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흥분할수록 질액이 많이 분비된다?

섹스를 할 때 윤활액이 전혀 없다면 삽입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섹스 도중 남자의 페니스에서도 분비물이 약간 나오지만 여자의 질액이 대부분의 윤활액 역할을 맡는다. 질액은 여자의 몸이 성적으로 충분히 흥분된 상태일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데, 그 덕분에 간혹 질액이 많이 나오는 여자가 섹스를 남보다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질의 모양이나 색과 마찬가지로 질이 만들어내는 윤활액의 양 역시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다. 게다가 같은 사람도 생리 주기와 호르몬의 영향으로 질액의 양이 평소보다 늘기도 하고 반대로 줄기도 한다. 그러므로 질액의 양은 여성이 느끼는 흥분도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신체적인 흥분이 꼭 정신적인 흥분과 함께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섣부른 오해는 금물이다. 상대가 아니라면 아닌 거다. ‘뭐가 아니야, 아래가 이렇게 젖었는데’ 하는 말은 포르노에서나 통하는 대사다. 윤활액의 양으로 상대의 섹스 욕구를 넘겨짚는 건 데이트 폭력이 될 수 있다.

질외사정을 하면 임신이 되지 않는다?

피임법 중 질외사정만큼 대중적인 인식이나 이용 빈도와 과학적 사실 사이의 온도 차가 심한 방법은 없을 듯하다. TV, 인터넷 등 여러 대중매체에서 질외사정은 안전한 피임법이 아니라는 내용이 계속 거론되는데도, 국내에서 이와 관련한 통계를 내면 어김없이 10명 중 6명 이상이 이 방법으로 피임을 한다고 답한다. 그럼 여기서 팩트 체크. 질외사정의 실제 피임 성공률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예로 들겠다. 프린스턴 대학의 명예교수인 제임스 트루셀(James Trussell)이 2011년 5월 학술지 <Contraception(피임)>에 기고한 내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수행한 조사 결과를 분석하자면, 1년간 질외사정을 일반적으로 수행한 커플이 예상치 못하게 임신한 비율은 무려 22%, 지속적으로 완벽하게 수행한 커플도 4%의 임신율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 나무랄 데 없는 그가 잠자리에서마저 신이 내린 절제력을 발휘하는 타이밍의 귀재이길 바라는 건 무리다. 피임의 방법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간의 개인적인 경험만으로 그가 사정하기 전에 페니스를 질 밖으로 빼냈으니 임신할 일은 없다고 확신하지는 말자. 그건 단지 그동안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것뿐인지도 모른다.

섹스를 많이 하면 중요 부위가 착색된다?

스킨케어의 관점에서 보면 화이트닝은 본인의 성향에 따른 선택일 뿐이지만, 만일 비키니 라인을 미백하려는 이유가 성관계를 자주 하면 성기 주변이 쓸려서 착색된다는 소리 때문이면 이것만은 알고 결정하자. 비키니 라인의 대음순과 소음순, 회음부의 피부색은 사람마다 다 다를뿐더러 몸의 다른 부위와 비교해도 색이 다를 수 있다. 그러니까 성기 주변의 피부가 좀 어둡다면, 그건 외부 마찰로 착색되었다기보다는 원래 피부 톤이 그랬을 거라는 말이다. 물론 따지자면 태어날 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성장기에 급격한 호르몬 분비와 함께 색이 차츰 변하며 혹은 임신을 하면 강력한 호르몬의 변화로 성기에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기도 한다(맞다.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다). 그리고 통풍이 안 되는 옷이나 꼭 끼는 스키니 진 팬츠가 소음순을 자극해 변색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건 마치 사이즈가 작은 구두를 신으면 물집이 생긴 자리가 한동안 검게 변하는 것과 같은 일시적인 변화일 뿐이다. 이를 차치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들먹이며 이런 루머를 설파하는 남자들은 대체 여자가 섹스를 몇 번 했는지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은가! 그렇게 치면 남자들의 페니스는 그들의 손이 닿아 색이 얼마나 변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섹스를 많이 할수록 질이 늘어난다?

남자는 물론 여자, 심지어 의학 뉴스를 빙자한 의료 수술 광고에서도 한두 번은 접해본 이야기다. 그 광고 문구들을 볼 때마다 불쾌해지는 건 나뿐인가. 그럼 말마따나 의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질 벽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시다시피 근육은 여타 근육과 다름없이 매우 유연하면서도 강한 조직이다. 평소에 질 벽은 항문의 괄약근이 그렇듯 사방이 아코디언처럼 촘촘하게 접혀 서로 맞닿은 채 꼭 닫혀 있다. 하지만 성적으로 흥분하거나 출산을 할 때는 근육이 이완되면서 통로를 넓히는 거다. 거대한 페니스를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갓 태어난 아이의 크기를 보면 질 근육의 유연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이완되었던 근육은 다시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에 수축한다. 섹스를 몇 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매일 입을 천 번씩 벌려가며 말을 해도 근육이 늘어나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일은 여태 없지 않나. 같은 이치다. 마찬가지로 질 근육이 늘어나는 이유는 몸의 다른 근육이 퇴화하는 과정과 똑같다. 노화 때문이다. 한 가지 예외적으로, 출산을 여러번 한 여성에게서 질 근육이 본래의 탄성을 잃는 경우는 생긴다. 어쨌거나 섹스의 빈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