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식 식탁

레스토랑 사리스토

헬싱키 남부에 자리한 클리판섬(Klippan island)의 유일한 레스토랑 ‘사리스토’로 가는 뱃길은 고작 5분 남짓이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핀란드식 휴양의 그림이 흘러간다. 붉은 오두막이 나지막하게 자리한 바위 섬과 사우스하버에 정박한 새하얀 요트 무리는 외딴섬으로 들어가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 도심에서 불과 100미터 거리에 있는데 말이다. 제멋대로 자란 풀과 야생화, 굴곡진 바위 위에 우아하게 놓인 아르누보 양식의 흰색 건물은 1898년에 세워진 레스토랑으로 헬싱키에서 가장 정통 방식에 가까운 요리를 선보인다. 계절에 맞게 여름에는 가재, 가을에는 버섯과 베리, 겨울에는 야생동물 스테이크가 유명하며,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은 전채 요리인 스칸디나비아 플레이트. 성인 손가락만 한 민물 생선 무이쿠(muikku, 흰송어)와 연어과에 속하는 화이트 피시(sika), 양념 청어(silli) 등을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내놓는다. 북쪽으로 헬싱키 도심, 남쪽으로 수오멘린나(Suomenlinna) 요새의 성벽을 바라보며 스칸디나비아식 정찬을 경험해보길. 20분마다 사리스토피어에서 클리판섬으로 가는 배가 출발하며 매주 토요일은 프라이빗 파티를 위한 시간이다.

주소 Klippan island, 00140 Helsinki
웹사이트 ravintolasaaristo.fi

 

 

무민이 사는 디저트 카페

무민 카페 크루눈하카

무민이 그려진 기저귀를 차고 돌아다니는 아이, 무민이 그려진 그릇에 담긴 사료를 먹는 강아지 등 공간의 사소한 풍경마저 무민으로 가득한 무민 카페 ‘크루눈하카’.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모든 재료를 핀란드에서 구해 완성한 페이스트리, 케이크, 쿠키, 샐러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카페 한편에 꾸민 키즈 공간에서 아이들은 폭신한 러그에 엎드려 무민이 알려주는 핀란드식 생활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예를 들어 “우린 자연으로 돌아가야 해.” “편안하고 단순한 삶만큼 사랑스러운 것은 없어.” “모든 것이 예고 없이 갑자기 바뀌는 삶은 참 아름답지 않니?” 같은 무민의 말을 읽으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약간 과장해서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무민 책방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선 느긋하게 무민 시리즈를 읽으며 문장을 아로새기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주소 Liisankatu 21, 00170 Helsinki
웹사이트 muminkaffe.com

 

 

헬싱키인의 어번 라이프스타일

켈로할리

켈로할리는 ‘테우라스타모(Teurastamo)’, 직역하면 도축장이라는 섬뜩한 이름의 공유 공간 내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천장이 높은 붉은 벽돌 건물은 헬싱키의 식품 산업을 이끌던 거대 도축 공장으로 1933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15년 전 독일에서 시작한 재생 건축물의 공적 자산 운동이 헬싱키에서도 뒤늦게 시작되어 어번 라이프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리노베이션을 거쳐 2013년에 대중에 공개한 너른 부지 안에는 켈로할리를 중심으로 로스팅 카페와 파스타 공장, 작은 바와 비즈니스 대학, 서점, 양조장 그리고 심지어 사우나 등 12개 업체가 들어서 있다. 켈로할리는 로컬 브랜드 식자재로 요리한 음식을 뷔페로 내며 사람들은 운동장 같은 너른 공간에 이웃해 앉아 음식을 즐긴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이곳 마당은 켈로할리의 야외 테이블과 헬싱키 주민의 공동 뒤뜰로 탈바꿈한다. 마당 한편에서 수염과 문신이 근사한 청년이 오래된 레코드판을 팔고, DJ 파티를 준비하는 이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켈로할리에서 오가닉 사과 음료를 주문해 잔디밭의 해먹에 누워 흔들거리거나 선베드에서 낮잠을 청하는 것만으로 이곳에 갈 이유는 충분할 듯!

주소 Työpajankatu 2, 00580 Helsinki
웹사이트 teurastamo.com

 

 

헬싱키 술의 맛

헬싱키 디스틸링 컴퍼니

높게 솟은 굴뚝이 인상적인 붉은 벽돌 건물은 비누 공장, 세차장, 미트볼 팩토리, 와인 셀러 등을 거쳐 양조장으로 재탄생한 핀란드의 증류 회사. 위스키 애호가인 세아무스 홀로한(Séamus Holohan)과 카이 킬피넨(Kai Kilpinen), 양조업자 미코 뮈캐넨(Mikko Mykkänen) 세 사람이 합작해 2013년 창업했다. 4년 남짓 된 젊은 기업이지만 1백여 년간 부진하던 영역에서 독자적인 로컬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슈납스, 진, 리큐어, 사과 음료 등을 만들며 올해 9월 3년의 노력 끝에 첫 위스키를 생산했다. “헬싱키에서 나는 최고급 성분으로 만듭니다. 추운 날씨를 견디며 자란 노르딕 곡물과 핀란드 숲에서 자란 링곤베리, 고수 씨앗 등이 순수한 핀란드 물과 만나 완전히 다른 맛의 진을 만들죠.” 홀로한 대표가 헬싱키 드라이진을 권하며 한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헬싱키 드라이진은 올해 크래프트 스피릿 페스티벌인 데스틸레 베를린(Destille Berlin)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조장 내에 자리한 바에서 헬싱키 최고의 바텐더로 꼽히는 누라 뉘르힐래(Noora Nyrhilä)의 진토닉을 맛보길. 테이스팅을 위한 음식 메뉴도 마련되어 있다.

주소 Työpajankatu 2a R3, 00580 Helsinki
웹사이트 
hdco.fi

 

 

이것이 모던 헬싱키 푸드

레스토랑 그뢴

라우리 캐흐쾨넨(Lauri Kähkönen)과 토니 코스티안(Toni Kostian)이 마스터 셰프로 있는 모던 헬싱키 레스토랑 ‘그뢴’. 뒷자리 손님과 의자를 부딪으며 일어나야 할 만큼 협소한 공간에 테이블 대여섯 개가 다일 정도로 불친절해 보이지만, 예약 대기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식자재를 유리 용기에 담아 쌓아 선반에 올린 것이 유일한 장식이고, 저러다 그릇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만큼 비좁은 오픈 키친에는 감각적 스타일의 젊은 요리사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영민하게 움직인다. 스팟 조명 아래 섬세하게 플레이팅하는 풍경을 어깨너머로 보는 즐거움도 크다. 단품 메뉴도 있지만 스타터 2개, 메인 디시, 디저트로 구성한 4코스 요리 ‘그뢴 메뉴’를 맛보기를 추천한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헬싱키 숲에서 막 딴 것 같은 초록색 식물의 재구성. 육회 타르트에 튀긴 케일을 올리거나 명이나물 장아찌와 맛이 흡사한 핀란드 산나물을 곁들인 고기 등은 특별한 풍미를 느끼게 한다. 코스가 나올 때마다 요리사가 직접 메뉴를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그 덕에 요리를 더욱 진지한 마음으로 대하게 된다. 헬싱키에서 단 한 곳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레스토랑 그뢴을 고를 것이다.

주소 Albertinkatu 36, 00180 Helsinki
웹사이트 restaurantg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