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의 중국계 미국인 셰프인 파멜라 영. 뉴욕의 핫한 레스토랑에서 인정받은 후, 브루클린에서 ‘세미아(Semilla)’ 라는 미쉐린 식당을 운영했다.
2016년 11월, 무작정 식당을 뛰쳐나왔고 2017년 3월부터 그녀의 ‘이별 여행’ 은 시작됐다. 한곳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길어야 3개월. 그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지난 5월부터 6월 17일까지 한 달 여 서울에 머물렀던 그녀는 한남동 ‘타르틴 베이커리’ 오너 베이커인 채드 로버트슨의 요청으로 피자 메뉴를 만들었다.
여행의 계기는 무엇이었나? 전 남자친구가 내 레스토랑 파트너였다. 9년간의 연애 끝에 우리는 쉽지 않은 이별을 했다. 나는 나를 찾아 떠나야 했다.
여행 목적지는 어떻게 정했나? 뉴욕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고 싶었다. 마침 페루에서 지인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고, 스페인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첫 목적지로 정했다. 한 달 정도 있을 예정이었지만, 3개월이나 머물렀다. 다음 행선지는 멕시코 유카탄이었는데, 역시 지인이 있어 방문했다. 유명한 도시를 찾기 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좋았다. 그 후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의 팝업 레스토랑을 방문했고, 내추럴 와인에 빠져 조지아에도 들렀고, 스페인을 마지막으로 아시아로 고개를 돌렸다.
소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에 등장하는 ‘기도(Pray)의 도시’ 우붓으로 향했다. 우연히 처음 일했던 레스토랑의 셰프를 만났고(그는 ‘Room for Desert’라는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3주 동안 자연 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호찌민을 들렀고, 호주의 멜버른과 태즈메이니아로 넘어갔다. 특히 때 묻지 않은, 와일드함 그 자체였던 태즈메이니아가 매력적이었다. 여기서 첫 ‘썸남’을 만났다. 그는 요리 하고, 사진도 찍고, 여행을 즐기는 남자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운영하던 식당이 있었는데, 그녀와 헤어진 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통하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아픔도 많았다. 나는 잠시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도 그와 매일 연락했고, 일본에서 만나 10일간의 로맨스를 만끽했다. 결과적으론 ‘썸’으로 끝났지만.
같은 업계의 사람,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과의 긴 연애가 실패로 끝났는데 또 같은 조건의 사람들에게 끌리는 것은 위험하지 않나? 나는 9년간 연애를 했고 이제는 20대도 아니다. 나는 데이트를 하거나 스스로 꾸미기에는 너무 바쁜,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나눌 수 있는 것도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정과 꿈을 기반으로 한 사랑을 하고 싶다.
한국에서 보냈던 7주 정도의 기간이 연애나 인생관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나? 한국은 매우 빨리 움직인다. 그래서 천천히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끼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적당히 나의 박자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열정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빵을 만드는 것. 이별 후에는 우선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사랑해서 시작한 내 인생과 다시 사랑에 빠지고 싶었다. 내가 하는 일에 열정과 애정을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또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주방에서만 주 82시간에서 100시간씩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내 일을 사랑해서다.
앞으로의 일정은 무엇인가? 내가 운영하던 식당의 메뉴는 90%가 채식이다. 자연을 섬기며 아끼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육류와 생선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많이 섭취할 필요는 없다. 지구가 오래 지속되려면 녹색경영이 필요하다.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앞으로 어떤 식당을 운영할지, 내 식당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레스토랑에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변치 않을 것은 내 취향이 ‘작고 개인적인 것’이라는 사실이다.