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는 여자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갖고 싶은 자동차가 있어? 네 드림 카는 뭐야? 누구는 지붕이 열리는 스포츠 카를 말했고, 텍사스에서나 탈 법한 거대한 픽업 트럭을 갖고 싶다는 친구도 있었다. 작고 귀여운 차를 선호하는 여자는 없었다. 조금 더 현실적인 리서치를 시도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운전 좀 한다는 여자 선배들에게 물었다. 선배들은 넓고 편안한 차가 좋다고 했다. 선배들에게 자동차는 피로를 더는 수단이었다. 그녀들에게 자동차란 운전하기 불편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또 도로에서 우습게 보여서도 안 된다. 사회적 지위의 잣대까지는 아니어도 우아하게 보일 수 있는 자동차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시에 가격도 합리적인 차를 원했다. 하지만 그런 차는 드물다. 승차감이 좋다는 것은 비싼 차라는 것을 의미하고, 편의 사양은 옵션 품목이라 몸이 편할수록 차 가격이 오른다. 우수한 기능과 품질, 디자인을 모두 갖춘 차는 비쌀 수밖에 없다.
운이 좋았다. 자료 조사를 시작할 즈음 현대자동차 2018 쏘나타 뉴 라이즈를 만났다. 쏘나타는 국내 중형 세단을 대표하는 차량으로 기능과 품질은 준고급형 수준이지만 가격은 그보다 많이 착하다. 쏘나타 뉴 라이즈의 주력 모델은 가솔린 2.0 스마트 트림이다. 자주 사용하는 옵션을 추가하는 대신 불필요한데 가격만 높이는 옵션은 생략한 알뜰한 트림이다. 고급형 사양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얼마나 가성비가 높은지 체험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아갔다.
쏘나타 뉴 라이즈의 첫인상은 단정했다. 간결한 선으로 이루어진 전체 실루엣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최신 감각이 느껴졌고, 보닛부터 시작해 후면으로 이어진 탄탄한 볼륨감에서 역동적인 스타일이 엿보였다. 강인함과 우아함을 두루 갖춘 디자인은 합격. 성격을 더 알기 위해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눌렀다.
도로에 오르자 쏘나타 뉴 라이즈의 강점이 드러났다. 다채로운 편의 기능이다. 운전 중 편의 기능을 쉽게 작동하도록 버튼을 가지런히 정렬해두었다. 이것저것 누르다 놀란 것은 공기 청정 모드. 공기 정화 기능은 값비싼 고급 차에서만 보던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대기 상태를 고려해 추가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의 고통을 알아주는 건 역시 국산 차다. 공기 청정 모드를 누르면 초미세먼지부터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 등으로 오염된 실내 공기를 자동으로 정화한다. 오염 물질을 흡착하는 고성능 에어컨 필터를 통해 미세먼지가 제거되고 실내가 금세 쾌적해진다. 운전자들이 아마도 이 기능을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스마트한 운전을 위한 첨단 디지털 기능도 갖췄다. ‘카카오 아이’는 음성인식 시스템이다. 운전 중에 궁금한 것을 물으면 곧잘 대답한다. 대화하는 재미가 있어서 혼자 운전할 때도 심심하지 않은 건 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할 때 유용하다. 화면에 목적지를 한 자씩 입력할 필요가 없고 주행 중 말로 간단히 지시하면 된다. “일산 킨텍스 가는 길 안내해줘”라고 말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바로 안내가 시작된다. 음성인식에 익숙해지면 화면을 터치해 목적지를 입력하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차선 변경을 어려워하는 건 누나만이 아니다. 운전에 자신이 있어도 차선을 변경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사이드미러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스마트 후측방 경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주행 중 좌우 후방에서 다가오는 차량의 속도를 인식하고 경보음과 램프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차선 변경 시 혹여 발생할지 모를 사고를 예방해주니 든든하다. 이 외에도 버튼으로 된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를 장착해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 우아하게 운전하는 건 누나가 원하는 일이다.
고민스러운 건 사양 선택이다. 쏘나타 뉴 라이즈 스마트 트림은 두 가지 사양으로 구분된다. 우선 ‘스마트 초이스’다. 고급형 편의 기능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구성한 사양이다. 7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나 크루즈 컨트롤같이 잘 쓰지않는 기능을 없애 가격을 낮췄다. 그 대신 후측방 경보 시스템, 여름에 등허리가 젖지 않는 운전석 통풍 시트, 야간 주행 시 밝고 선명한 시야를 확보해주는 LED 헤드램프, 전동식 파킹 브레이크 등 우아한 기능을 장착했다. 여기에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최신 기능을 추가한 한 단계 높은 사양이 있다. ‘스마트 스페셜’이다. 주행 중 후방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후방 영상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조수석에도 통풍 시트를 장착해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의 등허리도 시원하게 해주고, 고화질 DMB를 포함한 8인치 내비게이션을 추가한 트림이다. 고급 차에서나 볼 법한 편의 기능이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과소비를 하지 않고 품격과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스마트 초이스와 스마트 스페셜 두 가지 옵션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누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