 인연으로 청송에 내려갔어요. 그곳에서 식사로 매번 된장찌개와 채소 쌈 등을 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죠. 소작농 어르신들이 정직하게 키운 농작물들이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해 단체 급식소나 군대에 헐값에 팔려 나간다는 얘길 듣고 이 농산물들을 서울에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농산물을 직거래로 팔다가 음식을 만들어 어르신들의 맛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동 창업자인 김가영 이사와 함께 소셜 벤처를 지원하는 성수동 프로젝트의 투자와 청송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소녀방앗간을 시작했다. 이제는 청송뿐만 아니라 영양, 태백, 하동, 산청 등 15개의 지역에서 농산물을 비롯한 장류를 받고 있다. 농작물은 생생농업유통을 통해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데 풍년이든 흉년이든 상관없이 계약금을 지급한다. 폭염과 가뭄 으로 농부에게 가혹했던 올해도 마찬가지다. 재료 단가가 높은 편이지만 소녀방앗간의 메뉴 가격은 6천원에서 8천원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혼자였으면 해내지 못했을 일이다. 시골 작은 밭의 농부는 물론 물류팀, 서비스팀, 재무팀 그리고 디자인팀까지 하나의 뜻으로 모인 여러 사람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도 매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뛰는 김민영 대표에게 누군가는 현실과 맞지 않는 로맨티스트냐고 묻는다. “이제야 저희를 좋아하고 아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는데 욕심을 앞세우면 브랜드가 금방 사라질 거예요. 소녀방앗간이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에 이 일을 시작하고 세운 원칙을 끝까지 고수할 생각이에요. 저희의 언어와 생각이 세상의 그것과는 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소녀방앗간 모두의 에너지가 넘치니까 한번 해보려고요.”
소녀방앗간 농촌 어르신들이 지은 농산물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전통 발효 음식 등을 정당한 가격에 구입하고 정직한 식재료로 한 끼 식사를 만드는 한식집. 메뉴에 식재료를 만든 농촌 어르신들의 성함과 다정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문의 sobang.artgr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