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살기 좋은 세상
째깍악어 대표 김희정
시간제 아이 돌봄 서비스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가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창업한 건 올해 아홉 살이 된 아이 때문이다. 일할 능력이 충분한데도 육아 문제로 퇴사하는 후배들에게 9년간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자신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와 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그런 조직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데 생각이 미쳐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러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보라는 지인의 권유에 소셜 벤처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내 아이가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에 살길 바라게 되더군요. 환경을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죠. 아이들은 도덕 교과서 같잖아요. 아이의 기준에서 좋은 일을 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죠. 소셜 벤처를 창업해야겠다는 생각의 시작은 아이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이윤이 아닌 가치를 추구 하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가치에 동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파괴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를 위한 여러 활동 중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육아와 관련된 서비스라는 결론을 내렸고, 아이 돌보는 일은 정부보다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정부 사업에 기획서를 내서 지원금을 받고 소셜 벤처 투자회사의 지원도 있었다. 지금은 인턴을 포함해 4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지 만 1년 전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모든 일을 혼자 했다. 지인들이 대신 보도자료를 쓰고 전화를 받아주기도 했다. 차근차근 성장한 끝에 이제는 부모 회원이 하루에 50~60 명씩 늘고 있다.
째깍악어는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부모와 대학생 선생님을 이어준다. ‘악어 선생님’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인적성검사는 물론 신원보증 서류와 범죄 이력 조회 후 면접과 교육을 거쳐야 한다. “선생님으로 등록할 때 ‘봉사 악어’를 선택할 수 있어요. 강제 사항은 아니고 언제라도 자신의 처지에 맞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봉사 악어를 취소해도 돼요. 그런데 등록 학생의 80% 이상이 봉사 악어를 선택해요. 취약 계층 부모에게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봉사 악어 선생님과 이어드리죠. 전체 이용자의 20%가 취약 계층입니다.
” 올해까지는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서비스를 정교하게 다듬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짐도 커졌고,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이 일을 도대체 왜 시작했나 푸념도 해보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아이를 키우며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고 그 가정에서 행복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언제부턴가 아이를 낳는 일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버렸죠. 가정과 일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에 기여하고 싶고, 째깍악어의 서비스 덕분에 부모들에게 아이를 키우는 일이 짐이 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째깍악어 시간제 어린이 돌봄 매칭 서비스. ‘놀이시터’가 되길 원하는 대학생들은 ‘악어 선생님’으로 등록할 수 있으며 보육을 원하는 부모들이 지역과 시간에 맞는 선생님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선생님은 까다로운 검증과 교육을 거쳐 선발한다. 문의 www.tictoccro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